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서서 말랑한 복숭아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번개 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옛날 살던 빌라의 창문이 생각난다.
방음이 잘 안돼서
창문을 후드득후드득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 게 참 좋았는데
지금 집은 방음이 잘 돼서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쉬운 밤이다
섬광처럼 번쩍거리는 파란빛이
꽈광하고 우리 집에 들어서야
그때 비가 오는구나 하고 알아챈다.
그렇게 오늘 나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지독한 불안감과 고독을 홀로 견뎌내고 있다.
달고 말랑한 복숭아 먹으며
천둥 치는 하늘을
거실에 서서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냥 그런 어쩔 수 없는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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