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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지난 글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읽고 쓰는 내용이지만, 다음 문장들을 보면 <테니스 이너 게임>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내용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의식을 불러들이지 않는 편이 최선이다. 의식은 보통 해당 정보를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다.

물론, 주제와 맥락이 다릅니다. 그래서 <테니스 이너 게임>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위해서 의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의식과 뇌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글에 인용한 그림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의식을 불러들였을 때 통제할 수 없는 쪽으로 마음과 감정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뒤이어 밑줄 친 문장은 '관념계 여행'에서 본 문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의식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중심에 있지 않다.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속삭임을 먼 가장자리에서 듣기만 할 뿐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믿는 것이죠.


한편, 이어지는 단락의 제목인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의 좋은 점>이라는 책의 문구는 즉각적으로 워런 버핏의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찾아보니 <나만의 스코어보드가 없다면 실패하는 투자다>에서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지부하를 줄이고 필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생각의 힘을 모으라는 듯한 내용입니다.

투자에 필요한 것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가 아니다. 혼잡한 소음에서 벗어나면 자신만의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생각을 정리하고 탁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떠들썩하고 호화로운 월가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 쉽다.

다음에 보이는 내용은 앞서 보았던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의식이 흐트러지게 되는 일은 예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정보와 지나치게 가까우면 1년도 안 돼 도산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우편물이 3주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시골에 사는 편이 더 좋은 운용실적을 남길 수도 있다. <중략> 버핏은 경제적, 정치적인 예측정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정보에 휘둘리다가는 실패하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투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 는 기업이 오래도록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의 좋은 점

중심에 있는 것에서 위안이나 만족을 느꼈다면 중심에서 멀어졌을 때 분명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뇌를 점점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모든 활동의 중심이라는 직감에서 더 정교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감탄하는 시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책에서 다루는 맥락은 서구를 중심으로 한 인류가 기독교에서 과학으로 눈의 돌리면서 중심에서 멀어지는 일을 받아들여야 했음을 말합니다. 그러나, 요 몇 년 간의 제 내면에 투영해도 고스란히 통하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분명 의식에 따라 바람이 고통을 만들 수도 있고, 차려진 바람의 형태로 행동 계획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허상을 바라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중심은 대표적인 허상이자 일종의 우상적 좌표(座標)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연의 힘과 명성의 비밀 그리고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다음 문장을 읽고 <우연의 힘과 명성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관찰 결과를 설명한 책《별 세계의 보고 Siderews Nuncius》는 1610년 3월 베네치아에서 발간되어 갈릴레이를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우연의 힘을 믿는 순간 우리의 노력과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가 달리 보입니다. 노력이 결과를 적대적으로 지배하거나 완전한 인과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 방식 중에 하나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이기도 합니다.

지구는 둥글고 그 자체로서 완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우주의 중심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내려놓아야 했다. 인류가 이보다 더 큰 것을 요구받은 적은 아마 없지 싶다. 이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아주 많은 것들이 안개와 연기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에텐, 우리의 순수한 세계, 경건한 신심과 시는 어떻게 되었는가? 감각의 증언은? 시적이고 종교적인 믿음의 확신은? 그의 동시대인들이 이 모든 것을 놓아 보내지 못하고, 가능한 한 저항하려 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나간 역사라고 읽고 있다가 최근에 공직 기관장이 되었던 인사가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는 발언을 국회 청문회에서 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12.3 내란으로 분명해진 대한민국의 극우 파시스트 세력은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칭합니다. 그들의 사고와 갈릴레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사고는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갈릴레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새 이론이 인류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고 비난했다. <중략> 1633년 그는 가톨릭교회의 종교재판정으로 끌려 나갔다. 지하감옥에서 정신이 무너진 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지구가 중심이라고 인정하는 문서에 괴로운 서명을 남겨야 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6. 안물안궁 2024년 안영회 독서 목록

117. 문제를 정의하고 계획을 세우는 인공지능

118.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 그리고 모델과 기계 학습

119.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분류와 일반화 능력

120. 생물학적 신경망과 학습 잘하는 딥러닝의 등장

121. 놀랍게도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닙니다

122. 생물학적 신경망과 학습 잘하는 딥러닝의 등장

123. 인공지능에도 늧알이와 말알이 단계가 있다

124.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한계

125. 최고의 인공지능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126.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자, 미래를 지배한다

127.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128. 왜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이 있는가

129.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130. 관념계 여행과 무의식에 밀항하는 자아

131.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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