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소하다

나무

by 한 율
사진: 한 율


어차피 닳아 없어질 거면서 말이다

왜 그토록 공들여 정교하게 소묘하지

그럴수록 더욱 빨리 닳 된다는 걸 잘 알면서


시시각각 소모하는 당신을 누가 제일 잘 아는가

뒷모습은 결국 모소할 걸 짓궂은 검은 그림자

미완의 그림 속에 선명히 나뉜 짙은 음영처럼


한없이 깊은 여백 사이에 놓인 좁은 틈

헤아릴 수 없음에도 무심코 건너다 빠질 것이다

아직도 형태를 채우려 애쓰는 당신에게 건넨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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