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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Nov 09. 2023

[자존감 대화법 챌린지] Day 3 : 라이팅

불평불만 속에서 진심을 찾기 위한 작문

과거시제


그동안 해왔던 불평불만을 되돌아봅니다. 제가 했던 말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한 말인데도 뾰족뾰족 가시가 박혀있는 말이 참 많았어요. 남편에게 상처 주려는 건 제 진심이 아닌데도, 너무나도 불안한 마음에 최악의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워서 그 감정을 전부 쏟아부은 것 같아요.


내가 하는 말들을 기록하거나 녹음해 두었다가 다시 한번 들어보면, 깜짝 놀랄 수도 있어요. 여과되지 않은 감정은 나의 진심을 가려버리거든요.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고,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만한 요소들이 담겨있을 수도 있어요.


확실히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하는 말들에 큰 차이가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전하고 싶은 진심은 똑같은데...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그리고 나의 진심을 잘 전달하려면, 내가 먼저! 그 진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어느 누구도 주변 사람에게 일부러 상처 주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불평불만을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해 보아요. 저도 이미 남편에게 많이도 원망하고 상처 줬겠지만 ㅠㅠ 다시 저의 진심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책에 소개된 공식은 다음과 같아요.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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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불만족스러운 상황 / 내가 표면적으로 원하지 않는 것

② 현재 충족되지 못한 나의 바람 / 그것을 원하는 이유

③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나의 모습 /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④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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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내가 원하는 상황의 증거를 찾아 고마움을 표현하기

⑥ 내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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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 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내가 행복하다고 / 사랑받는다고 / 특별하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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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나와 나의 생각을 분리합니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까 그렇지! 자기가 한 말을 왜 안 지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잖아! 그럴 어떻게 믿어?”

“왜 꿈이라면서 노력하지 않는 거야?? 시험 볼 마음이 없는 거 아니야?”

“나를 이용하려고 결혼했어? 네가 결혼해서 하는 일이 대체 뭐야?”


네ㅜㅜ 그렇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했네요... 제가 의식적으로 대화법을 연습할 때에는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었어요. 그래서 제 글에는 행복하고 밝은 모습보다 조금 우울하고 힘든 내용이 많아요. 그래도 덕분에 글로서 마음속 불평불만을 털어내고, 남편 앞에서는 그나마 좋은 말들 위주로 해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코로나에 걸리고 몸이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던 감정 조절이 무너지면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억울함이 쏟아져 나왔어요. 말 해놓고도 후회하고 바로 사과하긴 했지만요... 제가 실제로 했던 말들이 남편에게는 굉장한 상처였겠죠 ㅠㅠ


남편 입장에서도 저의 원망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아무리 우리의 상황과 제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해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비난은 견디기 힘들죠. 자기가 잘못한 걸 알아도 달게 벌을 받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남편은 본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원망을 받으니까요. 


저의 불만은 크게 

1. 자기가 한 약속을 안 지켰다.

2.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

였는데요. 


이번 글에서 1번 약속 관련된 불만 속에서 진심을 찾고, 다음 글에서 2번 노력 관련된 불만에 대한 말을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 )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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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한 약속을 안 지켰다.


① 불만족스러운 상황 / 내가 표면적으로 원하지 않는 것


남편이 이번에는 꼭 시험을 볼 것이라 약속했는데 신청조차 안 한 상황. 우리가 이곳에서 거주해야 하고 내가 외벌이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최소 반년, 최대 언제까지 일지도 모르게 지속되는 것.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남편의 학업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불만족.




② 현재 충족되지 못한 나의 바람 / 그것을 원하는 이유


나는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시작을 원함. 남편이 취직해서 맞벌이가 되었으면 좋겠음. 내가 꿈꾸던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음. 아침에 둘 다 비슷한 시간대에 출근하고 퇴근해서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거나 외식을 하고, 주말에 외출하고 여행 다니는 생활을 원함. 




둘째, 나와 나의 행동을 분리합니다.




