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기대감에 들뜬 사파에서의 하루
7박 8일 베트남 여행
하노이(1일) - [사파(3일)] - 닌빈(2일) - 하노이(2일)
[여행 일정]
06:00 라오 카이(Lao Cai) 도착
08:00 사파 도착 (승합차 이동)
09:00 호텔 체크인 (Vista Hotel)
14:00 늦은 점심
16:00 함종산(Ham Rong Mt.) 등산
18:30 사파 성당에서 예배
20:00 저녁 사파 피쉬
22:00 호텔 복귀
오... 개꿀잠.
야간침대기차... 생각보다 매력있어요.
뭔가 어렸을 때 수련회 온 느낌이네요.
소곤소곤 얘기나누는 것도 재밌어요.
와이프는 생소한 곳에서 잠을 못잔대요.
거짓말이었어요.
와이프도 잠을 너무 잘 잤대요.
스스로도 놀라는 중이에요.
아침이 되면 기상방송이 나와요.
아주머니들이 방문을 두드리며 깨워요.
"모닝 커피~?"
관광객이 있는 곳에 장사꾼은 항상 있어요.
저도 모닝 커피 좋아해요.
하지만 우린 돈을 아껴야 해요. 흑흑.
여기가 라오까이 역이에요.
다들 트레킹하러 가요.
이제 현지인 친구들도 없어요.
와이프랑 저랑 둘만 남았어요.
흐흐흐흐... 이상하게 두렵지 않아요.
뭐 별거 없어도 둘이 히히덕거리며 장난 놀아요.
그렇게 꽁냥꽁냥 소꼽놀이 해요.
와이프와 함께면 어디서든 행복해요. 헤헤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봐요.
첫 미션은 라오까이역에서 사파로 이동하는 거에요.
역 앞에는 여러 승합차들이 대기하고 있어요.
숙련된 솜씨로 호객행위를 해요.
다들 영어를 잘 해요.
저희는 버스를 타고 가려 했어요.
역을 나오면 왼쪽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어요.
1시간에 1대씩 있네요.
아.. 30분을 기다려야 해요.
이때 한 아주머니가 은밀한 제안을 해요.
"미니밴 투 사파, 5달러!"
음? 꽤 비싼대?
본격적인 흥정을 시작해요.
"비싸! 저 버스는 1.5달러잖아."
참고로 버스 요금은 28,000동이에요.
그때 또 다른 아저씨가 은밀한 제안을 해요.
"우리 지금 출발해! 너네 50,000동만 줘"
"오! 그럼 가자! 콜!"
승합차를 탔어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승합차인가 봐요.
이미 여행객들로 가득차 있어요.
와이프하고 저는 꼽사리로 껴서 타요.
아.. 안전벨트가 없어요.
저는 안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치면 아프잖아요.
안전벨트 대신 빵빵한 가방을 끌어 안아요.
라오카이(Lao Cai)에서 사파(Sapa)로 가요.
굽이굽이 빙글빙글 산길로 이동해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대요.
주변에 보이는 경치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얼마 전에 사파에 홍수가 났다는 얘길 들었어요.
지난 주에는 산사태 때문에 사파에 갈 수 없었대요.
다행히 도로가 복구되서 저희는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산사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에요.
인명피해는 없었는지 걱정이 돼요.
자연재해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대요.
일본 같이 재난 대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
큰 태풍이 와도 금방 복구할 수 있어요.
인프라가 약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번의 태풍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요.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를 얘기하면서
"The most needed get the least,
The least needed get the most"
라며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한 적이 있어요.
돈이 가장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적게 벌고,
돈이 별로 필요없는 부자들은 돈을 많이 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은 어떤 걸까요?
부자가 빈자에게 자선을 베푸는 사회?
능력대로 인정받는 사회?
연대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사회?
나름 고민을 해보지만 아직 잘은 모르겠어요.
평생 고민해 봐야 할 숙제에요.
산사태 복구 현장에서 사람들이 안전장비는 커녕
변변찮은 장비도 없이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하찮은 생명은 없어요.
돈이 부족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건 참 슬프네요.
제가 뭘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요.
여전히 답은 하나에요.
제가 지금 기여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렇게 또 금방 잊고 저는 제 삶을 살아갈 거에요.
누군가를 한 순간의 동정심으로 돕기는 쉬워요.
