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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그 방에서 시작된 이야기

사진 동아리

by 길고영

고등학생 때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단연 ‘동아리 활동’이다.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의 허가 아래 동아리 활동이 활발했지만, 졸업 후에는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학업을 우선시하면서 점차 축소되었다. 내 친구가 열심히 활동하던 천문부도 마찬가지다. 새벽녘에 모여 DSLR로 별자리를 찍던 그 동아리. 내 중학교 담임선생님은 어느새 교장 선생님이 되셨으니, 세월이 무상할밖에.


중학교 시절, 나는 필름카메라로 여름휴가와 가족여행의 추억을 담았다. 여행을 가기 전 필름을 사고, 여행지에서 한 컷 한 컷 찍고, 돌아와 사진관에 들러 필름을 맡겼다. 그러면 사진관 사장님이 몇 절로 인화할지 꼭 물어보셨다. 다음 날 받은 사진을 펼쳐보며, 누군가 눈을 감은 건 아닌지 하나하나 살펴보곤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쉬는 시간이었던가? 다른 색 명찰을 단 사람들이 우르르 반으로 들어왔다. 당시 입학 연도별로 명찰 색이 정해져 있었는데, 우리는 노란색, 2·3학년 언니들은 파란색과 빨간색이었다.


다른 색 명찰을 단 언니들은 다음 쉬는 시간에는 또 들어왔다. 저마다 자신의 동아리를 소개하며 우리 동아리로 오라며 권했다. 점심시간마다 교정을 울리는 방송반, 별자리를 관측하는 별자리반, 사진을 찍는 사진반, 밴드 합주를 하는 밴드부, 시를 쓰는 문예창작반… 그중에서 나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사진 동아리’였다.


입부 신청을 하니 몇 월 며칠, 몇 시에 몇 반으로 와서 면접을 보라고 했다. 그땐 핸드폰이 없었는데,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쉬는 시간 10분 동안 계단을 오르내리며 소식을 전했으리라.


면접장에 들어서니,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안에 책상들이 뒤로 물러나 있었고, 선배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책상을 붙여 앉아 있었다. 그 꼭짓점에는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커튼을 등지고 앉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던 선배들… 나는 그 의자에 앉아 입부 면접을 보았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도 면접을 봤다고 했다. 대도시에서 개교일에 전학 온 친구였는데, 입학 첫날부터 눈길이 가던 아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송부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사진동아리에 지원했다고. 여러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인연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3년 동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아리의 추억은 단순히 즐거운 활동을 배운 기억뿐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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