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주 Apr 01. 2020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5탄 (끝)

처음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이야기

** 이 시리즈는 정보제공에 대한 글이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경험담입니다만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생각정리와 참고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이전 편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1탄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2탄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3탄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4탄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어도 항상 서울은 어려운 곳이었다. 가격과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을 확인했을 땐 더 그랬다. 내가 들었던 수많은 얘기들 '반지하는 가지 마',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아. 이동이 쉬워야 해', '다가구는 안되고 꼭 다세대로 알아봐.' 들어도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조언들을 수용하기 위한 곳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무언가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3주 동안 집을 알아보며 실제로 집을 보러 간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작정 찾아간 처음을 제외하고는 바로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구체적인 것들을 확인했다. 그럴 것이 매물이 있어도 집을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보통 위반 건축물일 확률이 높고, 다가구 주택은 보증보험에 들 수 있는 조건이 아니면 걸러내기로 했다.


한 번은 정말 괜찮은 조건의 집을 찾았다가 나중에서야 그게 위반건축물인 걸 알게 된 적이 있었다.(사실 대출을 받으면 위반건축물은 대출이 안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대출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을 해놓긴 하는데 이렇게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집주인이 바로 옆 건물에 살고 있고, 목사부부가 살고 있던 그 집은 깨끗했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부동산 중개인은 그런 신뢰가 없으면 집을 어떻게 구하냐고 했지만 계약과정이 너무나 온전해 보여도 사기를 당하거나 전세금을 떼이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그런 신뢰가 나에겐 그닥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전 집을 구할 때는 고민하다 들지 않았지만 전세보증보험**을 이번에는 들어놓고 싶기도 했다. 비용이 조금 들어도 사는 동안 걱정 없이 지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는 동안이라기보다는 나갈 시기에) 특히 성격이 좋지 않은 임대인을 만나게 되면 사이가 안 좋아질 확률이 높고 나가기 전 혹시나 계약 만료일을 맞추지 않는다거나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은 시기에 걱정할 게 늘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 전세보증보험: 말 그대로 임대인의 신용이 좋지 못하거나 역전세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 네이버 지식백과) 일 때 보증보험사에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


그런데 집을 알아보면서 깨달은 또 다른 사실은 실제로 보증보험 조건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금 보증은 SGI 서울 보증보험과 HUG 전세보증보험 두 곳에서 해주고 있는데 조금씩 조건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둘 다 공동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집의 가치를 산정한다. 공동주택 가격은 서울의 전세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지 시세와 큰 차이가 있었다. 시세에 맞춰 주택 가격이 같이 올라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공동주택 가격: 건설교통부 장관이 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 등의 공동주택에 대하여 매년 공시기준일(1월 1일) 현재 적정 가격을 조사·산정하여 공시한 공동주택의 가격 (네이버 지식백과)


이때쯤 또 알게 된 건 다가구주택이 아주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다가구나 단독주택은 피하라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가구주택도 보증보험 지원이 된다. 문제는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을 따지는데 세대당 개별적으로 주택 가격을 계산하는 다세대와 다르게 다가구는 가구가 여럿이니 내가 들어가기 전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전세금을 합친 금액과 나의 전세보증금 합이 주택 가격의 1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다세대주택이건 다가구이건 전세 보증금을 주택 가격 150% 안을 맞추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의를 통해 '반전세'로 주택 가격에 보증금을 맞추고 차액을 월세로 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월세는 부담이 더 크고 임대인도 바라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것으로 만족을 하려 한다면 다세대 빌라나 주택을 찾는 것이 나아 보였다.


애초에 봤던 관악구를 뒤로 하고 강변을 지나 건대가 있는 광진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집을 보러 갈 때부터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보인 한강 경치가 멋져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런 풍경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무실 위치는 언제 또 바뀔지 모르지만 일단 사무실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 집은 나온지는 조금 되어서 이전에 한번 계약을 하려다 전세금 천만 원을 임대인 낮춰줬는데도 대출이 제대로 안되어서 한번 계약 파기가 된 집이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덕분에 천만 원 낮아진 가격으로 집을 보게 되었고 조건이 나쁘지 않아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일단은 등기부등본은 깨끗하고 말소시킬 선순위 채권도 없었다. 보증보험이 되는지 물어보니 안 될 것 같다고 중개인도 말했고, 실제로도 조건이 맞지 않아 고민을 했지만 HUG는 계약기간 1/2이 지나기 전에만 신청을 하면 되어 시간이 조금 있다. 그 사이 주택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확인하겠지만 오른다고 해도 가능성이 적을 정도로 사실 차이가 많이 난다. 대신 보증보험의 조건 제한이 조금씩 풀리고 있기는 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건물은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인데 지금까지 본 다른 어느 곳보다 넓은 거실과 다용도실로 활용할 수 있는 베란다가 있었다. 중간에 리모델링을 해서 내부는 깨끗한 편이었고, 낮은 주택가라 해를 가리지도 않고, 거실 쪽 창문이 마당을 향해 나 있어서 빛이 잘 들어오는 것도 좋았다.


중개인은 낡은 부분이나 깨진 현관 바닥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집주인에게 수리할 것을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동네가 조용하고 가장 큰 길이 2차선 도로라 소음이 적었다. 무엇보다 동생과 같이 살만큼 공간이 있었고 거실에 빛이 잘 들어와서 들어와서 보자마자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래되어 낡거나 깨진 부분을 보수까지 다 해주신다고 하니 그 날 바로 가계약을 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계약한 그 집으로 이사를 했고 아직 정리해야할 것들이 많긴 하지만 살고 있는 중이다. 


길게 느껴졌던 전셋집 구하기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집을 알아보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기도 했지만 그만큼 부족했던 나자신을 알게되었고, 2년전에는 어떻게 이렇게 모른 상태로 집을 구했을까 화끈했던 적이 많았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2년의 유예기간 후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같은 일을 반복할텐데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더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년 후의 나에게 기억을 되살리는 워밍업을 그리고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부디 조금은 익숙하게 시작할 수 있는 간접경험과 작은 공감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4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