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는 도시여자가 시골에 적응해가며 끄적이는 농부되기 프로젝트
인간은 36.5도
살아가는 데 적정한 온도는 20~26도
이를 위해 에어컨과 보일러를 풀가동하며 살아가던
도시여자는 시골에 적응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동물과 벌레라면 기겁을 했고
너무 더운 여름은 견디지 못하니,
추운 바람이 부는 날은 감기에 쉽게 걸리니,
양은 냄비 같은 체질을 탓하며
한여름과 한겨울엔 결코 외출을 하지 않던
그런 삶이었기에 시골살이는 그야말로 오랜 훈련이 필요했다.
시골에 간 지 얼마 안 되어
천장에서 툭 떨어지며 나를 반기던 지네에 놀라
천장만 올려다보며 살기를 몇 달.
샤워하다 들어온 호박벌에 기겁을 한 뒤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벌 출입구 찾기를 또 몇 달.
더우면 안 가고, 추우면 안 가기를 또 몇 년.
큰맘 먹고 논에 따라 나갔다가
손바닥만 한(확실하지 않음) 메뚜기를 마주하고 나자빠진 뒤
외출 거부를 또 며칠 하다 보니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서야 풍경이 뒤집혔다. 아니, 내가 뒤집혔지.
개와 고양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한낮의 열기로 달아오른 길바닥에 벌레가 있든 말든 철푸덕 주저앉아 바람을 맞이하고,
가을의 잠자리를 기다리는 삶이 되었다.
겨울엔 일부러라도 얇은 겉옷 하나만 걸치고 코끝이 얼얼해질 때까지 걷는다.
몸이 농촌을, 아니 사계절을 받아들이자 그제야 시골의 삶이 욕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야 농부를 꿈꾸기 시작한다.
조금은 낭만적인 농부가 되어볼까?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때에 맞는 글도 짓고, 농사도 짓는.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농부의 삶에는 분명, 메시지가 있다.
사계절에 발맞춰 걸어온 농부는 분명, 반쯤 철학자였다.
농사는 시간에 맞춰가는 삶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계절의 흐름에 같이 흘러가는 일이라서,
농부가 되려면 먼저 내 몸의 온도를 사계절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사계절을 살아야, 농부가 된다.
그리고 그 농부의 첫 걸음은 놀랍게도...
어떤 죽음에서 시작된다.(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