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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Mar 23. 2020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4탄

처음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이야기

** 이 시리즈는 정보제공에 대한 글이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경험담입니다만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생각정리와 참고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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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1탄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2탄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3탄


겨우 하루 본거긴 해도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서울에서 딱 두 군데였다는 것이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러다 집을 아주 못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와서 사실 나는 두 집의 단점을 외면하려 했었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본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공간만 좁을 뿐이지 교통이나 주변 시설은 좋아서 사실 이 곳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2년 사이 주변 전셋값들은 올랐고, 졸업한 동생이 같이 머물게 되면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긴 가야 했다.


서울에서 집을 안 구해도 되니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만 한번 찾아볼까도 생각해봤는데 한 시간 안에 드는 곳들은 환승이 복잡한 데다 어디든 역 주변은 매물이 없어서 다른 지역까지 찾아본 게 무색해졌다.


혹시나 내가 못 찾은 게 아닐까? 집토스*나 아예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집토스에 상담 신청을 하니 2월 중순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지 매칭 된 중개사분의 연락이 한참 동안 연락이 없어서 그 사이 다방을 통해 많은 중개인들에게 연락을 다시 해보았다. 전화로 상담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격이 현재 전세 시세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알아본 곳들은 강남 2호선에서 그래도 가장 시세가 낮다는 서울대 입구역부터 봉천, 신림, 신대방역까지 였다. 그 뒤로 (구로 디지털단지로) 가면 머무는 직장인들이 많아 전세는 거의 없다고 중개인 분에게 얘길 들었고, 대림은 아무도 가는 것을 권유하지 않았다. 중개인의 말은 양날의 칼 같아서 어디까지를 믿고 어디까지는 걸러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어려웠다.


*집토스: 세입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혁신적인 서비스인데 보통은 우리가 플랫폼을 통해 매물을 보고 있는지 확인한 후 찾아가는 방식이지만 집토스는 원하는 가격과 조건 (지역, 투룸, 2층 이상 등)을 말하면 역으로 그 지역에 조건에 가능한 매물을 찾아서 알려주는 역제안 방식으로 서비스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개인을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내가 만약 중개인이 그렇게 얘기하길 그 동네 시세가 최근에 급하게 올라갔대. 이렇게 말하면 십중팔구 '그건 어디까지나 중개인의 얘기고'하는 소리를 들었고, 사실 나도 이게 정말 사실일까 의심은 되었지만 정답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백 퍼센트 신뢰가 어렵다고 해도 가장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중개인이었고 그 말속에서 진실된 이야기만 건지는 건 쉽지 않았다. 요즘은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유튜브에도 블로그에도 기사에서도 많이 있어서 예전보다 나은 조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전세사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그래도 배우는 것과 실전은 처음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너무 먼 이야기다.


일단 시세에 대충 감을 잡고 나서 나는 알아볼 지역을 관악구에서 더 넓히기로 했다. 어쨌든 현재 목표는 사무실과 가까운 집을 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2호선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인 서울을 노리던 고등학교 때가 오버랩되었다. 사실 여러 지역으로 넓히는 게 좋은 전략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오히려 한 곳에서 괜찮은 매물이 나길 기다리거나 좀 더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얼마 안 남은 전세계약 기간을 생각하면서 혹시나 대출을 받게 된다면 혹시나 집이 좀 더 일찍 나가게 돼서 조율을 해줘야 된다면 하는 만약의 상황을 보았을 때 가능한 모든 걸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너무나 싱거운 말이긴 하지만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삼 자기 일 하면서도 너끈히 새집을 구해 이사 갔던 주변 인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대단함을 느꼈다. 아니면 나만 이렇게 피곤한 걸까? 하찮은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경제적 자산 외에도 발품을 팔 시간적 육체적 자산 또한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아웃소싱(?)과 중개인과 전화를 통해 가능성 있는 매물을 보는데 집중했다.


여기서 아웃소싱은 위에서 얘기한 집토스 같은 것이었는데, 비슷하게 먼저 제안하면 가능한 집들을 역 제안해주는 서비스가 두 개 정도 ('모두의집'이라는 서비스가 있었고,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더 눈에 보였다. 모두 신청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이런 플랫폼은 에어비앤비처럼 제공자-소비자 두 그룹이 필요한데 아직 소비자에 비해 제공자인 중개인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이건, 아주 사소한 부분이겠지만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의 우리 프롭 테크**의 전망은 밝구나 생각했다. 집토스에서는 연락을 받았는데, 다른 부동산 중개인과 확실히 다른 점은 정확히 원하는 조건에 맞는 것만 찾아준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상의를 한 뒤 조금 가격을 올리거나 조건에서 하나를 누락시키거나 그런 것 없이 정말 있는 그대로를 알아봐 주셨고, 없으면 없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주시며 혹시라도 매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겠다 하셨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연락은 없었다.


**프롭 테크 : 부동산 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통틀어 부르는 용어. 직방, 다방, 피터팬 같이 부동산과 관련된 매물을 중개하는 것부터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굉장히 넓고 큰 자금이 흐르는 시장이다.


며칠 후 나는 전세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 사이 알아본 집들과 대출을 알아보며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하다간 10탄이 그냥 넘어가버릴 것 같아 이만 집을 구하는 이야기는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집을 보고 중개인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기간은 2주 하고 조금 더, 통화한 중개인만 20명이 넘었을 것이다) 집을 구한 이야기를 끝으로 다음 편에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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