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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pr 08. 2024

[자존감 대화법 챌린지] Day 6 : 불순물 거르기

악순환의 고리 끊기

내 이야기의 시점


작년에 왔던 ♥자존감 대화법 챌린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 죽지도 않고 또 왔어용 ㅜㅜ 시간이 지나고 남편과의 대화를 돌아보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해결해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관계라는 건 영속적이라 한 가지 주제로 다투던 일이 해결된다고 해서 사이가 완벽해질 수는 없을 거예요. 저희 부부 역시 그동안의 갈등이 제가 대화법을 바꿈으로 인해 상당 부분 해결되었고, 또 사이가 좋을 때에는 정말 행복하고 평화로운 그런 나름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새로운 문제가 닥쳐오면 저도 사람인지라 그동안의 오랜 습관이 튀어나올 때가 많아요. 특히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릴 때, 아마 그런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부처님 아니겠어요?ㅠㅠ 속세에 사는 중생은 월급이나 카드 값에도 후들후들 할 때도 있고, 출근하기 싫어서 몸이 천근만근일 때도 있고, 놀러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때도 있잖아요.


그러니 지금 나의 상태가 우상향 곡선이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얼마나 다가가는지가 중요하지, 잠깐 저점으로 뚝 떨어졌다 하더라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 믿어요. 말다툼이 있었더라도 잘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 의미 있는 대화라 여기고, 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면 스스로를 위한 결단을 내릴 기회라고 받아들이면 그 또한 새로운 시작을 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어주겠죠.




지금 여기 이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방향일지

내가 원하는 30대는 어떤 모습일지

내가 원하는 오늘 하루는 어떤 날일지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부록. 남편어 공부 7. 나 탐구생활에 소개된 1) 내 감정 알아채기 2) 나의 두려움 직면하기 3) 나의 독립성 인정하기에 관련된 질문을 활용하여 답변을 작성해 보았어요.




첫째, 나와 상대를 분리합니다. - 3인칭 관찰자 시점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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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감정을 알아채기


나의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나는 상처를 받았는가?

어떤 일 때문에 내가 상처받는다고 느끼는가?

어떤 점이 불만인가 또는 받아들이기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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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챌린지는 사실 남편이 작년 하반기 시험을 신청해 놓고서도 어영부영 안 보고 미룰 것 같아서 (엉엉 ㅜㅜ) 심리적 / 관계적 타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11월에 시작했었어요. 그때 정말 마음 둘 곳 없어 못 버티겠을 정도로 방황하다가 차라리 몸이라도 바쁘게 하자 해서 이직하고 여행도 하고 한국도 다녀올 세월에 남편은 벌써 시험을 올해 또 한 번!!! 지난 3년 동안 벌써 아홉 번째!!! 미루고 있어요 ㅠㅠ


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돈 문제가 아니에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는 정도만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혼하고 싶을 정도로 남편이 미운 것도 아니에요. 본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또 저처럼 뭐든 급하게 빨리빨리 해치우려다 결과물을 받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머리로는 아는데도 남편이 시험을 미룰 때마다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 생활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여기서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하는지, 너무너무 괴로워서 숨이 턱턱 막히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들지 못할 정도예요.


그렇다고 이곳이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실상은 지상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살기 정말 좋은 곳이에요. 이곳을 정말 사랑받는 장소라 정착하러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에서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죠. 이민자도 환대하고 인종차별 적고 한인 사회도 잘 형성되어 있고.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인데 말이죠.




둘째, 나와 상황을 분리합니다. - 1인칭 주인공 시점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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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두려움을 직면하기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막고 있는가?

상대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고쳐주었으면 하는가?

나는 상대의 어떤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또는 개선하려고 하는가?

통제하려는 욕구 뒤에 어떤 두려움이 숨어있는가?

만약 상대를 통제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 중 어떤 부분을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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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무엇을 회피하고 있을까? 내가 직면하기 힘든 진실이 무엇인가?

지금 어떤 진실이 드러나려고 하는가? 어떤 뿌리 깊은 감정이 숨겨져 있는가?

그것을 있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밖에 생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두려움이 현실적인가 아니면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인가?

만약 실체가 있는 두려움이라면 내가 그것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가?

만약 극복하고 싶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극복하고 싶지 않다면 그 두려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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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문제가 되는 단 하나는 남편이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희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이곳에서는 시험을 준비하는 2-3년 동안만 살다가 바로 다른 지역으로 취업하고 이사 갈 것이라는 전제를 두었어요. 만약 그때 애초에 6년을 공부할 거라고 얘기를 했다면, 그러고도 제가 결혼을 감행했다면 6년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테니 견디기가 훨씬 수월했을 거예요.


