그런 날이 있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내게 연락을 해오는 그런 날.
오늘이 내겐 그런 날이었다.
병가 이후 사람들과의 만남도 연락도 최소한으로만 이어갔기에 연락이 뜸했던 건 뭐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원래도 지인들의 먼저 안부를 챙겨 묻는 다정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작정하고 잠수 아닌 잠수 중이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잊고 지내던 사람들이 연락을 해오는 이런 날 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반가움 반,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 반.
싱숭생숭이라는 기분을 들여다보면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져 나온다.
그간 떠올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병가 중인 입장에서 회사와 연관되는 사람들과 연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건 어쩐지 이상한 일이라 여겨졌다.
병가중이랬는데 너무 괜찮아 보여서도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괜찮은데 애써 죽을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애매했다.
그들은 나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정확히 향후 거취를 궁금해했다. 그들의 말투엔 다정함이 묻어있다. 그리고 걱정스러움도.
그들의 다정함에 화답하듯 나는 싱숭생숭한 이 마음은 숨겨둔 채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장난 섞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저야 뭐 백수생활 체질인 듯요. 잘 놀고 있어요 :)”
그들은 아는 듯했다.
그 누구보다 일을 좋아하던 사람이 돌연 병가를 내고 사라지더니 백수생활이 체질이라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내가 백수생활을 즐길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나 포함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얼른 복귀하세요”라는 말에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주세요”라는 따뜻한 말에는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진심이니까.
한 사람의 진심의 힘은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도움을 청할 생각도 없지만 왜인지 이미 도움을 받은 기분이랄까, 뒷배가 든든하다.
그리고 안심한다.
‘나 그렇게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7월 중에 회사랑 얘기가 끝날 것 같다며
그 이후의 만남을 기약하며 대화를 마쳤다.
그랬다. 이제는 정말 병가의 끝이 다가온다.
적어도 다음 달 초엔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잘 회복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나를 더 토닥여줘야지.
담담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과하게 괜찮은 듯 웃으며 아픔을 포장하지도,
아팠던 마음을 애써 미화시키지도 않고,
딱 지금의 이 덤덤한 표정으로 그와 마주해
나의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
미련 없이 안녕을 고할 수 있도록.
이제는 슬슬 마무리를 할 때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