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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pr 06. 2023

결혼공부는 누가 좀 안 시켜주나요?

결혼지옥사유: 결혼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음

오랜만에 친한 언니들과 만나서 식사를 했다. 여자들이 모이면 입에 달린 모터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이 시간이 지나면 돌릴 수 없는 모터이기 때문이다. 또래 엄마들이랑 만나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면 아이 이야기부터 배우자, 더 나아가 시댁 이야기까지 가정생활에 대한 온갖 썰들을 풀게 된다. 그날의 수다에서도 역시 가족에 대한 주제를 빠트릴 수가 없다. 가정에서 생기는 이런저런 고충과 푸념들을 약간의 투사와 잘 버무려 브런치와 함께 맛있게 먹어댔다.      


행복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대화 중 한 언니가 이런 말을 던졌다.     

“사람들이 결혼을 왜 하는지 아냐?”

“무지(無知)해서 하는 거야. 무지해서. 결혼이 뭔지 진짜 알면, 못해~.”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모두 눈만 뻐끔대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끄덕 아래 위를 오가며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힘든 일인데 우린 어떻게 결혼을 결심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순간 한 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너무 공감이 되서 더이상 붙일 말도 없었다. 결혼 후 겪어온 고난과 역경을 모두 알았더라면 결혼은 선뜻 선택하기 힘든 사회제도이다. 내일 어떤 일이 올지 모르니까 살 수 있는 것처럼, 결혼도 행복을 꿈꾸니까 하게 되는 것이다.     


언니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무지해서 용감했다. 우리의 지난 행보를 통해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지면 용감해진다는 사실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앞을 못 보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30대, 40대가 되면 최고의 짝을 기다려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결혼선택이 어렵다. 그 외 또다른 이유는 머릿속에 든 게 많아져서 결혼 후 내 삶이 빤히 그려지는 능력치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지했기에 용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결혼인 건 맞다. 그런데 무지해서 힘들었다. 결혼에 대해서 미리 좀 알았다면 내가 대비하고 대처해보려는 요량이라도 부려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생으로 때려 맞은 결혼 후폭풍은 내 영혼의 아름다운 대지를 싹쓸이해 버렸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평생 가정과 사회에서’ 공부‘에 대한 직˙간접적 압박을 받으며 산다. 그런데 왜 학습에 대한 공부는 그렇게 강조하면서, 결혼에 대한 공부는 강조하지 않는걸까?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도 다 잘 먹고,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정작 잘 먹고, 잘 살러 들어가는 길에서 잘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공부는 교과서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배워야 하는 대략의 커리큘럼이라도 있다. 배우고 기억하고 직접 해보면서 공부력이 상승한다. 그 루트가 반복될수록 더 쉽게 잘 되고 나중엔 혼공(혼자 하는 공부)도 원활해진다.           

그런데 결혼은 맨땅에 헤딩이다. 처음부터 독학으로 나간다. 처음부터 자습이다. 얼마나 많은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인가?


결혼 후 나타날 수 있는 부부의 마음 상태


출발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결혼에 대해 들여다보고 노력하면 A로 가지만, 그냥 살면 B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저 인간이랑 몸은 붙어 살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어져간다. 막대의 사이는 서로를 향한 사랑의 온기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붙지는 않는다. 완전한 합체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사이에 사랑의 온기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잘 사는 길이다.                    

결혼 독학.     

10년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혼을 독학했다.     


1년을 1페이지라고 생각하고 365문제가 들어있다고 친다면 나는 페이지당 300문제를 틀리며 살아온 것 같다. 독학은 너무나 어려웠다.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틀린 문제를 또 틀리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결혼문제집의 가장 큰 핵심 포인트를 찾아냈다. 그건 바로 '사람'이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니 나의 결혼 생활은 B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온기라고는 느껴지지도 않고 넓디넓은 마음의 거리 사이로 찬바람만 휑휑 불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결혼 당사자인 나와 남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그러니 우리가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몰랐다.     


수동적인 신데렐라보다 주체적인 내가 되어 스스로 내 결혼의 해피엔딩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결심을 했다면 내 결혼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관심 가지기 시작하면 된다.      


그게 결혼 행복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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