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저녁 회식이 있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근처에 꽤 유명한 홍어집인데 선배님 한 분이 퇴임을 기념으로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시면서 그곳에 가게 되었다. 평소에 자주 다녔던 길목인데도 모퉁이에 있어서인지 눈에 띄지 않았다.
홍어는 오늘 처음 먹어본다. 그런데 항상 그 맛이 궁금하기는 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홍어는 그 삭힌 정도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고들 한다. 동그란 접시에 홍어가 담겨 있었고, 돼지고기 수육, 마늘, 고추, 다진 양념 등 다양한 반찬들이 그 주변에 놓여 있었다.
삭힌 홍어는 매우 독특하고 강렬한 맛과 향을 가진 발효 음식이다. 암모니아 향을 강하게 풍기는데, 이는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이 강한 향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데, 씹을수록 홍어 특유의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맛은 복합적이다. 처음에는 톡 쏘는 듯한 자극적인 맛이 느껴지다가,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며, 끝맛은 약간 달짝지근하다.
삭힌 홍어는 보통 김치나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홍어'와 다채로운 온도와 형태를 지니는 '사랑'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질까?
우선 같은 점은 3가지 정도이다.
첫째,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홍어는 발효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분해되며 독특한 감칠맛이 생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인다. 둘 다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 깊은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닮아 있다.
둘째, 처음 접했을 때는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홍어의 강렬한 암모니아 냄새는 처음 접한 사람들을 당황시킨다. 사랑도 생소한 감정과 두려운 불안함이 함께한다. 하지만 이런 거부감을 극복하면 특별한 경험이 된다.
셋째,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상하기 쉽다. 홍어는 온도와 습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음식이다. 사랑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순간의 실수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홍어와 사랑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 홍어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당연히 돈으로 살 수 없다.
돈만 있으면 구입할 수 있는 홍어와 달리 사랑은 진심과 시간,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사랑의 가치가 물질적 기준을 넘어선다는 것을 증명한다.
둘째, 홍어는 시간이 너무 지나면 먹을 수 없게 되지만,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 사랑이 영원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진정한 사랑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셋째, 홍어는 익숙해지면 그 맛이 비슷하지만 사랑은 매 순간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같은 사람과의 관계라도 매일 새로운 감동과 발견이 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사랑의 묘미다.
홍어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안에 넣고 먼저 향을 느껴봤다. 그 향은 그리 지나치지 않았다. 입안에 넣은 홍어를 음미하던 중 화한 맛이 났다. 입안에서 이렇게 단계별로 다른 맛이 느껴진다는 건 홍어의 매력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강렬하고 설레고 때로는 아프다. 누군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서로 교류하는 필수적인 감정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계단을 올려다보고 지레짐작으로 질러서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일단 올라볼까 라는 도전 정신을 가지기도 한다. 오르던 계단에서 중도 포기를 하거나 끝이 어디일지, 그 위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마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걸어가는 느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내 감정을 돌아보고 혹시 내가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그 사람도 나만큼 행복할까? 그 사람도 편안했으면 좋겠다. 일상이 중요한 만큼 나와 상대방의 생활을 인정하고 지키려 한다. 바로 지금 옆에서 내 손 잡아주길 바라지만 그런 마음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이런 것도 사랑이다.
홍어에 묵은지와 돼지 수육을 더하고 각종 양념을 가미해 보고 내 사랑에도 다양한 색채를 입힌다.
세상 다행인 것은 사랑이 모두에게 같지 않다는 것이다. 나만의 사랑에 맞는, 아니 나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거.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다. 그러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려 한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던 홍어를 영접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