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에 들어서기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나의 영화에서 지금은 어떤 장면일까?
이 영화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나는 어떤 주인공일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누구인가?
내 주위에는 어떤 사람들로 채우고 싶을까?
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을까?
앞으로는 어떤 장면들로 채워질까?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내가 하는 말들이 영화 속의 대사가 된다면,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싶었을까?
나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며, 결국에는 해피엔딩을 이루어내잖아요. 사실 결말이 있는 이야기이니 될놈될이라고 어차피 잘 될 사람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그렇게 노력해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현실은 시궁창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지만이 어떻게든 결말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결말을 해석하는 것도 그 이야기를 써 온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거죠. 제가 결혼을 유지한다면 남편과 함께할 미래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이혼을 한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이 또 펼쳐질 테니까요.
100세 시대라며 인생이 이리도 긴데, 지금 당장 눈앞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런 힘든 시간은 영화에서는 생략되거나, 빨리 감기처럼 지나가버리거나, 회상으로만 잠깐 등장해서 비중이 없는 장면일 수도 있어요.
현실에서는 지금 이 시간을 1초도 빠짐없이 견뎌내야 하잖아요. 영화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한순간에 해결해버리거나, 뜬금없이 백마 탄 왕자님처럼 새로운 등장인물로 해결사가 등장하거나, 천운으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없을 땐 심지어 시간이 두 배 세 배 훨씬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중압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제 인생에서는 지금이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제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달려있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제가 바라는 영화 내용이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계획해서 실천할 거예요.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부록. 남편어 공부 7. 나 탐구생활에 소개된 4) 내가 원하는 것, 5) 객관적인 상황, 6) 가능성, 7) 스스로 돌보기에 관련된 질문을 활용하여 답변을 작성하고 실천서를 활용해서 계획을 세워 보았어요.
주인공이 되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던 10대를 지나 온 민희 씨는 20대가 되었다.
진정한 주인공의 등장!!
이라고 생각했으나 순정만화의 주인공이 되기엔 순정이 모자랐고 (미모도)
무협만화, 판타지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엔 너무 평범한 현실에 처해 있었으며 (시도는 해보았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개그만화나 호러만화의 주인공이 되기엔 냉소적이고 쫄보라 불가능했다.
어영부영 실패기를 담은 리얼다큐 몇 편을 찍은 듯한 20대를 멀리 보내고, 해탈한 30대마저 누군가의 조연으로 보내려던 순간 민희 씨는 생각했다.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정변
내가 정말 재밌게 봤던 웹툰 속 나레이션, 완전 공감 가는 내용들로 한 컷 한 컷이 주옥같다. 나는 사실 내가 이 웹툰의 주인공처럼 결혼을 못 또는 안 할 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제멋대로에 성격 드러워서 누가 데리고 사냐며 어른들이 그랬었는데. 하필 우리 남편을 만나서. 내 인생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장기적으로 고민해 보자.
30대 중반, 유부녀, 이민자, 공무원, 딸, 며느리, 친구, 지인, 아니면 그냥 1인
무난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나와서 집 회사 집 회사 쳇바퀴 도는 일상. 딱히 뛰어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냥 그런 삶.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데 나름 평범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한참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 길게 봐서 우아하게 늙고 싶은데... 노부부가 돼서도 남편이랑 서로 챙겨주며 오순도순 지내고 싶은데. 매일 버스정류장에서 퇴근하시는 할머니를 기다려 손 꼭 잡고 함께 집으로 들어가거나, 꽃다발을 등 뒤에 숨겼다가 짠하고 선물해 주는 할아버지, 또는 매일 아침을 손수 차려주시고 함께 커피를 마시는 그런 장면처럼.
우리는 20대에 만나 30대를 지나 40대, 50대, 60대 아직 함께 할 시간들이 많은데, 내가 2년 반 외벌이 했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 힘든 시간이 나의 영화에서는 몇 분이나 차지할까? 나는 이 시간들을 결국 후회하게 될까 아니면 고맙게 생각하게 될까? 하긴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걸.
