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May 22. 2024

캐리어 이사도 가능한 미니멀 라이프

안녕, 우리의 신혼집



미니멀 이사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란? 내가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는 것.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알고, 알맞은 때와 자리에 아낌없이 활용하며,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하고 싶다. 


여행 갈 때도 기내용 가방만큼. 캐리어 번쩍 들어 올려서 오버헤드빈에 혼자서도 척척 넣을 수 있을 만큼의 무게면 충분하다.


이사 갈 때도 내가 무리하지 않고도 옮길 수 있는 만큼. 비행기를 타고 이사해야 한다면 체크인할 수 있는 만큼, 또는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만큼 만이면 충분하다. 


이번 이사에서 나의 짐은 20인치 캐리어 하나, 28인치 캐리어 하나, 이민가방 하나, 총 캐리어 세 개. 6년 전 이사 오면서 가져온 가방 그대로 이사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사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용량의 거의 최대치인 듯하다. 앞으로 여기서 더 이상 늘릴 수는 없을 듯. 이 세 가방을 내가 한꺼번에 옮기려면 캐리어 두 개 손잡이 합쳐서 한 손으로 밀고 나가며, 이민가방은 다른 손으로 끌고 와야 겨우겨우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6년 전에도, 지금도 딱 이만큼 들고 이사 갔으니 나에게는 충분하다.




텅 빈 우리 집이었던 공간




갑분 이사준비


우리가 이사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 너무나도 갑작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나는 이사 왔을 때부터 이사 나갈 준비를 했기 때문에 ^^; 항상 최소한으로 짐을 두고 쟁이지도 늘리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했었다. 


그리고 남편이랑 싸우고 여차하면 한국으로 도망가려고 (ㅋㅋㅋㅋㅋ) 내가 가져온 캐리어만큼만 넘치면 비우고 버리고, 그러다 속상하면 마음도 비우고 버리고를 반복했었다. 


그래도 이 작은 공간에 지난 6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정말 내가 손수 쓸고 닦고 하지 않은 곳이 없는 우리 집. 짐 보다 더 무거운 마음의 짐, 텅 빈 집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애증의 공간. 그리고 그 마음을 외면하면서 급하게 또 다음 장소로 짐을 날라야 했다. 




IMF 시절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아나바다 운동. 아나바다 표어는 진짜 잘 만들었다. 나 초등학생 때 들었던 이 표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몸에 배어 실천하다니 ㅋㅋㅋ 아나바다 이사준비 과정을 기록해 본다. 







아껴 쓰고


우리 집 팬트리. aka 싱크대 상부장 ㅋㅋㅋㅋ 알뜰살뜰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이 보물창고처럼 너무 잘 쌓아두었다. 물론 물건들도 낭비 안 하고 아껴 썼고, 공간도 정말 아껴 썼다. 원룸 스튜디오였기에 수납장을 따로 사면 공간이 너무 답답하게 좁아져서 빌트인 상부장과 하부장, 벽장, 옷장에 들어갈 정도로만 모든 물건의 양을 조절하였다. 


이사 몇 주 전부터 선반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물건을 줄여가는 희열이 있었다. ㅋㅋㅋ 중간에 주방 세제가 똑 떨어져서 베이킹소다로 대체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새로 샀지만 ㅠㅠ 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잘 쓰고, 음식은 모두 먹어 치우고, 필요 없는 것들은 나눔 하고, 먹다 남은 식재료만 버렸다. 







나눠 쓰고


우리 건물 1층 세탁실에는 나눔함 giveaway shelf 처럼 아직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건물 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상부장에 있던 대부분의 물건들은 나눔으로 보내줄 수 있었다. 당근마켓처럼 미국에도 offer up 이나 facebook marketplace 또는 한국 교민 사이트 등에서 중고 판매를 할 수도 있다. 


포장도 뜯지 않고 쟁여놓았던 새 물건들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나눔 하였다. 혹시나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받으실까 봐, 매번 먼저 여쭤보고 원하는 물건을 알려주시면 그것만 드린다. 나는 필요한 건 대부분 갖고 있어서 뭔가를 받는 게 부담이라 ㅠㅠ 괜히 부담 갖지 않으시게, 또는 원하지 않는 물건 받았다가 처치곤란일 수 도 있을까 봐. 각자가 필요한 물건 골라가면 받는 사람도 만족할 테니 나도 마음 편하고 좋다.







바꿔 쓰고


내 편의에 맞게 용도를 바꿔 쓰기. 페인트 벽에 뭔가를 붙이고 싶을 때 팁. 우리 집은 월세집이라 나가기 전 모든 것들을 원상복구 해놔야 했다. 뭐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진짜 아기자기한 공간에 이것저것 놓고 살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꾀를 내었는데 그중 가장 필요했고 편리했던 방법. 


전신거울 페인트 벽에 붙이기! 


페인트 벽에 테이프를 바로 붙이면 페인트가 떨어져 나온다. 그래서 좀 가격이 높은 마스킹 테이프 예를 들어 3M 마스킹 테이프를 벽에 가이드라인처럼 먼저 붙여놓고, 그 위에 쫌 비싸고 도톰한 양면테이프를 붙인 다음에, 거울을 붙이기. 이렇게 6년 동안 한 번도 안 떨어졌고, 벽에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 


조심성이 많은 나는 매우 가벼운 거울이었음에도 떨어져서 산산조각 날까 봐 양면테이프를 거의 한 뼘 간격으로 붙였다. ㅋㅋㅋ 거의 테이프 값이 거울 보다 더 나갔을 듯. 하지만 값싼 마스킹테이프는 나중에 접착력이 없어지고, 벽에 끈적이는 자국이 남는다. 나중에 마스킹 테이프를 떼기 좋게 조금씩 겹쳐 붙여도 좋다. 아래쪽에 있는 테이프를 먼저 떼면 위로 겹쳐진 테이프까지 한 번에 싹 다 떨어짐. 


그 외에도 천장에 등이 없어서 전등을 여러 개 사야 했는데 이리저리 장소를 바꿔가며 필요한 곳에 썼었다. 침실과 주방, 거실이 전부 같은 공간이었던 원룸이었기에 ㅠㅠ 그리고 압력밥솥은 아니었지만 싸구려 밥솥이었어도 스팀 기능이 있어서 딤섬도 쪄먹음. 이것저것 불편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졌다. 







다시 쓰고


반쯤 남은 샴푸, 바디워시, 폼클렌저 등등 끝까지 쓸 수 있도록 작은 통에 담에 소분해 놨다. 깨끗하게 빈 통들을 보면 뿌듯하다. 우리는 아직 정착할 곳을 찾지는 못했기 때문에 임시로 지내는 숙소에서 새로 사기보다 있는 것들을 먼저 싹싹 써버릴 예정이다. ㅎㅎ




비우고 비우고 비워도 이 작은 집에서 끊임없이 물건들이 나온다는 게 정말 지독했다 ㅋㅋㅋㅋㅋ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 이렇게나 많다니. 최소 최소 최소로 살았는데, 심지어 우리는 가구까지 없었는데, 참 미니멀 라이프는 멀고도 험하구나. 







https://brunch.co.kr/brunchbook/kim4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744364


매거진의 이전글 하와이에서 집 구하기 꿀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