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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y 23. 2021

함께 읽는 즐거움, 삼삼 독서단 후기와 추천 책

삼삼 독서단 5기 (2021.04.01 ~ 05.15)

이번이 벌써 5번째다. 45일간 8분이 참가해서 60권의 책을 소개했다. 난 총 7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 3권을 추천드린다.


# 철학자와 늑대 - 마크 롤랜즈, 343p

작가가 10여 년간 직접 집에서 키운 늑대를 통해 영장류 인간을 탐구하는데 작가의 통찰력이 놀랍고도 재밌다. '야생동물을 인간이 길들여 키우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늑대와의 생활 속에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이 자연스럽고 심오하다. 늑대는 순간을 살지만 인간은 과거나 미래를 산다. 늑대의 시간은 인간처럼 일직선이 아닌 둥그런 원이다. 최상의 순간은 최악의 순간을 포함하고 있음을 늑대를 통해 깨닫는다. 추천한다.


# 제5도살장 - 커트 보니것, 276p, 소설

드레스덴 폭격을 직접 겪은 작가의 정신분열증 적인 시간여행 소설. 전쟁 속에서 개인은 자유의지 없이 운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걸 깨닫게 되면 ‘뭐 그런 거지'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니 전쟁 책을 재밌게 쓰면 안 된다. 과연 나는 인생에서 끔찍한 시간을 무시하고 좋은 시간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나?


#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271p

현대 철학자 책은 읽기 어려운 게 일반적인데 러셀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1930년대 쓰였는데도 지금 현실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게 놀랍다.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사례를 들고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행복의 비결은 어느 정도 권태를 견뎌야 하고, 자아만 바라보면 공허하게 만들기 때문에, 폭넓은 관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357p, 소설

늙은 유태인 창녀에게 맡겨진 아랍 소년 모모의 이야기다. 로자 아줌마는 건강이 점점 나빠져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오지도 못한다. 낳아준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 키워준 사람이 부모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람이 가난하면 존엄하게 죽기도 쉽지 않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고 묻는 모모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


# 스토아 수업 -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381p 

스토아 철학자 26명의 삶과 죽음을 통해 스토아 철학을 설명한다. 스토아 철학은 합리적인 삶과 공공선을 중시하며 로마 지도층의 핵심사상이 되었다. 스토아 철학은 현실의 철학이며 무엇보다 실천을 중요시했으며 몸에 배일 정도로 연습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철학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배웠다.


#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337p, 소설

‘달과 6펜스'의 작가로 유명한 서머싯 몸의 작품으로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 총독부의 세균학자인 월터와 결혼한 키티는 차관보 찰스와의 불륜관계를 남편 월터에게 들킨다. 남편은 눈감아주는 대신 콜레라가 창궐한 지역으로 함께 갈 것을 강요한다. 처음엔 단순 치정극인 줄 알았는데 사랑과 용서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무엇보다 재밌다. 추천한다.


#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323p

우리나라 사람은 회식자리에서도 회사 걱정을 하는데 회사는 사람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조직에 대한 비판과 부조리에 반기를 든 사람들을 위한 찬가 같다.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생각을 하면 안 되고 ‘좋은 게 좋은 거'와 ‘다 회사를 위한 거'라는 이데올로기를 잘 따르면 된다. 이런 부조리를 몇 번 겪다 보면 입을 닫거나 환멸에 빠져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도 인간 속에서 구원을 찾아야 할까? 추천한다.



내 추천과 상관없이 7권의 책들은 나름대로 읽을 가치들이 있는 책들이었다. 사유와 연습과 실천의 삼각 고리들이 유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언제나 그렇지만 정리하면서 읽을 때 느끼지 못한 감정들과 깨달음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들을 통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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