저는 작은 도움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이 때문에 제 스스로가 도움을 지속할 수 없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는 나서지 못해요.
다만 이런 생각들이 성숙하고
제 능력과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의 범위도 넓어질 거라 믿어요.
갑자기 얘기가 샜네요.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파에 도착했어요! 싸파!
사파에 도착하니 아침 8시에요.
배가 고파요. 아침을 못 먹었어요.
야간열차를 타서 그런지 졸려요.
비도 촉촉히 내려서.. 추워요.
춥고, 배고프고, 졸려요.
그리고 못 씻어서.. 냄새나요.
일단 호텔로 가요.
저희는 Vista Hotel을 예약했어요.
사파에서는 조금 외곽에 있어요.
사파 성당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에요.
와이프가 전망 좋은 호텔로 가고 싶대요.
와이프는 이런 요구할 때 되게 적극적이에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저는 굉장히 능력있는 남편이에요.
이러니 아내한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나봐요.
침대에서 눈만 뜨면 산들이 똭! 구름이 똭!
참고로 가격은 1박에 4만원대에요.
호텔에 도착한 건 아침 9시에요.
배낭이라도 놓고 갈 심산으로 들렀어요.
오잉? 그런데 저희 방에 손님이 없대요.
바로 체크인 가능하대요.
하늘도 저를 도와줘요.
비행기타고 야간열차타고 이동하느라 힘들었어요.
방 안에서 샤워를 하고 한 숨 자요.
오후 2시쯤 일어났어요.
수면 부족은 해결했어요.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에요.
역시 본능을 충족시키는 일이 가장 기뻐요.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이리저리 헤매봐요.
초행길인데 뭘 알겠어요.
헤매다 보니 배만 더 고파져요.
일단 눈에 띄는 곳에 들어 가요.
오늘은 운이 좋으니 운에 맡겨요.
'레알 베트남 요리'라고 간판에 써 있어요.
우선 베트남 기본 요리로 시작해요.
쌀국수! 포?보!
볶음밥! ... 뭐였드라
스프링롤! ... 스프링롤!
사파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해요.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어요.
여행지라서 물가가 좀 비싼 편이에요.
그래도 음식 하나에 2,500원(50,000동)정도로 저렴해요.
음식맛을 평가해야 하는데..
저희는 배가 고팠어요.
오랫동안 이동하고, 걷고, 자다 왔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음식은 다 먹은 상태에요.
그래도 최대한 미각을 되살려 볼게요.
쌀국수는 음! 국물이 진해요.
우리나라의 진한 소고기국 느낌?
볶음밥은 좀 싱거웠어요.
스프링롤은 대박이에요.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에요.
한국의 베트남 음식점과는 맛이 또 달라요.
어쨋든 만족만족~대만족이에요!
잠도 잤고, 밥도 먹었어요.
신나!!!!!!!!!!!!!!!!!!!!
이제 막 돌아다니고 싶어졌어요.
주변을 둘러봐요.
사파에 동네뒷산이 있대요.
함종산(Ham Rong Mountain)이에요.
일단 거기로 가요.
우린 신나니까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본격적으로 산을 올라가 봐요.
아참! 입장료가 있어요.
1인당 70,000동(3,500원)이에요.
잘 꾸며진 정원이 나와요.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2~3시간 정도 적당히 산책하기 좋은 코스에요.
쉬엄쉬엄 갈 수 있어 힘들지는 않아요.
정글 같은 숲을 헤쳐 나와요.
동굴 같이 생긴 곳도 있어요.
등산코스가 베트남어로 되어 있어요.
아마도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여러 곳이 있나 봐요.
저희는 이리저리 탐험하다가 보니 정상에 갔어요.
정상까지 가는데 한 40분? 걸렸나 봐요.
정상이 1,750m였나..? 정확하지 않아요.
함종산 입구에 들어설 때는 비가 내렸어요.
정상에 올라가니 구름도 걷혔네요.
역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에요.
산 정상에서 마을 전체를 시원하게 내려다 봐요.
여기저기 어디를 둘러봐도 거리낄 게 없어요.
서울에서 담아왔던 답답한 마음들이 풀어져요.
아! 이게 바로 힐링인가요?
함종산은 6시 30분까지는 내려와야 해요.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어요.
