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소수민족과의 만남
7박 8일 베트남 여행
하노이(1일) - [사파(3일)] - 닌빈(2일) - 하노이(2일)
[여행 일정]
08:00 호텔 조식
09:00 트레킹 준비
10:00 트레킹 시작
13:00 라오짜이(Lao Chai) 마을
15:00 따반(Ta Van) 마을
16:30 집으로
17:00 사파(Sapa) 도착
22:00 호텔 복귀
(1편에 이어서)
1시간쯤 걸었을까.
베트남 소수민족인 몽족 아이 둘이 걸어와요.
5살, 7살 정도로 보여요.
저희한테 오더니 말을 걸어요.
“Will you buy something for me?”
“Do you want to visit my hometown?”
“We will follow you until you buy”
“Please~~~”
아이들이 파는 물건은 팔찌와 가방이에요.
어제 사파에 있을 때도 같은 일이 있었어요.
사실 기대했던 소수민족과의 만남은
그리 유쾌하진 않았어요.
제가 만난 소수민족 사람들은 철저한 장사꾼이었어요.
5살도 안 된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여행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요.
사실은 물건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동정심에 호소하며 돈을 구걸해요.
준비된 멘트와 유창한 영어실력,
끈질기게 조르기, 불쌍한 표정,
어린아이 앞장 세우기 등
전략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요.
그야말로 Professional이에요.
사파에서는 여행객들이 많아서
몽족 사람들이 끈질기게 쫓아오진 않아요.
안 산다고 하면 바로 다른 여행객들을 찾아요.
이번에 만난 두 친구들은 30분을 넘게 쫓아오네요.
라오짜이로 걸어가는 여행객이 저희 밖에 없어요.
어리지만 이 친구들도 필사적이에요.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돼요.
와이프와 제가 단둘이 하는 여행인데,
어린 애들이 계속 쫓아다녀요.
물건 사달라고 계속 졸라요.
마음은 너무 불편해요.
큰 돈은 아니라 물건은 사줄 수 있었어요.
팔찌 하나에 500원 정도에요.
조그만한 가방은 2,500원이구요.
저는 편안한 여행을 방해 받는 게 싫었어요.
물건 하나 사주는 게 큰 돈도 아니구요.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는 와이프는
물건을 사주면 안 된대요.
개발도상국의 어린애들이 이렇게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학교를 안 나간대요.
초등교육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대요.
우리나라에서 7살이면 한창 부모와 선생님 품에서
사회를 배워가고 꿈을 키워가요.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초등교육을 생각해요.
이런 환경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초등교육은 매우 중요해요.
학교는 영어, 수학 등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에요.
공동체가 지켜가야 할 규범과 문화를 배우는 곳이기도 해요.
또한 각 개인들의 권리를 배우는 곳이기도해요.
누군가 이 어린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대신 성적 행위를 제안하면 어떻게 할까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여행객들과 함께 자본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 소수민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소수민족 전체가 고유 문화를 잃어버린 채
관광객 유치에만 열을 올리게 되진 않을까요?
저희가 물건을 사주든 안 사주든 달라질건 없겠죠.
다만 이 아이들이 평생 이런 삶을 살고,
저희가 여기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한다면…
그 부분이 가장 두려워요.
이 아이들은 처음에는 물건을 사달라고 졸라요.
저희는 계속 거절했어요.
그 다음에는 귀여운 협박을 해요.
사주지 않으면 평생 쫓아다니고 귀찮게 할거래요.
가는 길을 자꾸 막아서요.
그렇지만 저희는 계속 거절해요.
마음은 굉장히 복잡하고 불편해져요.
마을에 가까워지니 동정심에 호소해요.
마지막 수단인가 봐요.
불쌍한 표정을 지어요. 눈물을 글썽거려요.
“Please~Please~” 를 남발해요.
저희도 마음이 흔들려요.
하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동정심에 호소하면 역시 마지막에는 돈을 준다고 생각할것 같아요.
마음은 아프지만 계속 거절을 해요.
아직도 저희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희가 더 현명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해요.
뒤에서 차가 한 대 오네요.
저희한테 라오짜이까지 태워준대요.
베트남 사람이에요.
가족끼리 여행을 왔다고 해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무척 반겨주네요.
아이들이 따라오는 건 크게 마음 쓰지 말라고 해요.
덕분에 남은 거리를 편하게 왔어요.
남은 여행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 주셨지만
가족여행을 방해할 것 같아 고맙다고만 얘기했어요.
이 가족에는 귀여운 아이들도 있어요.
이름은 지안과 수안이래요.
물건을 팔던 몽족 애들과는 환경이 많이 달라요.
같은 나이지만 어떤 아이는 돈을 벌러 나가고
어떤 아이는 가족들과 화목하게 여행을 해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이 아이들도 나중에는 성인이 되겠죠.
두 아이의 미래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존 롤즈가 주장하는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운(Luck)이 삶의 모습과 보상을 좌우하지 않아요.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나는지,
어떤 성별로 태어나는지,
어떤 민족으로 태어나는지,
이렇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면
그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어요.
‘운의 중립화’는 존 롤즈 정의론의 핵심이에요.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다루는 정부와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해요.
우리나라도 최근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와요.
출생의 운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까요?
베트남은 또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할까요?
저 역시도 저만의 해답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키워가요.
다시 여행기 모드로 돌아와요.
라오짜이에 도착하니 오후 1시에요.
마을 입구에 바로 큰 식당이 있어요.
이미 사람들로 만석이네요.
쌀국수,볶음밥 등 기본적인 메뉴들이 있어요.
저희는 쌀국수하고 두부 요리를 시켰어요.
가격은 요리 두 개에 100,000 동이에요.
약 5,000원이네요.
배가 고파서 그런지 싹싹 비웠어요.
밥도 먹었겠다.
본격적인 마을 구경에 나서요.
풍경 하나는 정말 예술이에요.
마을에 있는 가게에도 들러 봐요.
와이프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골라요.
저도 핫!한 아이템 하나를 장만했어요.
모자에요. 1000원에 샀어요!
이 가게에서는 팔찌 하나에 300원 정도에 팔아요!
라오짜이 마을은 큰 길이 하나에요.
그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구경을 해요.
라오짜이 마을에서 뭘 볼 수 있냐면요...
이 산골마을에도 피씨방이 있네요.
10살 정도 되는 애들이 컴퓨터에 모여 있어요.
표정이 꽤나 진지해요.
여기 애들은 무슨 게임을 하나 들어가 봤어요.
아... 게임이 아니었어요.
야...동... 이에요.
꽤나 수위가 높은... 거네요.
아... 뭐지 이 배신감은.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하거나,
닭 키우는 동영상 이런 걸 볼 줄 알았는데..
야동.. 야동이라니..
제가 너무 순진했네요.
전세계 남자들은 문화와 상관없이 똑같나 봐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에요 ㅋㅋ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해가 저물어 가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서둘러 돌아가요.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모습들이 재미있고,
마음 아프기도 했고,
많은 생각할 거리들이 생겼어요.
오늘 여행의 세 번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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