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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무리

by 윰글 Feb 21. 2025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페의 온기가 느껴졌다. 차가운 거리를 15분 정도 걸어오느라 얼굴과 손의 온도가 내려갔는데, 실내의 따뜻함이 마음까지 녹여주는 듯했다. 여느 카페처럼 입구에는 주문용 키오스크가 놓여 있었고, 우리 셋은 각자 원하는 음료를 주문했다. 나와 한 언니는 아메리카노를, 다른 한 분은 생강차를 골랐다.

카페는 파티션에 의해서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오른쪽 공간을 선택해 푹신한 소파와 원목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음료가 나오기까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5분쯤 지나자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서로의 잔을 장난스럽게 부딪치며 오늘의 노고를 격려했다. 하루를 살아가려면 세끼 식사를 하고, 틈틈이 물이나 음료를 마신다. 그 시간  사이사이 오가는 대화는 하루를 채우는 추억이 된다. 말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일상을 나누면서 누군가의 험담을 해도 거리낌 없는 사람들. 이는 비방이 아닌 '내 마음이 불편하니 위로해 달라'는 뜻으로 알아채주는 이들. 이런 분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졸음이 몰려왔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어깨를 눌렀다.

"저 잠깐만 눈 붙일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뒤로 젖혀 소파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깜빡 잠든 것 같은데 언니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지난번 카페에서도 자더니 오늘도 또 자네."

나도 어디 가면 대부분 가장 연장자인데, 오늘 만난 언니들 앞에선 여전히 막내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꼬박꼬박 조는 갓난아기처럼 편안해진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를 눌러쓰고, 패딩 안에 후드티를 입은 채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이런다고 편하게 나온 내 모습이 가려질까.


이런 동네 아줌마 같은 모습도 이 언니들 앞에선 아무렇지 않다. 자다가 침 흘릴까, 코 골까 걱정도 하지 않는다. 뭐 그러면 어떤가.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언니에게 연락해 의지하고 상의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동성이니 말 못 할 일도 더 없을 테고, 부모님 욕이라도 실컷 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부러웠다. 그런데 가족관계증명서엔 없지만, 지금 내 앞의 두 언니는 나에게 바로 그런 존재다. 아이가 아팠을 때 지은 시를 들려주며 눈물 흘려도 괜찮다. 내 어리바리한 모습에도 공감하며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주는 언니들이 너무 고맙다.


남의 위로가 무슨 소용이냐, 본인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위로 없이 살아가는 날들에 얼마나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깊은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는 이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한다.


처음 카페에 들어섰을 땐 실내가 한산했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 제법 자리가 찼다. 삼삼오오 모인 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공감을 주고받을까. 바깥 온도는 차갑지만, 카페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따뜻하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힘이 난다. 내가 건네는 말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수많은 복잡한 감정과 순간들로 하루가 채워졌다. 연락받고 싶은 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나는 대부분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다. 먼저 연락하는 것에 대해서 불필요한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고서 상대의 반응을 기다린다. 대신 늘 진심을 다해 그들을 대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고 화답해 준다. 내성적인 이들은 가끔 내 적극성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때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이니,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사람 사이엔 억지로 되는 게 없더라. 일할 때도, 대부분의 경우도 그랬다. 억지로 끌고 갈 순 있지만, 그렇게 하면 몇 걸음 못 가 서로 지치거나 그 관계가 끝나버린다. 나도 누군가 억지를 부리면 강하게 거부한다. 그러니 나 역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늘 커피와 함께다. 좋은 분들과 보낸 오늘을 또 커피와 함께 마무리해 본다.


"감사해요,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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