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껏 늘 너와 관련된 사건들을 줄줄이 늘어놓았었어.
단 하나라도 빼먹을 수 없다는 듯, 네 글을 쓰는 날이 오면 너를 가만히 쳐다보며 과거를 회상했지.
그런데 오늘은 문득 사건이 아닌 그냥 웃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더라.
나는 너만 보면 웃음이 나.
팍팍한 세상 속, 늘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을 걷는 나는 그토록 좋아하는 하늘도 못 보고 잠이 들 때가 많은데 말이야.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맞서 싸우다가 몸이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너를 보면 미소가 지어져.
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스르르 잠드는 그 순간,
네가 배를 보이고 데려가도 모를 것처럼 자는 그 순간,
내가 밥 먹을 때 나도 한 입만 달라며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순간,
간식 하나 입 안에 쏙 넣으면 먹방 찍는 것처럼 잘근잘근 맛있게도 씹어먹는 그 순간,
맛있는 냄새가 나면 부리나케 쫓아와 코를 킁킁대는 그 순간,
의자에 앉은 내 다리 위에 있어야겠다며 올려달라고 칭얼대는 그 순간,
산책을 하면서 잘 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
네가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세어보자면 온 우주를 다 합해도 말할 수 없어.
입에 침이 마르고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가 되어야 네 이야기를 끝마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벌써 네 이야기로 32편을 쓰고 있잖아.
텔레비전이나 책 등 여러 곳들에서 자꾸 웃으라고 하는데, 나는 ’맞아. 웃어야지. 하하!‘하고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 순간이 지나면 곧 웃음을 잃었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내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해.
이렇게 또 나를 웃게 만드는 존재가 있을까?
우리 부모님도 나를 보고 이렇게 웃지는 않는데 말이야. 내가 자식을 낳아도 그럴 거 같지는 않거든.
나는 웃는 강아지들을 많이 봤는데, 너는 잘 웃는 편은 아니야.
정말 신이 나야지만 웃는 거 같더라고.
예를 들어, 완전히 만족할 만큼 산책을 하고 또 산책할 때의 날씨가 네 마음에 쏙 들었을 때.
가족과 다 함께 산책을 갈 때.
웬만한 맛있는 음식으로는 잘 안 웃는 거 같아.
배떼기가 불렀지 아주!
맨날 맛있는 것만 먹으니 감사한지 모르는 게야!
그래서 난 네 웃음이 귀해.
그래서 내가 더 네 앞에서 웃는 거 같기도 해.
내가 웃어야 네가 더 웃지 않을까 해서.
무표정으로 쳐다보다가도 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웃고, 신나는 텐션을 억지로 끌어올려서 네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하기도 하지.
네가 사는 동안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의 사랑을 매일 풍족하게 느끼며,
날마다 웃음이 아깝지 않도록 웃고,
새어나가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나를 보며 기뻐했으면 좋겠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동시에 꼭 드는 생각이 있어.
어찌 보면 한 마리의 동물로 그치는 너라는 존재도 내게 이렇게 귀한데, 내가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는 얼마나 소중할까.
우리 부모님에게 나는 얼마나 소중할까.
그래서 나는 날마다 더 노력해.
열심히 살려고가 아닌, 매일 행복하려고.
내가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내가 행복하게 살길 바랄 테니까.
그러니 우리 행복하자!
너도 나도 우리 가족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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