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베트남~ 넘버원!!
7박 8일 베트남 여행
하노이(1일) - [사파(3일)] - 닌빈(2일) - 하노이(2일)
[여행 일정]
08:00 호텔 조식
09:00 트레킹 준비
10:00 트레킹 시작
13:00 라오짜이(Lao Chai) 마을
15:00 따반(Ta Van) 마을
16:30 집으로
17:00 사파(Sapa) 도착
22:00 호텔 복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요.
이상하게 갈 때보다 금방 도착해요.
앞으로 2시간을 더 걸어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더군다가 사파로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 길이에요.
오르막 길.... 하니까
윤종신 노래가 떠오르네요.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힘겨운 오르막 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걸음씩 걷다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겠죠.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면 또 어떤가요.
함께 하는 순간들 자체가 행복한걸요.
돌이켜 보면 와이프와 제가 결혼한 뒤로
참 힘겨운 상황들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도 함께 있었다는 그 자체로
행복한 나날들이었어요.
늘상 그랬듯 와이프 손을 꼭 잡고 올라가요.
오... 가다가 꼬치를 구워요.
정말 맛있게 보이는 꼬치에요.
아저씨한테 얼마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파는 게 아니래요.
마을의 아이들 주려고 굽고 있는거래요.
아쉬운 마음에 사진으로라도 남겨요.
우기라서 그런지 비가 촉촉하게 내려요.
우기는 처음 경험해 봤어요.
동남아시아의 우기를 한 번 설명해 볼게요.
비가 내려요.
갑자기 그쳐요.
해가 떠요.
와~ 기분이 좋아요.
갑자기 구름이 껴요.
또 비가 내려요.
금방 또 그쳐요.
언제 그랬냐는듯 해가 또 떠요.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변해요.
1시간에 한 번씩 날씨가 변하는 거 같아요.
참 신기해요.
비가 계속 내리다 보니 자연폭포도 생겨요.
멀쩡한 길 옆에 이런 폭포가 생겼어요.
라오짜이 마을을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어요.
한 트럭이 멈추더니 저희에게 말을 걸어요.
"너네 어디로 가? 사파로 가?"
"오! 사파! 사파! 우리 사파가요!"
"우리 트럭에 타!"
"얼마에 데려다 줄건데?"
"에이~ 무슨 소리야. 그냥 타!"
음? 진짜? 그냥 타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올라타요.
사실 걸어가면서 현지인들이 말을 자주 걸어요.
자기 오토바이타고 가라고 해요.
물론 대부분 돈을 받고 태워주는 거에요.
이 아저씨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이 아저씨는 폴란드에서 공부를 했대요.
저희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좋아해요.
베트남에서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가 봐요.
어딜가도 한국 사람이라 하면 반겨주네요.
한국인은 굉장히 부지런하다고 생각한대요.
그래서 돈도 잘 버는 거래요.
베트남 사람들은 게을러서 일을 잘 안한대요.
베트남에서는 삼성과 경남이 유명하대요.
저는 LG에서 일하고 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LG를 아냐고 물어봐요.
아.. 모르신대요...
괜..괜찮아요... T^T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아도 전 LG가 좋아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사파에 벌써 도착했어요.
2시간 걸릴 거리를 20분도 안되서 도착했어요.
금방 가시느라 사진도 못 찍었어요.
이런저런 도움과 인연들을 만나서 감사해요.
오후 5시에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어요.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너무 배가 고파요.
저녁을 먹으러 가요.
와이프는 트립어드바이저를 검색해 봐요.
몇 개 레스토랑을 가자고 졸라요.
저는... 싫어요...
이제 결혼 4년차라서 저도 거절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와이프 표정은 안좋아져요.
트립어드바이저는 서양인들이 많이 후기를 남겨요.
추천받은 음식점을 가면
로컬음식점은 별로 없고
대부분 웨스턴 스타일의 식당이에요.
굳이... 베트남까지 와서 웨스턴스타일을...
