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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마음을 긷다.

by 길고영

[단아한 독서]의 유튜버가 쓴 [좋아하는 라디오로 직업을 만들었습니다]

를 읽고 에세이를 읽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이 쓴 에세이들이 쏟아진다.


책 반대편에 앉아 있는 에세이 작가와 대화하고 싶은 당신

소설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집중력이 남지 않은 당신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궁금한 당신

생각의 단편을 모으고 싶은 당신


그럼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있었던 걸까?

작품 속 주인공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기억 저편의 추억을 떠올리고,

휘발될지도 모를 감상을 조심스럽게 붙잡는다.

그리고, 그 감정의 여운을 누군가에게 건넨다.


대학시절 유행하였던 [브레인스토밍].

뒤죽박죽이던 상념들은

용지 위에서 단어가 되었고,

감상문 속에서는 문장이 되고

내 글에선 두레박이 된다.


그 문장이 퍼올린 것을 들여다본다.

아직 내 마음속 깊이 침전되어

드러나지 않은 감정이 궁금하다.


[첫사랑] 이란 단어처럼

형체가 사라지기 전에.

[일기] 란 단어처럼

내 인생의 대목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그렇게 떠오른 감정들 끝에,

작품 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감정이 태도가 된 사람들


[김영하, 사진관 살인사건]의 김형사의 무던함

[타이타닉]의 할머니가 된 로즈의 천진함


김형사는 이제는 일상어가 되어버린 [치정]과 [복수]란 단어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무던함을 선택했을 것이다.

로즈는 혼자 살아남았기에 모든 순간을 즐기기 위해

아이같이 천진하기로 선택했으리라.


그렇게 나는 오늘도, 감정의 두레박을 내린다.

내 마음에 단어들이 가라앉기 전에

마음을 긷는 일이 나의 태도가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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