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오렌지
2025. 1. 21.
설 연휴 일주일 전쯤 떠났다.
일부러 명절을 피했는데도 공항은 시끌벅적했다.
가능하면 올해부터는 비행기를 적게 타자고 다짐했는데, 어쩔 수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좌석 운이 없었다.
환전을 해가려고 가져간 44달러 중 10달러를 넓은 자리로 바꾸는데 썼다. 이왕 돈쓰기로 한 거 기내 책자에서 본 싱가포르 누들도 주문했다.
나름대로 편했던 출국길 끝에 나트랑 공항에 도착했다. 야자수가 보이고 더운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여행자 모드로 돌입해서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가는 로컬 식당에서 소고기 쌀국수를 뜻하는 분 보(Bun Bo)는 보통 4만 동이다. 아침으로 반미 샌드위치를 먹으면 2만 동, 한화로 약 천 원 정도 든다.
해외봉사 어플로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는 테리네 가족과 연결될 수 있었다. 미리 받은 숙소 주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기가 무섭게 사탕수수음료를 팔던 아저씨가 골목 안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무거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집 안에 있던 아이가 얼굴을 빼꼼 밖으로 내밀었다. 가방에 있던 크레파스를 건네자마자 익숙하게 딸기와 오렌지를 그려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