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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Dec 01. 2018

맘껏 흔들리는 청춘들의 이야기, 앵두 그리고 건빵

THE 앵두 탐방기 1

젊음이 좋은 이유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도, 수많은 가능성이 어리기 때문도 아니다. 그보단 막 저지르고 볼 수 있고 충분히 그걸 뒤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꿈도 한 가득 꿔볼 수 있고 어떤 결말이 날지라도 맘껏 달려들어 해볼 수 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또는 미래의 모습이 어쨌든 그런 건 전혀 상관없이 해보려 맘먹었던 것은 모두 해보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어른들이 흔히 얘기하는 ‘젊어서 좋겠다’라는 심정에는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 맘껏 해볼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어서일 것이다.                



▲ 청춘이기에 하얗게 불태우는 모습을 유쾌상쾌통쾌하게 다룬 [족구왕]. 이 영화를 보면 청춘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흔들리는 청년들의 흔들리는 대화

     

앵두와는 올해 두 번을 만났었다. 1월에 종로에서 만났을 땐 둘 다 멈칫했던 때였다. 나도 단재학교를 그만두고 막연한 미래와 그에 따른 불안에 몸서리치던 순간이었고, 앵두도 크루즈 승무원으로서의 일을 마치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몸을 내맡긴 채 여러 계획들을 세우던 순간이었다. 그땐 어렴풋이 두 가지 방안을 얘기했다. 코이카에 지원하여 해외자원봉사를 나가는 방안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한국어 자격증을 따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사가 되는 방안이 그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확실히 정해졌다기보단 수많은 생각 중에 두 가지를 꺼내서 보여준 것이기에 무엇이 어떻게 될지 변수가 훨씬 더 많은 상황이었고 그건 벅찬 미래에 대한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기보다 한치 앞도 모를 앞날에 대한 불안들이 요소요소에 비치는 감정이었다. 

근데 사실 그런 감정은 앵두의 말투에서 느껴진 감정이라기보다 나의 감정에서 투사되는 측면이 훨씬 많았다. 나야 다시 광야에 선 모세처럼, 천하를 주유해야 했던 공자처럼, 국가 경영의 포부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유배되어 『목민서』가 아닌 『목민심서』(실제로 이 책의 서문에선 자신은 백성들을 이런 포부로 다스릴 마음은 있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心書(마음으로 그리되길 서술하는 글)’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는 서글픈 마음이 담겨 있다)를 써야 했던 다산처럼 희망보단 절망의, 기대보단 갑갑함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앵두의 말을 들으니 내 감정에 따라 더욱 그렇게 들렸던 것이다.                



▲ 아마도 이 순간엔 [타짜]의 곤이와 같은 이런 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개월 만에 각자의 길에서 설렘을 만들어내다

     

그리고 5월에 전주에 찾아와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4개월이란 기간 동안에 앵두나 나나 새로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게 되었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다. 앵두는 아예 청주에 자리 잡았고 충북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더불어 이땐 새로운 포부가 생겼던지 아주 재밌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건 바로 공간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때까지도 구체화된 얘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넌지시 공간을 열고 이런저런 마주침의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정도의 얘기만을 했었다. 

10년 전에 나는 수유+너머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그 당시엔 고미숙씨의 책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수유+너머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과 매우 이질적이면서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그래서 누구나 이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이질적인 존재들이 모여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실험들과 상황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공간 말이다. 그런 생각이 있었던 덕에 나도 아무런 부담 없이 가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가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앵두의 말을 듣고 있으니 ‘앵두가 만들려는 공간이 바로 수유+너머와 같은 공간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참 재밌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아무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모여 재밌는 일들을 기획해보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을 통해 고작 4개월이지만 1월과는 확실히 달라진 앵두의 모습이 보였다. 



▲ 지금 민들레는 성북쪽으로 이사했지만, 민들레도 열린 공간으로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4개월, 아니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3월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3월에 전주로 이사하게 되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임고반에도 들어가게 되면서 공부의 방향도 좀 더 명확해졌으니 말이다. 임용고시엔 비애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예전에 준비하던 기간 내내 한 번도 합격해보지 못한 비참함이 어려 있기에 이번에 새로 도전하면서도 기대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도전도 해보기 전부터 ‘이번마저도 실패한다면 내 인생은 끝이야’라는 비관적인 생각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내내 방황을 하며 한문공부가 재밌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맘껏 한문의 세계를 탐닉해 들어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행복이 절로 스며들어왔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 속에서 만났고 얘기를 듣고 있으니, 1월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더라. 희망이 한껏 부풀어 올랐고 앵두가 걸어가는 길, 그리고 만들 공간에 대해 맘껏 응원할 수 있게 되었고, 나 또한 내가 걸어가는 길,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어릴 수많은 감상들이 무척이나 기대가 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설렘은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이 어떠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내가 걷는 길에 미련이 없다면, 두 다리에 힘 가득 주고 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만나는 모든 인연, 닥쳐올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걸 충분하다는 걸 말이다. 설렘은 자신의 삶을 만족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다.                 



▲ 4월에 방황하며 방향이 잡혔다. 그래서 문을 연 건빵재. 나만의 서재이며 꿈이 영그는 공간이다.




마침내 임용이란 족쇄가 풀리다 

    

기어코 앵두는 8월에 넌지시 던진 그 얘기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고 개업(?) 떡을 주위에 돌리며 자신의 기쁨을 만끽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임용이란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참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임용시험은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다. 그간의 고군분투를 평가받는 자리였지만 나에겐 한껏 놀다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결과야 어떻든 그 자리에서 주눅 들기보다 그 순간을 만끽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임용, 너 생각보단 할 만했어^^

잉용이란 족쇄가 풀리는 순간에 당연히 앵두의 공간이 떠올랐고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약속을 잡았고 어제 그 공간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럼 이제부턴 건빵의 시선으로 본 ‘THE 앵두’의 탐방기를 담아보도록 하겠다. Coming Soon~



▲ 늦가을을 즐기며 오랜만에 상행선 버스를 탔다. 청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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