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성장러 김양 Jul 20. 2024

더 배워볼까?

서른에 떠난 미국 대학원 유학


어느 순간 이렇게나 치열하게 마주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근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법률이나 정책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건지, 왜 일반 기업은 정해진 법칙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건지, 그런 것들이 알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이런 내용을 더 공부하고 싶어 졌어요. 더 공부해서 실제로 정책을 만들거나 제안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선진국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배워서 적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국의 대학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외국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제 소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미국 대학원을 알아보면서 부동산의 사업성 분석과 주택정책을 같이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과가 “City and Regional Planning"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부러지는 영어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Planetizen이라는 잡지도 알게 되었고요. 도시계획으로 유명한 학교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장이 있었는데 학교를 리서치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오로지 미국 대학원에 합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GRE와 토플 시험을 치르고, 학업 계획서 작성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갔습니다.


10월 즈음 대학원 지원을 마쳤고, 다음 해 2월부터 합격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저는 지원했던 학교 중 가장 높은 순위권의 학교를 선택했고 당시에는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편도행 비행기표만 사서 말이죠.





제가 미국 대학원에서 배운 주택 정책이나 사업성 분석의 툴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사업성 분석은 제가 컨설팅 회사에서 업무 할 때 배웠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평가 항목에 의문을 가질수록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영역만 늘어갔어요. 주택 정책 역시 bottom-up 방식으로 도시 계획 관련 정책이 실행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top-down 방식이었기에 미국에서 뭘 배워가서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생겼고요.


어떻게든 미국의 정책과 한국의 정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제가 한국의 주택 정책에 너무 무지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특히 주거복지 프로그램은 공공임대주택만 겨우 알았고, 종류가 다양한 것도 전혀 몰랐어요. 자료를 찾고 싶어도 어디에서 소스를 구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만 긁어모아 몇 조각 없는 퍼즐을 맞추듯 낑낑대고 있었습니다. 정보와 리서치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어요.


어떻게든 끝낼 수 있는 논문 주제를 정하라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미국 정책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정책의 평가 항목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 나중에 한국에서도 일부 내용이나 항목을 정책 평가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과정의 차이를 경험하면서 괴리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인생과 배움과 커리어가 어디 뜻대로만 되나요?


그저 이전에 해보지 못한 일을 해봤다는 것,

외국살이의 경험,

석사 학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모여 제 삶이 좀 더 충만해졌다는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원 유학은 분명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인생역전을 기대하거나 엄청난 혜택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유학을 다녀오지 않거나 해외살이 안 해보면 후회할 것 같다,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어학연수보다 꼭 정규 대학(교환학생 포함), 혹은 대학원 과정을 더 추천드려요.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럽니다.




이전 04화 다시, 주택 분양 업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