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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pr 15. 2024

나무의 두 얼굴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나무의 두 얼굴    


권분자


        

 <벚나무 카페>에 앉아있는 나는 벌처럼 앵앵거리는 전화기를 든다. 

며칠 사이에 수백 명의 친구가 SNS 속에서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걸 검색해 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설렘은 점차 사라지고 없다.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일 뿐이지 라고 웅얼거릴 뿐이다.  

    

오래도록 노환으로 앓던 부모세대는 이제 다 떠나고 없다. 

마치 꽃을 지운 뒤에 밤의 찬란함은 온데간데없고

늙은 담장과 지친 나뭇가지만 남아 삭막해진 것처럼……,  


대 바겐세일 현수막 내다 걸던 한 시절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뭇가지에 오종종 모여 있던 그 많던 꽃들은 또 어디로 떠나갔을까. 

한때 그들과 복닥이던 나는 밤에 보는 담장 위의 꽃과 같았다.

그것은 마치 현실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만치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러버린 걸까. 


부모세대가 앉아있던 나뭇가지에 언제부턴가 내 세상이라고 외치던 나와 지인들, 

우리는 한 동안 복닥복닥 왁자지껄했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그런 나의 지인들도 흐르는 시간에 따라 종소리도 없이 시작되는 수업시간처럼 

이제는 홀로 유튜브를 듣거나, 병을 앓거나, 침묵하며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표처럼 나뭇가지 위 진초록 칠판으로만 걸려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겪지 못할 것을 겪은 것처럼, 

내가 느낀 것은 배반이 남긴 지독한 고독이었다. 


늘 한 발짝만 벗어난 곳에 있는 줄 알았던, 

바로 지금 내 곁의 너는 생각 없이 쓴 유서처럼 

찢기어 흩뿌려지는 꽃잎의 얼굴이다. 


세상 판이라 여기며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를 드나들던 방문자가 남긴 포스트잇들, 

<기다리다가 간다> <다녀간다삐뚤삐뚤 써놓은 갖가지 암호가 닥지닥지 붙어있다

<벚나무 카페서쪽 벽면이 울긋불긋 어지럽도록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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