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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COPY, COFFEE

by 윰글 Feb 17. 2025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단맛을 꺼리는 나는 메뉴판의 다양한 음료 중에서도 늘 아메리카노만 고른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번갈아 가며 시키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한다.

오늘도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 한 잔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커피는 우리의 삶과 참 닮아있구나.'


커피와 삶은 어떤 점이 비슷할까.


첫째, 쓴맛이 있어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인생도 커피도 쓴맛 없이 단맛만 있다면 오히려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고난과 시련이 있어야 삶이 더 의미 있어지는 것처럼, 커피도 쓴맛이 있어야 그 안에서 단맛과 고소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처럼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며, 같은 상황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셋째, 따뜻할 때와 차가울 때의 매력이 다르다. 따뜻한 커피는 위로가 되고 차가운 커피는 깔끔하고 시원하다. 인생도 따뜻한 순간과 차가운 순간이 있지만, 어느 쪽이든 나름의 매력이 있다.


넷째, 기호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커피는 설탕을 넣으면 달아지고 우유를 넣으면 부드러워진다. 인생도 선택과 태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더 즐거워지고, 부정적으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만들어진다.


다섯째,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야 여운이 남는다. 커피는 마시는 동안에도 좋지만 다 마시고 난 후의 여운이 깊다. 삶도 마찬가지로 돌아볼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인생과 커피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 커피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다. 커피는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소중하게 살아가야 한다.


둘째, 커피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바리스타가 정성껏 커피를 내려줄 수 있지만,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결국 나의 선택과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커피는 일정한 방식이지만 인생은 정답이 없다. 커피는 정확한 레시피가 있고 일정한 방식으로 만들면 비슷한 맛이 난다. 하지만 인생은 매번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가득 차 있고, 누구에게나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넷째, 커피는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커피는 진하기, 단맛,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인생은 원하는 대로 조절하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때로는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다섯째, 커피는 혼자 마실 수도 있지만 인생은 결국 관계 속에서 의미가 깊어진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생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많은 의미가 생기고 깊이도 더해진다.


이처럼 커피와 인생은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매일 한두 잔, 때로는 서너 잔을 마시게 되는 커피. 다양한 잔에 담을 수 있고 온도도 달리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받은 마음의 열기를 식히고 싶을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찾는다. 반대로 차가운 공기에 몸이 시리거나 누군가에게 매서운 말 한마디라도 들은 날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나의 내면에 쌓인 얼음 조각을 녹인다. 이렇게 보면 커피와 인생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하는 반려자 같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주말 오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카페를 찾는다. 콘센트가 있고 책 읽기에 알맞은 높이의 테이블에 독서대를 올리고, 그 위에 책을 놓아 클립으로 고정한다. 이렇게 하면 필사하기도 좋고 손대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어 편하다.

가방에서 꺼낸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독서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을 튼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카페의 음악은 이어폰을 넘어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야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 음악, 책, 그리고 블루투스 키보드만 있으면 카페에서의 완벽한 시간을 위한 준비는 끝이다.


쓴 커피 한 잔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위장에 싸한 느낌을 준다.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친 카페인으로 두근거림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멀리할 수 없는 연인 같은 존재다. 쓴맛이 있고 때로는 그 진한 맛에 살짝 거부감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변함없이 찾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커피.

인생이 늘 녹록지 않듯, 매일 마시는 커피도 늘 쓴맛을 준다. 그런데도 나는 커피를 멀리할 수 없다. 쓴맛 가득한 삶이라도 그 의미를 부정할 수 없듯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쓴 커피를 찾을 것이다.


"인생을 닮은 커피 한 잔, 오늘도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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