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타파 궁여지책 <나를 깨우는 모닝루틴>
나는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이었다. 잠자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침에 개운하게 깬 적이 없다. 의무로 일어났고 의무로 몸을 움직이며 다녔다. 희미한 머릿속은 늘 안갯속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낮잠을 수없이 자도 마찬가지였다. 누적피곤, 무기력증이 심히 의심되었다. 갑상선은 이제 멀쩡하다는데도 매사에 그랬다. 육아란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맞다. 육아란 그런 것이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밤중에도 열심히 뛰어다닌다. 잠자면서 누워서도 두세 바퀴 360도 회전 구르기를 하고, 옆으로도 구른다. 발차기, 이불차기는 기본이다. 덥거나 추워도 깬다. 아기들이 계속 태어나면서 일찍 잠자리 독립을 시키지 못했다. 그도 걱정을 했지만 때 되니 알아서 자기 방을 찾아갔다. 괜히 걱정만 했다. 다 커서 엄마랑 자겠다는 아들은 없다. 크면 알아서 떠나가니 5학년 우리 셋째도 이제 곧 엄마 옆자리를 비워줄 것이다. 넷째가 태어나고 다섯 명이 누워 함께 잔 시절도 있었다. 자꾸만 뒤척이는 아이들 옆에서 자면 엄마는 밤잠을 못 잔다. 이불을 덮어주며 경계 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이다. 왜 아이가 이불을 차 내고 있는데 내가 한기가 드는 걸까. 이상도 하다. 자주 깨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밤중에는 깜깜하니 손으로 더듬더듬 이불을 찾아 덮어주고 칭얼거리면 안아주고 잠들다 또 반복되는 것이 엄마의 잠자리다. 유아기를 벗어나도 그런데 젖먹이 아기 때의 밤이란 말해 무엇할까.
젖먹이 아기를 안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수유를 하다 앉아서 잠든 날들이 얼마던가. 내가 유독 소파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소파는 아기 젖먹이 용이다. 나는 소파 생활을 하지 않던 사람이다. 굳이 집도 좁은데 소파를 놓을 공간이 없었다. 이사 다닌 집마다 그랬다. 그래도 1인용 소파가 늘 있었다. 수유를 위한 엄마의 소파였다. 밤중 수유를 하며 소파에서 보낸 밤들, 앉은 자세로 새벽과 아침을 맞은 날들을 생각하면 내가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정말 장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장만한 소파가 3인용 지금의 소파다. 지금은 빨래와 친한 소파지만 예전에 나와 참 친근한 밤샘친구였다.
나는 아직도 아이 둘과 함께 잔다. 아직도 아이들 이불 덮어주기 보초는 계속되고 있다. 반복되는 밤보초로 나의 수면은 엉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닝루틴을 결심했다. ‘미라클 모닝’이 인기라고 했다. 불면증을 타파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 미라클은 빼고 ‘모닝 루틴 만들기’로 정했다. 아침 기상 시간은 따로 없다. 새벽 알람이 따로 필요 없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멋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새벽에 너무 자주 깨니 필요가 없었다.
모닝루틴 만들기를 시작하며 나를 위한 아침 시간이 공짜로 생겼다. 새벽에 깨면 몸을 일으키고 기상 시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1년, 나만을 위한 새벽시간을 보냈다. ‘나를 깨우는 모닝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를 가꾸는 시간이 생겼다. 매일 한 줄 글이라도 적어 올렸다. 매일 긍정외침으로 나를 단련했다. 블로그 1년 후, 브런치에도 발을 들여놨다. 수다를 풀어놓을 공간이 늘었다.
새벽 기상시간이 처음에는 4시, 5시쯤이었다. 심지어는 2시 33분도 있었고 3시 대도 많았다. 지금도 몸이 깨워주는 대로 일어난다. 보통 6시 대에 일어난다. 밤잠이 늦어진 이유도 있고 수면의 질이 높아진 이유도 있다. 지금은 새벽에 일찍 깨면 고민한다. ‘잠을 또 깼어’가 아니라 ‘몸을 위해 조금 누워 있을까? 일어날까?’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잠이 많고 낮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그런데 머리가 맑다. 잠을 푹 자서 그런 것 같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는 시간은 독서와 글쓰기 시간으로 활용한다. 정해진 것이 아니지만 늘 넉넉하다. 책을 읽다 잠이 온다면 한잠 더 잔다. 그래서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까? 잠을 재워주기도 하니 말이다.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아침을 깨웠다.
<<나를 깨우는 모닝루틴>>
1 세탁기를 돌린다.
아이가 넷인 우리 집 베란다에는 빨래 무덤이 있었다. 새벽 기상을 시작하면서 무덤은 사라지고 소파 위에 빨래 산이 쌓였다. 이른 새벽 기상은 세탁과 건조까지 완벽하게 도와줬다.
2. 책 읽기 30분
2,30대를 책과 떨어져 살았다. 그러다 새벽독서를 시작하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시 독서’ 2년째. 질문을 던지고 책 속에서 답을 얻고 있다.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3. 하루 일정 짜기 10분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밥 준비하기 바빴던 나날들을 벗어던졌다. 밥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되어야 밥을 하기로 나와 약속한다. 밥일정, 하루 일과를 빠르게 정리 후 덮어 버린다.
4. 긍정외침을 한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나는 도전하는 사람이다.
나는 다 이루는 사람이다.
나는 용감한 사람이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존경받는 사람이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인내심 있는 사람이다.
나는 평화로운 사람이다.
긍정외침에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잘 안 되는 것들을 담았다. 매일 내 마음대로 외쳤다. 인내심과 평화는 내 단골 메뉴였다. 하루 종일 화가 펄펄 끓었었다. 그러던 나의 긍정외침에 어느 날부터 인내심과 평화가 사라졌다.
5. 블로그에 (위 내용을 포함해) 매일 글쓰기를 실천했다.
블로그는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거의 매일?) 블로그에 정말 감사를 드린다. 이웃님들께도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린다.
나는 아침을 깨우면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하나씩 연다. 나는 또 어떤 문을 열게 될까? 기대된다.
불면증은 싹 사라졌다. 머리가 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