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은 헤겔을 끌어들이면서 변증법의 중요 특징을 세 가지로 얘기한다. 그중에 하나가 분석적이면서도 종합적이라고 얘기한다.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이다라는 얘기는 거슬러 올라가면 소크라테스가 제일 먼저 얘기를 했다. 이데아에 비추어서 사물들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냥 제멋대로 사물을 잘라서는 안 되고 이데아에 비추어서, 본성에 맞게 제대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다음에 그걸 하나로 모을 줄 알아야 한다. 종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변증가라고 부른다. 플라톤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여러 항목을 들어서 이데아론이 엉터리라고 논박한다. 어쨌든 플라톤이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이다라는 얘기를 할 때 이데아를 근거로 거기에 맞춰서 나눌 줄 알아야 하고 또 묶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도 한국 사회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단편적으로 그냥 제국주의적인 것도 아니고 식민지인 것도 아니고 그것들이 중첩돼 있다고 본다면 그걸 분석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식민지적 요소가 있고 어떤 점에서는 제국주의적인 요소가 있고 그래서 그것들에 대한 대응은 종합적으로 어떻게 하고 그다음에 세부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들을 따지는 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 것 없이 한국 사회는 제국주의다. 그러면 반제국주의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렇게 나와야 하고, 식민지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식민지 극복을 할 것이냐의 문제에 집중된다.
그러면 그 안에 있는 복합적인 형성 과정들, 구조들, 주체들의 여러 가지 형태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 방식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자기들하고 노선 다르면 갈라지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했을 때 한국이 가지고 있는 식민지적 잔재가 있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냐 하는 문제를 따져야 한다. 아무것도 아니고 사소한 흔적이다. 그러면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근데 미국과의 관계나 일본과의 관계 이런 걸 생각하면 그렇게 사소하게 넘길 수가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게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아니면,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도 독점자본주의화 됐고 현대 자본주의가 불가피하게 제국주의로 넘어간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제국주의의 본질적 측면, 약소국들한테 초과이윤을 빼오는 것이 어떤 형태로든, 공정한 관계든 아니면 착취 관계든 억압 관계든, 어쨌든 초과이윤을 뜯어오는 게 성장의 한 축이란 것이다.
분명히 제국주의적 성격을 한 면에서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 것 때문에 한국 사회는 식민지니까 그거 극복에 올인해야 해 하면서 후자를 묵살하면 한국 사회가 어느새 제국주의로 발전해 있는데, 한국 사회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그냥 내버려 두면 답이 안 나온다. 이것이 본질적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아직 제국주의라는 얘기를 꺼내기에는 너무 미약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하고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그 문제를 놓고도 본질로 다가가겠다는 사람들조차도 입장이 다르다.
실천적인 필요성에 따라서는 전 세계가 제국주의적인 피라미드 구조 속에 다 얽혀 들어가 있다고 보는 쪽이 있고. 그게 아니라 핵심적인 제국주의 국가는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EU 쪽의 국가들이 진짜 제국주의고 나머지는 그냥 거기에 예속된 변수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그랬을 때 예속 변수냐 아니면 나름의 또 제국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느냐. 그런 문제들을 놓고는 얘기하는 사람들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그게 다르면 계속 얘기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고 서로 상종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태까지 가면 문제다.
사태 자체를 놓고 그런 대립을 그래도 조금 넘어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게 분석이면서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째로 제국주의다, 아니다,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요런 요런 면에서 제국주의적이고 이건 우리가 이렇게 극복하자라고 얘기하면, 우리가 제국주의다가 아니라 제국주의적인 요소들이 이렇게 있다 하면 이야기가 훨씬 편해진다.
2023. 1. 7.
*위 글은 아도르노의 <변증법 입문> 번역자(홍승용)의 강의 노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변증법 입문>, 홍승용 역, 세창출판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