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에서 일어나 아침 8시에 한 달에 한 번 있는 성당 대청소 행사에 옆지기와 함께 참가했다. 미리 각 구역별로 나누어진 청소 담당 부분이 있다. 창틀에 걸터앉아 창문을 닦는 분, 계단을 큰 솔로 박박 문지르는 분, 호스로 물을 분사하여 먼지 찌꺼기를 마당 쪽으로 훑어 내리는 분, 수돗가에는 물걸레를 빨고 있는 분, 마른걸레로 물기를 닦아내고 있는 분등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다. 수녀님이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회의실과 현관 바닥을 물 대걸레로 닦았다. 건조 마포로 물기를 빡빡 닦아냈다. 겨울 먼지 때를 벗겨낸 모습은 목욕 후의 웃음 띤 아기 얼굴처럼 말끔하다. 청소 후 절편 떡을 나누어 주었다. 참기름이 발린 쫄깃쫄깃한 맛이다.
웃장
웃장
5분 거리의 5일장 웃장(북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웃장 날은 매 5일과 10일이란다.(일전에 4일 9일이라고 잘 못 안 것 같다.) 오늘은 공식 장날은 아니지만 봄날을 맞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랫장(남장) 날은 매 3일과 8일이란다. 매번 헷갈린다. 옆지기의 추천으로 유명 순댓국집에 들어갔다. 손님이 두 사람이면 식사 전에 순대와 부추를 담은 넓은 접시를 내어 온다. 홍합조개를 사서 동천을 따라 아지트 방향으로 걸었다.
동천 벚꽃
동천
벌써 벚꽃 잎이 강물에 둥둥 떠서 흘러 내려간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순천만이고 바다다. 우리 인생도 벚꽃처럼 한 때 반짝 활짝 피었다가 며칠 후 비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진다. 본래의 땅으로 혹은 바다로 또는 먼지가 되어 하늘로 여행을 떠난다.
섬진강 벚꽃
섬진강 벚꽃 탐방
오후에는 처제 식구가 몰고 온 차에 편승하여 섬진강을 탐방하기로 하였다. 섬진강과벚꽃 길과 차량 행렬이 기찻길 레일 모양으로 한 세트가 된다. 잠깐 쉴 주차 공간이 없어 뒤차에 밀려 계속 전진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강 건너 형편도 똑같다. 게다가 갓길로 걸어가는 혹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행렬과도 엉켜 있다.
길가 노변 주차장까지 만원이라 사성암을 들러 볼 엄두를 못 냈다.
사성암
사성암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으로 잠깐 살펴본다. 사성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華嚴寺)의 말사이다. 544년(성왕 22) 조사 연기(緣起)가 창건하여 오산사(鼇山寺)라고 했다. 그 뒤 신라의 원효(元曉)와 연기도선(烟起 道詵), 고려의 진각(眞覺) 국사혜심(慧諶)이 이 절에서 수도했다 하여 이들 네 스님을 기려 이름을 사성암이라 고쳐 불렀다. 1630년(인조 8) 중건하였으며, 1939년 이용산(李龍山)이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 일원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3호로 지정되어 있다. 건물로는 인법당(因法堂)이 있으며 유물로는 도선이 조각했다고 전하는 마애불이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
며칠 전 옆지기가 홍수를 피해 사성암까지 올라온 소 이야기를 해 주었다. 2020년 8월 8일 전남 구례지역에 내린 300mm 폭우로 침수된 축사를 탈출한 10여 마리 소떼가 흙탕물 속을 헤엄치며 빠져나와 해발 530m 오산 사성암 대웅전 앞마당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초입에서 도보 1시간 거리다. 연락받은 소주인이 1시간쯤 지나 사성암 대웅전으로 와서소들을 데려갔다고 한다. 희한하게도 소들은 얌전히 절에서 쉬다가 떠났다고 한다. 옆지기의 간절한 소망이 있었지만 차량 정체로 이번 사성암 탐방은 포기하기로 했다.
섬진강 벚꽃
섬진강 벚꽃길
벚꽃 잎이 강물 따라 흘러가듯 뒤의 관광객 차량에 밀려가다 보니 어느 듯 쌍계사 앞까지 떠밀려 올라갔다. 이미 체험했던 요령 있는 탐방객들은 몇 km 밖에 차를 주차해 놓고 도보 혹은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말로만 듣던 꿈속 같은 환상의 벚꽃 터널을 통과했다. 정말 장관이었고, 나의 봄날 3월 빛나는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졌다. 2023년 구례 300리 벚꽃 축제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사물놀이, 문화행사 체험행사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쌍계사 십리 벚꽃 / 섬진강 벚꽃
쌍계사 십리 벚꽃길
구례와 인접한 하동에는 쌍계사 십리 벚꽃길(화계장터에서 쌍계사까지 화개천변 6km)이 녹차 밭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주변에 멋진 카페가 널려있다. 화개천변의 물소리와 벚꽃 정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월등 복숭아 마을 입구
월등복숭아마을
돌아오는 길은 전번에 순방했던(구례 화엄사, 운조루, 곡전제, 석주관 탐방. 2022.12.11. 글) 코스의 역순이었다. 저녁 시간에도 돌아가는차량으로 인하여 거북이걸음이었다. 화개 버스터미널> 석주관> 운조루를 스치듯 지나갔다. 월등복숭아마을 도로변의 유명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순천 아지트로 복귀했다.
다음 편 '순천만 와온 일몰'로 봄날 '나의 버킷리스트'(3)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