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 삼은 유유자적한 한량이 되고 싶어라
7박 8일 베트남 여행
하노이(1일) - 사파(3일) - [닌빈(2일)] - 하노이(2일)
[160818 여행 일정]
05:30 하노이역 도착
07:00 커피숍 아침
09:00 패키지 투어
11:00 반롱(Van Long) 보트 투어
13:00 점심 (쌀국수)
15:00 팟 디엠 성당(Phat Diem Cathedral)
18:00 숙소 도착
20:00 저녁(햄버거)
사파에서 3일은 꿈만 같았어요.
이제는 집에 돌아가도 될...거 같아요.
베트남 음식도 맛있지만,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요. 흑흑.
그렇지만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있을까
남은 여행을 생각하니 다시 설레네요.
야간열차를 타고 하노이에 도착했어요.
도착하니 아침 5시 30분이에요.
오늘 내일은 닌빈(Ninh Binh) 여행을 해요.
닌빈은 나룻배를 타고 자연경관을 구경할 수 있대요.
하롱베이(Ha Long Bay)를 가려했으나,
제 현지 친구들은 닌빈을 추천해 주네요.
저희는 닌빈에서 뱃놀이를 하기로 했어요.
현지인 추천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닌빈은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어요.
제 베트남 친구의 친구 어머니가 여행사를 하신대요.
여행사 이름은 톤킨 트레블이래요.
1박2일간 기사아저씨와 호텔이 포함된 옵션을 선택했어요.
무...무...려 2명에 160달러네요. 하하.
처음엔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전용차가 있으니 왔다갔다 여행하기는 참 편하대요.
기사아저씨가 오실 때까지 커피숍에서 기다려요.
지금이 7시니까.. 2시간이 남았네요.
하지만 다행이에요.
저희는 야간열차를 타고 와서 씻지도 못했어요.
아침도 먹어야 되고, 모닝커피도 한 잔 해야돼요.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하고 겨...겨드랑이도 닦아요.
어글리 코리안은 되기 싫어요 T^T
누가 들어오나 눈치를 봐요.
잽싸게 쓰쓰쓲싺싺싺쓰쓰쓰 닦아요.
안 닦는 거보단 낫잖아요.
카페쓰어다(Iced Coffee) 두 잔과 샌드위치 두 개를 시켰어요.
116,000동이네요.
대충 하나당 1,500원 정도에요. 싸네요 +_+
베트남 커피는 달달함이 참 매력이에요.
연유의 달짝지근한 맛과
베트남 커피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어져요.
아침 9시에 기사아저씨가 도착하셨어요.
계속 걸어서 여행하다가 차를 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와이프도 좋아해요.
둘만 있으니 편하게 있어요.
편하게 신발을 벗어요.
냄새가 나요. 발냄새에요.
와이프도 사람이에요.
아까 발은 안 씻었나 봐요.
닌빈(Ninh Binh) 여행에서 첫 번째 목적이는
반 롱(Van Long)이에요.
여기는 잘 알려진 장소는 아닌가 봐요.
도착했는데 우리 밖에 없어요.
으흐흐흐 +_+
햇빛을 막기 위해서 완전 무장을 해요.
변~신!
반 롱의 뱃길이에요.
유유자적하며 자연을 벗 삼아 여생을 보내는 게 꿈이에요.
반 롱은 아주 고요해요.
들리는 건 뱃사공의 노 젓는 소리뿐이에요.
반 롱에서 뱃놀이는 1시간 반 정도에요.
나룻배에 앉아서 그저 풍경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여유는 참 오래간만이에요.
서울에서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항상 무언가를 하게 돼요.
열심히 사는 걸 수도 있지만,
때론 막연한 두려움에 발버둥치는 느낌이에요.
자연스럽지 삶이 아니라
참 인간스러운 삶이 네요.
뱃놀이로 잡생각을 비워냈으니
밥을 먹어야죠.
잡생각은 비워내고 배는 채워야 여유가 생기죠.
점심은 반 롱 근처에 쌀국수집으로 가요.
음식점은 기사아저씨가 알아서 데리고 가주시네요.
현지인이 추천하는 곳이면 시도해 봐야죠!
베트남 와서 쌀국수는 매일 하나씩은 먹었어요.
호텔에서도 먹고, 음식점에서도 먹었는데
요리하시는 분마다 각자 맛이 다르더라구요.
저는 이 집 쌀국수가 가장 맛있었어요.
1,500원인 쌀국수 한 그릇이지만
요리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위생 상태는 물론이고,
고기와 야채의 신선도,
다양한 맛의 적절한 조화,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유쾌함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점심식사였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팟 디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사파에서도 성당에 갔었는데,
베트남에 은근히 성당이 많았습니다.
문득 팟 디엠 성당에 얽힌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성당 관리하시는 수녀님께서 안내를 해주셔서
건물 조각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들을 수 있었어요.
팟 디엠 성당은 1892년에 만들어 졌어요.
건축을 공부했던 Phero 신부님이 만드셨대요.
베트남 사람이신데,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하셨대요.
건축양식을 보면 베트남과 유럽 고딕풍이 섞여 있어요.
30년이 넘게 성당을 지으셨다고 하네요.
아직도 미사를 드리고 있대요.
저랑 와이프는 교회를 다니고 있어요.
성경을 읽고 하나님 말씀에 따라 살고 싶지만
좀처럼 그러기 쉽지 않아요.
이 Phero 신부님은 어떤 사연이 있으셨길래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쳐서 이 성당을 지으셨을까
어떻게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부끄러움만 한가득 느끼게 되었습니다.
팟 디엠 성당에는 큰 종이 있어요.
이 종을 치러 가는 길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큼 좁고 천장도 낮아요.
안내해 주시는 수녀님이 말씀하시길
"천국으로 가는 길도 이렇게 비좁고 낮습니다."
Phero 신부는 이 길을 만들면서
천국 가는 길을 생각했다고 해요.
그...죠.. 그렇겠죠?
거룩한 하나님을 따르는 성도 역시 거룩해져야 겠죠.
성당을 떠나기 전에
기도를 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저라도 포기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도 하나님을 생각하게 해주셔서'
여행을 마치고 호텔에 왔어요.
닌빈 레전드 호텔이에요.
와이프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소리 질러요.
새로 지어진 호텔이라 시설이 아주 좋네요.
방도 아주 넓어요!
닌빈 시내하고는 좀 멀어서
택시타고 나가야 되는 건 좀 아쉽네요.
서울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무미건조한 일상의 반복이었어요.
베트남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감정과 생각이 풍요롭고 색다르네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일상을 다시 살아봐야겠어요.
어제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좀 더 설레는 삶이 될 것 같아요.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자극들에서
사소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고,
매일 같은 경로와 방식에서 이탈해
약간의 모험을 시도해 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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