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018
-
하~~~안참 전에 토끼 두 마리와 함께 살았다.
일단 처음 한 마리를 데리고 왔고, 외로워 보여 이내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왔다.
분명히 암수라고 했는데 다 자랐더니 둘 다 남자였다.
바운딩은 어찌나 열심히 그리고 자주 하던지...
미니 토끼라고 하더니 다 자란 뒤 한 마리는 키가 50Cm는 가뿐히 넘었다.
산토끼였다...
동대문 동물 판매 가게는 내가 어리숙해 보였는지 '미니 토끼'라고 날 속였다.
찾아가 물었더니 사료를 잘 먹는 아이 중 50Cm이상 크는 아이들이 있다는
뭔 X같은 소리를 지껄인다.
하지만 속아 샀다고 이미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아이들을 어쩔 수는 없었다.
각설하고... 토끼라는 생물은 생각보다 흉폭했다.
방에서 함께 지냈는데
책, 책장 등 다 갉아 먹는 건 기본이요,
위험하게 쓰고 있는 컴퓨터 전원 케이블도 끊어 먹기도 하고,
난리란 난리는 다 쳤다.
두 마리 모두 토끼만 걸린다는 병에 걸려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하늘로 갔다.
오늘은 문득 흉폭하고 갉갉이를 즐기던 두 친구가 생각나는 그런 날이다.
레슬러 토끼를 그리고 났더니, 돌아가신 워리어 아재가 나오는 WWF도 보고싶다.
추억을 추억하는 순간 늙은 거라 하던데...
나도 늙었나?
-
<불면의 밤> #018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있었거나 있을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끄적입니다.
매 년 실패하는 연속 낙서 100개의 꿈을 올 해는 꼭 이루고 싶습니다.
https://instagram.com/gompangkkot
[다른 불면의 밤]
#017 십파놈들
https://brunch.co.kr/@gompang/119
#016 같은 얼굴, 다른 인생
https://brunch.co.kr/@gompang/118
#015 SHIP(의)새끼
https://brunch.co.kr/@gompang/117
#014 쉽새
https://brunch.co.kr/@gompang/116
#012 원샷원킬 비결
https://brunch.co.kr/@gompang/114
#005 나는 지금 막 잠에서 깼어
https://brunch.co.kr/@gompang/104
#004 삶은 계속 된다
https://brunch.co.kr/@gompang/98
#001 아대
https://brunch.co.kr/@gompang/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