그런데 2-3년만 예상하고 결혼했는데 그 두 배인 6년째 시험을 준비하다니요. 3년째에 차라리 앞으로도 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언질을 줬으면, 그러고도 제가 결혼을 유지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추가로 3년을 버티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을 테니 지금만큼 큰 절망감은 없었을 거예요.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차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이번 시험 꼭 볼 것이라며 시험도 신청하고 연기하고, 취소하고, 신청하고 연기하고 취소하고, 신청하고 연기하고 취소하고, 1년에 세 번씩 제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경험을 해요. 이번에는 이사 가겠지, 제발 이번에는 이사 가겠지, 제발 제발 이번에는...


통제욕구를 뒤집어 보면 그 뒤에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해요. 남편이 빨리 시험을 보고 취직을 하길 바라는 저의 통제욕구 뒤에는, 내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박탈당했다고 느껴지는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편 때문에 이곳에 갇혀있는 것만 같고, 남편 때문에 힘들게 일해야만 하는 것 같고, 남편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것만 같이 느껴지니 계속 불행하다 생각했어요.




셋째, 나와 말을 분리합니다. - 전지적 작가 시점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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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상대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상대가 통제당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도 상대를 통제하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까?

지금 평화로운 상태를 잃을 만큼 상대를 통제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가?

만약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만약 상대가 내가 두려워했던 또는 피하고 싶었던 그런 행동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 결과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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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그렇게 마음과 신경과 에너지를 쏟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 두려움이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어떻게 방해가 될까?

만약에 이런 감정이 쌓이고 쌓여있던 문제들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다른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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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은, 저희 부부가 결혼 전에 대화 나눴던 이상적인 결혼생활은, 다양한 도시,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여행하는 것처럼 사는 것이에요. 저도 남편도 어렸을 때부터 해외생활을 해왔고 그런 면에서 가치관이 맞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약속한 기한이 지나며 우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서 새로운 삶을 살 거란 기대를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저는 높이 멀리 날아가고 싶은데 날개가 꺾이고 꺾이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실망도 많이 하고 솔직히 의심도 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친구가 물었어요. “그래도 남편이 밉지는 않죠?” 저는 남편이 밉지는 않은데 왜 시험을 미루는지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실망스럽다고 대답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차라리 미워하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같이 못 살 정도로 미우면 갈라 서면 되는데, 실망스럽고 한심하게 느껴지다 보니 남편은 남편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 느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둘 다에게 함께 하는 시간이 괴로워지는 거죠.


안 그래도 개인주의인 남편에게, 본인의 시험이 저의 인생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부담일 수도 있겠죠. 남편 입장에서는 배우자에게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받도록 허용하는 제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어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 아내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고 자신이 아닌 부부에게 최선인 선택을 해야 하니 본인 역시 선택권이 제한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그에 따른 두려움과 압박감에 시달릴 수도 있겠죠.


물론 저의 감정도 타당하고, 남편의 감정도 타당할 것이에요. 우리가 결혼을 유지하기로 한 이상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하잖아요. 배우자가 일에 실패한다고 바로 이혼해 버리는 관계는 안정적인 관계가 아니겠죠. 제게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남편이 저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거니까요. 갈등이 있어도 다툼이 있어도 이를 넘어선 신뢰가 중요해요.


그리고 이 신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모두 저의 선택이에요. 이 챌린지를 통해 어떻게 말 할 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제가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다양한 각도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막연하게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다 보면 훨씬 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자기 자신에게 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인다고, 나의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더욱 훌륭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음 챌린지는 내가 상처받는 상대의 말에서, 실제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챌린지 시작!


Day 1 : 물길 트기 - 나에게 자존감이란?

Day 2 : 맑은 물 붓기 - 선순환에 들어서기

Day 3 : 라이팅 - 불평불만을 줄이는 글쓰기

Day 4 : 보카 - 소망을 이루는 긍정 표현 사전

Day 5 : 그래머 - 나에게 중심을 두는 문법

Day 6 : 불순물 거르기 - 악순환의 고리 끊기

Day 7 : 리딩 - 상대의 의도 이해하기

Day 8 : 리스닝 - 더 나은 대화를 위한 경청

Day 9 : 스피킹 - 침묵으로 대화하기

Day 10 : 물길로 흐르기 - 맑고 깊은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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