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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21. 2024

나만 그런가?

죽은 나무와 산나무 11

이 독특한 포즈를 한 은행나무 역시 학교 화단에 씨가 떨어져 싹이 나 자란 아기를 집으로 데려와 키운 것이다. 실내에서 키우니까 너무 키가 자라도 곤란한데 하는 내 맘을 들여다본 듯 아주 더디 자라 주었다. 게으른 내가 분갈이를 안 해줘서 일수도 있다.      

   

맨 몸으로 추운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내고 눈이 툭툭 불거지는 4월이 오고 미니어처 같은 잎이 조불쪼불 나오는 것이 귀엽다.

주름 종이 펴듯 잎이 다 펴지면 가는 입자루에 달린 부채 모양 잎은 장대를 넘는 높이 뛰기 선수 마냥 뒤로 휘어 하늘을 보고 있다. 어떨 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는 나른한 오후 같기도 하다.

여름동안  변함없이 푸르다가, 못 해낼 줄 알았는데 가을이라고 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것도 기특했다.  


내가 윗부분을 자른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가지가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아주 천천히 조금씩 팔 길이가 길어졌다. 땅따먹기 선처럼 꺾임과 전진이 이어지는 가지에 잎이 무성한 지금, 두 팔을 꺽어 펼친 모습이 도포를 입은 선비가 학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올라간 두 어깨와 웅크린 목. 넓은 소매 펄럭이는 학의 날개 - 그 자태가 처연하고 고고하여 상상하는 기쁨을 준다.

나만 그렇게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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