여튼 와이프한테 대들었으니
이제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 건 제 몫이 되었어요.
로컬음식점이지만 그래도 깔끔한 곳을 찾아봐요.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녀요.
와이프가 슬슬 짜증을 내요.
와이프는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요.
밥을 굶기면 안 돼요.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을 찾았어요.
운에 맡겨요.
맛 없으면 큰 일이에요.
오늘 하루 종일 바가지감이에요.
여기는 베트남 가정식 음식점이에요.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어머니가 주방에서 요리를 해요.
요리는 조금 늦게 나오는 편이에요.
주방을 엿보니 엄청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요.
정성을 쏟느라 늦어지는 거라면 참을 수 있어요.
여기서는 Rice with Chilli Beef하고,
스프링롤을 시켰어요.
오... 진짜 너무 맛있어요.
혹시 사파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이 음식점을 꼭 찾아가 보세요.
다행이에요.
와이프도 음식이 너무 맛있대요.
음식을 폭풍흡입해요.
옆 테이블에서 주인아저씨가 친구들하고 식사를 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큰 주전자 하나를 구석진 곳에서 들고 와요.
그 주전자에 있는 걸 물통에 담아요.
유심히 살펴봐요.
투명한 액체에요.
물인가? 싶어요.
그런데 물을 술 잔에 따라 마셔요.
딱 소주잔 크기에요.
감을 잡았어요.
저건 술이다!
이 가게에서만 마실 수 있는 비밀 술이다!
종업원한테 물어봐요.
"주인아저씨 마시고 있는 거 뭐야?"
"어??? 저거???? 음...."
당황해 하네요.
술이 확실해요.
아저씨가 제 초롱초롱한 눈빛을 봤어요.
자기 테이블로 오래요.
예의를 한 번 차려요.
"Is it okay?"
하지만 이미 수저 젖가락 다 챙겨 왔어요.
와이프도 덩달아 테이블에 합류해요.
여기 주인아저씨는 군인이었대요.
키도 크고 잘 생겼다고 얘기하니까
자기 옛날 사진들을 보여줘요.
역시나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봐요.
한국에서 왔다고 해요!
오! 완전 반가워 해주세요.
"베트남~ 코리아~ 넘버원!!"
정체불명의 액체는 아저씨가 직접 담근 술이래요.
고량주처럼 독한 술이에요.
40도 정도 될 거 같아요.
그래도 쑥쑥 들어가요.
의사소통은 잘 안되지만 금새 베프가 됐어요.
술은 이런 맛이 있어요.
한국의 주도를 설명해 줘요.
어른한테 존경의 의미로 예의를 갖춰서 따라준다.
그리고 양손으로 따라줘요.
아저씨가 엄청 좋아해요.
분위기가 흥겨워 져요.
아저씨가 저 술 잘마신다고 좋아해요.
본인도 하하하하 하면서 술을 마셔요.
주방에서 요리하시던 아주머니가 접시 하나를 들고 와요.
오? 김치래요.
베트남에서도 김치를 담가 먹어요.
어디선가 한국식 김치 만드는 걸 배웠대요.
하얀 물김치와 빨간배추김치가 있어요.
맛이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슷해요.
뭔가 가슴이 찡해요.
낯선 이국에서 익숙한 맛을 느껴요.
비록 처음보는 사람들이지만
가슴 깊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해요.
아쉽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자리에서 일어나요.
한국 사람이라고 김치까지 내어주고
직접 담근 술까지 따라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여행이라는 게 불편하자면 한없이 불편할 것 같아요.
낯선 장소이기도 하고,
음식도 익숙하지 않아요.
언어도 잘 안 통하고,
비도 많이 내려서 불편해요.
온갖 것들이 불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없는 감사함을 느꼈어요.
여행자라는 이유로 호의를 베풀어 준 현지인들 덕분에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좋은 추억이 생겼어요.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여행객들이 와요.
저도 여행하는 친구들에게
작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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