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施한 일기 4
한때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이 멋있게 보였어요. 저렇게 쓰면, 있어 보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쉬운 얘기를 어렵게 쓰는 것도 재주구나, 라고 말이지요. 폼생폼사, 괜히 어렵게 살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어떻게 해야 쉽게 살까. 굉장히 어려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쉽더라고요. 여태껏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갔던 거죠.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바람이 등 떠미는 대로 흘러가보기로 했어요. 처음엔 두렵더라고요. 마치 행글라이더를 처음 타는 사람 같았어요. 그런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곧 순항하더군요.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지상의 개미 행렬까지 보였어요.
겨울 같은 가을이 깊어지고 사색의 강은 달빛 받아 은은해졌어요.
오늘 밤은 당신만 생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