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09] 20200204
2012년 과외로 가득 찬 새내기 시절을 보내고 2013년은 군대에 가겠다고 (이전에 쓴 군대 도전기를 참고) 시험을 준비하고 9월에 입대한 후 2015년 9월에 전역했다. 보통은 전역하고 복학 전까지 휴식(?)의 시간을 가질 텐데 당시의 나는 수능을 다시 보려 했었기 때문에 거의 한 달 내내 나와 있던 9월 말년 휴가 기간부터 11월 수능까지 공부해야 했었다. 수능은 완전 말아 먹었지만, 바로 학원 강사 자리를 무려 두 곳이나 구하고 과외도 2~3명을 구하면서 다시 과외와 학원 수업에 매진하였다.
2016년 어쩔 수 없이 복학해서 다닌 학교 수업은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과에서 하던 기타 학회(??)가 나름의 낙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복학생 버프가 있다던데 그런 건 눈곱만큼도 없었고 최악의 성적으로 2학년 2학기를 마무리할 때 든 생각은 그냥 무조건 내년 1년은 휴학을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2017년은 휴학과 함께 시작되었다. 여전히 과외와 학원 수업은 열심히 했지만, 학교에 가지 않으니 확실히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휴학하면서 나름의 목표는 ‘영어 공부’ 였다. 그동안 소홀했던 듣기도 공부하고 어학 시험(토익, 텝스)도 고득점을 목표로 공부하기도 하고 군대 있을 때 사놓고 제대로 외우지도 않았던 단어장(Word Power Made Easy)도 차분하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또 스멀스멀 대학진학에 대해 아쉬움이 올라왔다. 교회 동생이 뒤늦게 대학을 옮기고자 해서 수능 준비를 좀 도와주다가 왠지 나도 다시 수능을 보면 잘 볼 수 있겠다는 (망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엔 또 수능을 다시 준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는 “26살에 18학번으로 입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정신 나간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왕 마음먹은 거 일찍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름 다 끝나갈 때쯤에 결심하고 또다시 벼락치기로 준비했다. 참고로 그해 수능이 포항지진 나서 일주일 연기되었던 2018학년도 수능이었다.
이미 제목에서 스포일러가 있었지만, 다시 도전한 수능은 역시나 대차게 말아먹었고 “내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정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편입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휴학을 시작하고 편입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딱히 편입 시험을 위해 준비한 것도 없고 입시 요강 하나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김영 편입 학원 같은 사이트에서 합격 후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일 년 동안 얼마나 치열하고 박터지게(?) 공부했는지 써놓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편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학교는 당장 2~3주 뒤, 늦어봤자 한 달 정도 뒤가 시험인데 절대로 한 달 남짓 준비해서는 붙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실상 90%는 체념한 체 “편입 문제집은 어떻게 생겼나 동네 교보문고에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가보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