서둘러서 내려왔어요.
가슴 벅찬 풍경을 담고 와서 그런지
내려오는 발걸음이 경쾌해요.
사파 성당 앞을 지나가는데 성당에서 종이 울려요.
안에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어요.
와이프랑 저도 잠시 들러서 기도를 해요.
성당에 대해 물어보니 7시부터 미사를 드린대요.
저희도 참석하기로 해요.
가끔 이렇게 여행자들도 미사를 드리러 오나봐요.
외국인들도 몇 명씩 보여요.
미사는... 베트남어로 진행돼요.
무슨 말인지 몰라요.
똑같은 찬송을 자막을 띄워놓고 반복해서 부르네요.
한 10번은 같은 걸 들은 거 같아요.
덕분에 이제 베트남어를 따라 읽을 수 있게 됐어요.
낯선 이국 땅에서
낯선 언어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했어요.
그저 그럴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저녁을 안먹었어요.
어쩐지 배가 고파요.
본격적인 밤 문화를 즐겨봐요.
어느덧 8시가 넘어 해는 저버렸어요.
사파 시내 밤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녀요.
마치 먹이를 찾고 있는 하이애나 같아요.
어제는 메뚜기튀김과 흰개미덮밥을 먹었어요.
못 먹을 베트남 음식은 없을 거 같아요.
저녁에 현지인들이 바글거리는 음식점을 찾았어요.
무려 3층짜리 음식점이에요.
오케이! 여기다!
당당하게 들어가요.
메뉴판을 펼쳐봐요.
당연히 뭔지 몰라요.
메뉴판에 가장 첫 번째에 있는 메뉴를 시켜봐요.
Fried Sapa Fish 래요.
조금 비싸요. 125,000동(6,500원)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Boiled Susu vegetable이에요.
얘는 50,000동(2,500원) 정도에요.
Sapa Fish하고 Susu는 다 사파 음식이래요.
Challenge Accepted!!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로컬 음식을 기다려 봐요.
짜잔! 짜.... 짜.. 짜잔..
이건 뭔가 아닌데.
Fried Sapa Fish가 나왔어요.
이건 뭔가요.
고등어구이처럼 두툼한 생선을 기대했어요.
큰 멸치 튀김이 나왔어요.
맛도 멸치랑 비슷해요.
메뚜기튀김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에요.
이제 어떤 음식이 나와도 잘 먹어요.
맛은 별로에요.
기분이 나빠져요.
Boiled Susu Vegetable은 맛있어요.
태국에서 먹은 모닝글로리와 비슷해요.
둘 다 야채를 삶고 간장소스를 써요.
마늘도 많이 들어가요.
짭쪼롬한 것이 완전 밥도둑이에요.
식사도 무사히 마쳤어요.
성공하진 못했지만 오늘도 재밌는 모험이에요.
여행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와도
받아들이고 이해해보려 하는 마음이 생겨요.
뭐 어때요.
아무 음식을 찍고 새로운 맛을 경험 해보면 재밌잖아요.
식사를 마치면 후식을 해야죠.
마침 그 유명한 베트남 커피도 못 마셔봤어요.
와이프는 스무디가 먹고 싶다고 해요.
카페를 찾아 봐요.
아... 수두룩둑둑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 서양스타일 카페에요.
현지인들 많은 다방 같은 카페를 찾아요.
역시 있어요.
와이프는 요거트 과일 스무디를 시켜요.
50,000동(2,500원)이었어요.
아.. 요거트가 별로 안 들어 갔대요.
아쉬워요. 꽝이네요. 여보.
저는 베트남의 무려 Traditional 커피를 시켰어요.
음~ 커피향 좋구요.
커피맛도 끝내줘요.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는 확실히 풍미가 달라요.
베트남 커피는 고소하면서 더 달달해요.
베트남식 커피는 컵 위에서 직접 내려서 마셔요.
베트남식 커피 드립의 장점이 있어요.
눈 앞에 커피를 두고도 인내해야 해요.
한 두 방울 천천히 다 내려올 때까지
그 한 방울씩 한 잔을 다 채울 때까지
기다려요.
그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커피향과 함께하기 때문이에요.
고소하고 달달한 베트남 커피.
평소에도 즐기고 싶은 세계의 맛 중 하나에요.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베트남 여행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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