③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나의 모습 /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는 남편이 시험에 합격했을 때 곁에서 고생 많았다며 축하해 주는 아내가 되어주고 싶음. 남편이 원하는 곳에 취직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내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음.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또한 함께 해줄 수 있어야 함. 




④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나는 남편이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


->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아예 약속조차 안 해버리는 상황이 발생. 약속을 안 해버리면 안 지켰다고 해서 원망받을 일이 없으니까. 


-> 사실 나는 약속 여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에 불만이었음.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나는 남편과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 그런데 이제까지 남편이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같이하지 못했는데, 즉 나는 나의 소망을 희생하면서까지 남편에게 맞춰줬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시험조차 보지 않았는다는 사실에 분노함.


-> 사실 나는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 남편이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줄 기회조차 주지 않음. 지금 공부를 많이 해야 얼른 시험을 보고, 취직만 하면 우리가 더 안정적으로 함께할 것이라 기대함. 


-> 남편이 나에게 좋은 남편이 되어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함. 지금 이 힘든 과정을 희생하고 버티기보다는 함께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남편도 분명 노력해야 함. 그리고 나를 위해 우리 관계를 위해 시간을 기꺼이 내야 함. 남편의 공부 시간은 스스로 정해야 함.




그러니까 더욱 구체적으로는...

같이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

같이 외식을 나갔으면 좋겠다.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같이 산책을 갔으면 좋겠다.


-> 그런데 이런 바람을 남편에게 의무처럼 말하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기보다 해야 할 ‘일’이 돼버림. 아내가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생각될 수도 있어서 마음이 멀어질 수 있음.


-> 그렇다고 내가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면 또 속으로 불만이 생김.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할지 알고 있으면 그 시간을 조금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음.




셋째, 나와 나의 말을 분리합니다.




⑤ 내가 원하는 상황의 증거를 찾아 고마움을 표현하기


“옛날에 갔었던 음식점 정말 맛있었지? 그때 무슨무슨 날이었는데 어떤 어떤 일이 있었잖아.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 언제 언제쯤 또 가면 좋겠다~”


“당신 오늘 하루도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어. 잠깐 머리 좀 식힐 겸 산책 다녀올까? 우리 같이 걸으면 나도 정말 좋을 것 같아!”


“몇 월 며칠 몇 시쯤에 이러 이런 일정이 있는데, 당신이 이러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당신 공부 일정을 미리 조정해서 시간을 내줄 수 있겠어? 만약 안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당신 쉬는 시간에 이것저것에 대해서 얘기해 보는 건 어때? 당신 공부할 때는 나도 옆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을게.”




⑥ 내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표현


“바쁜데도 같이 저녁 먹으니까 정말 좋다! 이렇게 시간 내줘서 고마워~”


“산책 갔다 오니까 기분전환 된다! 소소하게 데이트하는 기분 들어서 행복해.”


“당신이 뭐뭐 해줘서 이렇게 할 수 있었어! 당신 덕분이야~”


“결혼하고 나서도 우리가 이러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내서 더 특별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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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표출했던 불평불만들이 사실은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었음을 발견하고, 제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았던 근원적인 문제를 풀어내 보았어요.


문제를 알아냈으니 지금의 상황을 조금 덜 괴롭게 보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 긍정적인 방향도 볼 수 있도록, 장점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챌린지 시작!


Day 1 : 물길 트기 - 나에게 자존감이란?

Day 2 : 맑은 물 붓기 - 선순환에 들어서기

Day 3 : 라이팅 - 불평불만을 줄이는 글쓰기

Day 4 : 보카 - 소망을 이루는 긍정 표현 사전

Day 5 : 그래머 - 나에게 중심을 두는 문법

Day 6 : 불순물 거르기 - 악순환의 고리 끊기

Day 7 : 리딩 - 상대의 의도 이해하기

Day 8 : 리스닝 - 더 나은 대화를 위한 경청

Day 9 : 스피킹 - 침묵으로 대화하기

Day 10 : 물길로 흐르기 - 맑고 깊은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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