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7월 장맛비 소리
이 난폭한 세계에서는
삶이 얼마나 하찮게 망가지고 있는가를
운명을 빌어 말하고 싶었다
다부지게 맞서지 못하는 심약한 마음이
어쩌면 내 결핍이
이파리 속에 나를 숨겨주었지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창백하게 질린 볼 위로 말간 눈물이 흘러내릴 때까지
맨 밑바닥에서부터 가느다란 떨림이 일어날 때까지
바보처럼 우는거지
맥없이 떨리는 무릎을 가누고
비로소 왈칵 솓아내는 눈물
뜨거웠다, 그 가파른 길
댕강댕강 내려오면서 식어가겠지
얻을 것도 간직할 것도 없는
이 허황한 울대가 뇌까리지
더 이상 헤맬 일도 없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