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중국,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라
많은 이들은 곧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패권 국가로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공부를 해보아도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그림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패배자처럼 행동하는 게 너무나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애국주의 청년들의 활동입니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교육을 통해 특정한 사고를 교육받은 청년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홍위병은 정치사회화 교육, 분노청년은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다. 홍위병의 사상적 무기는 사회주의(마오쩌뚱에 의해 변형된) 이론이고, 분노청년의 사상적 무기는 애국주의다. 이들은 교육 받은 사상에 따라 적을 찾아내고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차이가 있다면 홍위병의 주 공격대상은 자산계급이고, 분노청년의 주된 공격대상은 외국이라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 두 집단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중화주의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모두 서양을 폄하하고 비판하며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43쪽)
물론 중국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걸 왜 중국 정부가 선동하고 또 폭력을 휘두르라고 지시하는 것일까요? 패권 국가가 되는 순간 주변 나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경외하고, 심지어 심정적인 동조자가 될 텐데.. 굳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반발을 초래할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래 <그림>은 미국의 진보적인 연구기관 Pew Research가 시행하는 "대중 우호도 조사" 결과를 보여주는데,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녹색 막대)의 비율이 역사상 최저 레벨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는 일본(87%)과 호주(86%), 그리고 미국(82%) 순서였습니다.
오랫 동안 이 의문을 풀지 못했는데, 최근 발간된 책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덕분에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2021년 9월 국제정치학자인 할 브렌즈와 마이클 베클리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그들은 이 기고문에서 ... "강대국들 간 전쟁은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신흥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라며 "1914년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1941년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일본, 그리고 지금의 중국이 모두 같은 처지"라고 서술한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169쪽)
즉 신흥 강대국의 파워가 계속 강화될 때에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처럼, 패권국에 맞설 수 있을 때까지 대결을 미룬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패권국의 동맹세력에 포위되어 쇠퇴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부각될 때 현재의 역량을 집중해 모험주의적인 전쟁을 시도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바심을 느끼는 중국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왜 중국이 조바심을 느끼는 것일까요? 트럼프 대통령 이후 심화되는 중국에 대한 경제재제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트럼프 이전에도 중국의 이상 행동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것만이 모든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청훤 작가의 답은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중국 특유의 후커우 제도로 인한 '낮은 교육 수준' 문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구의 가파른 감소가 그것입니다. 일단 중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중국"이라는 명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다뤘으니.. 오늘은 인구의 가파른 감소에 집중하려 합니다.
중국정부는 2020년 인구가 약 1,173만 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9년 출생인구 1,464만 명에 사망인구 998만 명을 제외한 467만명이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0년의 출생인구는 1,200만 명이었으니, 한 해 동안의 사망자가 단 27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자가 2019년(998만 명)의 2.7%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192쪽)
중국의 통계조작이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이제 막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 올라선 중진국인데..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중이라는 것을 애써 부인했던 것 같습니다. 이 인구조사 발표 이후 '3자녀' 허용 정책이 발표되고, '사교육 전면 중단' 같은 정책이 시행된 것을 보면.. 어지간히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물론 한청훤 작가의 주장처럼, 중국이 모험적인 군사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중국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독서의 기쁨은 물론 새로운 지식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아래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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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