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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11. 2022

아시아의 힘6 -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제조업 육성

수출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퇴출, 실적이 나오면 행정지원 및 저금리 대출!


지난 시간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드렸으니,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해야 제조업을 육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지난번 글을 못 본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아시아의 힘 - 저소득 국가가 비상하는 3가지 방법

아시아의 힘2 - 토지개혁이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아시아의 힘3 - 감사합니다! 라데진스키 박사님!

아시아의 힘4 - 토지개혁의 대가는?

아시아의 힘5 - 제조업, 성장의 Key F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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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나 농업이 아닌, 제조업의 육성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제라는 것을 파악했다 해도.. 한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어떻게 제조업을 육성할 것이냐는 방법에 대한 것이죠(135~136쪽).


정책수립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기업적 역량을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특히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제조업으로 유도하는것이다. (중략) 모든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정부들은 일정한 단계에서 자국 제조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거둔 성공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처참한 실패는 작은 정책적 차이로 좌우됐다.

그중 가장 중요한 차이는 내가 말하는 '수출 규율의 존재 혹은 부재다. 수출 규율은 정책적으로 수출을 강제하고 국제적인 경쟁에 직면하도록 해서 보조금과 시장 보호정책을 제공하는 국내 제조기업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측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조기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수출 실적에 좌우된다.
국제 영업은 성공적인 정부가 육성한 제조기업이 세계 기준에 접근하고 있는지 여부 그리고 생존 가능한 철강회사나 자동차회사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효율적으로 투자했는지 여부를 말해주는 검증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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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한국의 경제위기와 극복 - '8.3 사채동결' 조치")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출 실적만 내면 한국 정부는 '노터치'했습니다. 반대로 수출실적이 나지 않으면, 정부는 단호하게 행동했습니다. 율산그룹이나 국제상사 등 가파르게 성장한 대기업이라도 용서 없었죠("대한민국 금융잔혹사2 - 율산그룹 이야기"). 


당근만 먹여서는 말이 살찔 뿐, 체력이 개선되어 세계적인 경주에서 입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적어도 채찍을 휘두르는 데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악독했습니다(136~137쪽). 


한국의 경우 기업들은 매달 수출 실적을 정부에 보고해야 했으며, 그에 따라 융자 금액이 정해졌다. 대만의 경우 보조금부터 환율우대까지 모든 수단이 수출을 촉진하는 데 동원됐다. 동북아시아의 정치인들은 뒤이어 두 번째 개입, 즉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을 도태시킴으로써 산업정책의 성과를 높였다. 이 일은 성공적인 기업과 강제로 합병시키거나, 국영 금융 시스템을 통해 자본을 회수하거나, 제조업 허가를 정지하거나, 파산이라는 궁극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을 뜻했다. (중략)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은 승자를 고르기보다 패자를 걸러냈다.

일본은 일찍이 1930년대에 독일의 관행을 연구한 후 합병을 통해여러 제조업 부문을 '합리화'하기 위한 정부기관을 만들었으며, 2차대전 후에도 비슷한 기관을 재설립했다. 한국 정부는 부진한 기업들을 더 직접적으로 다스렸다 1960년대 중반의 10대 재벌 중 대다수는1970년대 중반까지 강제 합병과 파산을 통해 사라졌으며, 신규 10대 재벌 중 절반이 80년대 초반까지 사라졌다.

이제는 외국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 중에서도 삼호, 개풍, 동립, 신진, 동명 등 오래전에 사라진 전후 재벌 그룹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대우, 한보, 한라, 삼미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은 아시아 금융위기 때 협상과 명령 절차를 거쳐 도태됐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1970년대와 1980년대에정부의 직간접적인 보조를 받아 대여섯 개의 제조사가 설립됐다. 그러나 이후 30년 동안 대다수가 제거됐다. 지금까지 생존한 순수 한국자동차회사는 (기아를 자회사로 둔) 현대뿐이다. 그래도 최후까지 살아남은 현대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자동차회사로서 빠르게 성장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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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저금리와 강한 규율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행정적 지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138쪽).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세 번째 개입은 성공적으로 수출하는 제조기업들에게 엄청난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국가는 국내시장 보호와 대출에 더하여 기술 획득 부문에서 중요한 지원을 제공했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정부는 다양한 단체 교섭 작전을 통해 종종 자국시장에 진출하는 대가로 외국기업이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해 해외 기술을 획득했으며,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공 혹은 민관 합동연구계획을 수립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50년대 말 일본 통상산업성(통산성) 사하시 시게루 국장이 최대 5%의 로열티를 받고 자국기업들에게 기술 라이센스를 내주지 않으면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IBM에게 엄포를 놓은 일을 들 수 있다. 사하시는 해마다 일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컴퓨터의 대수에 대한 '행정 지도(정부 지시의 완곡한 표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급성장하는 일본시장에 간절히 진출하고 싶었던 IBM은 요구를 수용했다.

국내 제조업에 대한 전폭적인 행정적 지원은 일본의 통산성, 한국의 경제기획원, 대만의 산업개발국, 중국의 국가개발개혁위원회 같은 단일 정부기관에 주요 산업 및 해외 교역정책 결정이 집중된 데 도움을 받았다. 


최근 중국의 공공연한 기술도둑질도.. 유구한 동아시아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은 80년대 그 유명한 반도체 협정을 계기로, 메모리용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는데..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기 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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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포스코 사례를 통해, 한국의 따라잡기 전략 실행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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