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구두를 좋아했었지.
빨간색이든
분홍색이든
예쁘지 않은
발이지만
또각
또각
정확하게 걸으려는
모습이
내 마음에 들었지.
하지만
그 친구에겐
절대 구두를 선물할 수 없었지.
구두를 선물하면
헤어진다고 두려워했었거든.
소박하게
낡은 구두를 신고서도
지하철에서 산
만 원짜리 샌들을 신고서도
너는
주머니를 다 털어 사고 싶은
그런 웃음을 내게 보여주었지.
분홍 구두는 굽이 닳아
약간 비뚤어졌지만
너의 걸음걸이는 똑바르게
나를 향해 왔지.
똑 똑
똑 똑
땅에 닿는
너의 발이
비가 내려도
젖지 않을 만큼
설레임으로
바람 부는 오월에
내 시야에 들어왔지.
그 친구
구두를 잘 신었었지.
구두가 잘 어울리는 친구였지.
잘 웃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동그란 구두에 비친
마음은 이미 운명을 향해
웃고 있었지.
늘 여리고
구두에 그려진
주름 같은 그늘도
하나 없던
니가
두려워만 하던
헤어짐을
그 정확했던 걸음으로
스스로 걸어가게
될 줄이야.
지금 나는
밝은 쇼윈도의
예쁘게 손짓하는
구두들 앞에서
상념에 잡혀
잠시나마
사고 싶었던
구두와
이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러진 구두굽처럼
나의 마음도
나의 추억도
쓸모없게 되었지만
구두를 좋아했던 친구
그 단촐한 걸음걸이처럼
깨끗하게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보면
니가 생각난다.
바로
오늘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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