2023 맑고 깊은 물처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내가 만약 <나는 솔로>에 나간다면
2022 GAM과 JAM을 찾아서, 우울감에 빠지기 직전, 내 마음을 달래주는 하루
2021 미래에 대한 망상, 배움에 대한 망상
옛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기분 상승기일 때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해 놓은 목록을 발견했다. 이 정도면 나 자아성찰 상 줘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계획은 원대했으나 제대로 지켜진 것들이 거의 없어서 ㅠㅠ 내가 단기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동안 나는 남편이 약속대로 시험을 볼 것이라 믿고 승진이나 이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세운 계획이라고는 지금 내 자리에서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정신을 다른 곳으로 팔리게 하려는 자잘한 일들 뿐. 실질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내 인생을 위한 뭔가를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니 참 서글프다.
지난 5년, 앞으로의 5년,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쩌면 이민 왔다는 핑계로, 남편이 시험을 안 본다는 핑계로, 안주해버렸나 보다. 변화가 절실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나가기 두려웠다. 매 순간 나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포기해 버리고 차선책에 만족한다며 스스로를 위안하지는 않았나 반성한다.
멈춰있는 시간, 끝이 안 보이는 현실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머물러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도, 아니면 나 혼자 살게 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단 하나는 직장이다. 내가 매일 출근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 월급이 적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게 해 주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곳.
아무리 우울해도 매일 회사를 가자.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다. 외벌이라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기회가 올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언제든 준비된 자세로 지낼 것이다. 그러다 정 버티기 힘들면 이직하면 된다. 이 시간들은 나에게 경력이 되어, 다른 도시로 이직할 때에 오히려 도움이 돼줄 테니까.
내가 꿈꾸던 결말로 나아가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든다면 지금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 남편이 시험에 합격! 취업도 성공! 개천에서 용 났다?! 옛날로 치면 과거 급제해서 금의환향하는 길(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기쁘겠지?), 조강지처 배신 안 하고 고향으로 고이 돌아오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내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남편 입장에서는 본인도 고생해서 얻은 영광의 자리겠지. 그리고 옛날 여사친 사건으로 남편의 매우 인간적인 심리를 나는 알고 있다. 아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도 죄책감이나 의무가 느껴지면 아무리 아내라도 결국 갚아야만 하는 부담, 부채가 돼버린다는 걸. 결국엔 자신에게 말만 예쁘게 했던 사람을 쫓아갈 것이라는 걸.
성공해서 신분상승하면 자신이 찌질했던 과거를 잊고 싶게 마련인데, 아내인 내가 남편의 무능력을 콕콕 집어서 강조하고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만천하에 떠벌리면 그것도 참 싫겠다. 그 과거에서부터 딸려온 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뭐 나도 그렇다. 만나기만 하면 부정적인 기운에 신세한탄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은 나도 힘드니까.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뿜 하는 사람이 좋은 건 본능이겠지.
그러니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 남편이 아내 덕분이라며 고마워할 수 있으려면, 나는 지금 억울하다고 울고 불고 하는 것보다 차분하게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서 예쁜 말도 해주고 남편에게 안전한 관계이자 매일 돌아오고 싶어지는 편안한 집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나. 억척스러운? 삶에 찌든?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걸 바라지 않는다. 로맨스 코미디 인 줄 알았는데ㅜㅜ? 나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으며 매일 웃을 수 있는 그런 주인공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작은 성취들을 매일매일 뿌려둬야겠다.
굳이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단 한 번뿐인 오늘을 보내면서 어떤 하루로 채울지는 나의 선택이다. 내가 지금 상황을 억울해하고 답답해할 수도 있고, 그래도 웃으면서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이라며 감사할 수도 있으니까.
남편의 여사친은 조연이다, 남편 아니었으면 존재조차 몰랐을 그냥 등장인물 n. 남편은 현재 주연이긴 하지만 헤어지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에게로 중심을 잘 잡으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서기. 30살은 이립 이랬으니까.
여기까지 나의 영화는 어떤 영화일지 넓게 길게 바라보았어요.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볼게요. 다음 단원에서는 나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Day 1 : 물길 트기 - 나에게 자존감이란?
Day 2 : 맑은 물 붓기 - 선순환에 들어서기
Day 3 : 라이팅 - 불평불만을 줄이는 글쓰기
Day 4 : 보카 - 소망을 이루는 긍정 표현 사전
Day 5 : 그래머 - 나에게 중심을 두는 문법
Day 6 : 불순물 거르기 - 악순환의 고리 끊기
Day 7 : 리딩 - 상대의 의도 이해하기
Day 8 : 리스닝 - 더 나은 대화를 위한 경청
Day 9 : 스피킹 - 침묵으로 대화하기
Day 10 : 물길로 흐르기 - 맑고 깊은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