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이다
술이 미련하게도 기억을 불러
추억의 자리를 준 것은
옮기는 걸음마다
그 때가 그리고 그대가
없는 곳 없다
골목은 원근처럼 좁아져
벽에 긁힌 팔꿈치마다
쓰라림에 인상 짓는
지랄같은 몸부림
막다르지 않고서는 끝이 없고
돌아섬도 없다
그리운 그 때가 그대가
저 끝에 서 있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그리워한 것이 그 때였는지
그 때의 그대였는지
배고픈 내글레리아 파울러리처럼
망각을 산소처럼 호흡하고
기억의 공간을 밀어 무너뜨리고 나니
원근처럼 멀어져가는 희미해진 시야에
소실된 그 때는 그 때의 그대는
상관없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