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집중 응용하기 4
나는 하기 싫은 일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 과거에는 지독한 단점이라 생각했지만, 어느덧 익숙해졌고 지금은 그 게으름을 길들이며 산다. 미루는 버릇을 나름 효과적으로 승격시킨 습관도 있다. <초집중>과 연관지어 <초집중> 응용하여 앱 사용 개선 아기발걸음 이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쓴 일이 있다.
그러고는 다시 미니멀리스트의 삶으로 돌아간다. 경험은 생각지 못한 배움을 준다. 기존에 아이폰을 쓰며 생긴 불편을 와치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경험이 몸에 각인된다. 그러는 중에 평소 이동 중 이어폰을 이용해 유튜브나 음악 스트리밍을 들을 때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겪는 불편함을 와치가 해결해줄 수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궁금증만으로 충분했다. 문제 정의가 중요한 이유를 다시 깨닫는다. 스트리밍을 듣고 있으면 와치 첫 화면에 아래 그림과 같이 일시정지나 재생 버튼으로 바뀐다. 굳이 아이폰을 꺼내 터치를 하지 않아서 좋다.
몸으로 경험하고 나서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전에 사용법을 익히거나 웹으로 검색하다가 (이것저것 상관없는 것까지 누를 수도 있고) 다양한 쓰임새를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는 중에 10년 전에 Nike Fuelband를 차고 다녔는데, 방수가 안되서 수영할 때 측정을 못했던 아쉬움을 기억해냈다. 되나? 하고 대충 눌렀더니... (다행히 탐색이 빠른 아내라 있다고 알려줬다.)
오호... 아이폰을 수영장에서 썼더니 물이 남아 있어 충전이 안되는 일을 겪었는데, 그걸 씨앗으로 해서 애플워치에서는 물을 빼내는 기능이 있음을 또 알았다.
오호.. 드디어 측정 착수
이렇게 수동적으로 대충대충 하면 (누군가는 매우 답답해 하지만) 극도로 짧은 시간만 써서 최소한의 기능만 배울 수 있다. 마치 MVP를 나에게 적용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사유로 트랜드를 따라갈 수 있다. 트랜드를 쫓는 일은 아니고, 기능의 본질을 살피고 당장 필요한 쓰임새를 관찰하다보면 과거에는 못했는데 지금은 하는 일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방대한 관찰기록과 간접 경험이 없어서 더욱 명확하다.
이를테면 내가 사유를 통해 추정해낸 트랜드는 이런 것이다.
방수가 되면 각종 포트(구멍)에서 물을 빼내기 등의 부가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찾아보니 방수등급 같은 것도 있다.)
워치는 폰의 동작인식에서 한차원 더 나간 측정기 성격을 한다. ('애플 헬스케어' 키워드로 찾아보니 한글 기준 400만건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시간을 아끼며 다른 사람의 생산물(물건)에 대한 관심을 아껴쓴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아낀 시간을 모으면 내가 할 수 있는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전제다. 다만, '트랜드는 따라가기'라는 표현으로 압축해서 표현한 방식 즉, 세상 변하는건 직접 경험만큼만 알아간다. 그렇게 하면 지난번에 소개한 적극적 <정원관리, 리팩토링 혹은 닦조기>와 달리 매우 소극적이지만 효율적인 정원관리(혹은 리팩토링)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