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저나 Oct 02. 2021

하늘 위 구름에 있는 것보다

더 따스한 이 순간

"아들, 이 책 제목이 ‘왜 일하는가’ 야.”

“그럼 그 책 사지 마 아빠. 내가 알려줄게!”

“...?"

“잘 살려고.”

“...!"

.

주말에 함께 간 서점에서

아들 녀석의 단순했지만 강한 메시징.

.

.

근데 문득 궁금해졌다.

‘잘 산다는 게 뭐지..?’

.

그냥 내가 지나온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미래에 대한 거창한 꿈들,

그리고 걱정, 끊이지 않던 좌절과 후회, 

그때마다 새로이 업데이트되는 나만의 수많은 좌우명들.

.

나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만의 다짐들로

그 순간의 감정을 모면하며 힘겹게 인생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왔었다.

.

.

하지만 지금은,

그 수많았던 고민과 번뇌의 시간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듯,

.

내 머릿속이 깔끔하고 단순 명료해졌다.

.

.

이제는 한글의 받침도 읽을 수 있다며 

서점에 아빠를 따라와서는,

굳이 내 옆에서 같이 책을 보겠다고 낑낑대는

아들 녀석과 나란히 서있는 지금 이 순간을,

.

어떻게 보면,

하늘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구름에 떠있는 것보다 

더 따스하고 행복한 이 순간을

오래도록 계속하고 싶은 것 밖에 없다.

.

.

물론,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거 안다.

.

하지만,

인생의 방향이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수만 가지 생각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그에 따른 결과로 고통받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

조금은 맘 편히,

따스히 비춰주고 있는 태양을 향해서

묵묵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01화 반사체와 발광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