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아 복잡한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입니다.
달력표에 여러 개의 스케줄이 짙은 검은색 볼펜으로 쓰여있습니다. 복잡함을 더 드러내는 듯 몇 개는 줄 그어졌다가 덕지덕지 추가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저는 오늘 하루가 복잡해졌을까요?
'자질구레하게 선택하지 못한 상황들이 엉킬 때 머리가 복잡해진다.'
저의 경우 작은 것들을 애매하게 선택하기 어려울 때, 그리고 그 문제들이 2~3개씩 동시에 터져 나올 때, 머리가 복잡해지고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하나의 선택으로 나머지 선택지들이 변경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핵심은 (작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큰 일의 경우 우리가 고민을 결정을 유예하더라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깁니다. 중요한 문제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작은 일의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애걔? 중요한 일도 많은데 나 이런 일에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야? 나 고작 이거 하나를 결정 못 내리는 거야? 사소한 일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힘들고, 선뜻 선택을 잘 못 내리는 자신의 모습에게도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오늘 아침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빨리 선택하면 될 걸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5분간 명상을 실시합니다. 호흡을 관찰하고 알아차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개 문제가 산재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명상이 잘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그 문제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결국 문제들만 생각하다 알람이 울립니다. 잡념이 머리를 휘젓고 있었네요.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선택은 49대 51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명상을 하다 문제의 본질을 살펴봅니다. 결국 보면 서로 다른 가치관의 대립이 보입니다.
편리함 vs 비용, 관계 vs 시간 등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몇 시간을 들여 거기까지 갈까? )
(어딘가로 같이 가는 길에 별로 친하진 않는 사람에게 태워 달라할까? 아니면 그냥 맘 편하게 택시 타고 갈까)
이 문제들에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무얼 더 중요시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내가 더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고민의 영역까지도 오르지 않았을 겁니다.
딱 49대 51이니 고민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왜 49대 51의 고민이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결정하고 난 뒤에 고려해야 할 세부사항들이 본질을 흐려 49대 51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
예를 들어 그 사람을 만나야 할까 하는 문제에서
만나게 되면 어디서 만나야 할까? 무엇을 먹어야 할까 몇 시에 만나야 할까? 그 시간대는 출퇴근 시간대 사람이 많은데 하는 고민이 들게 됩니다.
만나지 않게 되면, 그 사람과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겹쳐져 생각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단순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지금 이 시기에 만나고 싶은가? 이것이 본질이며 핵심입니다.
다른 자질구레한 고민들을 젖혀두고 그것에만 집중하게 되니 문제가 쉽게 풀렸습니다
아~ 나는 이런 것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지
49대 51이 아니라
6대 4....
7대 3....
마음이 점점 기울어집니다.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선택을 하고 난 뒤에는 복잡함이 정리됩니다.
나머지 선택을 하지 않은 하나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비중을 두었다면, 어떻게 가던, 무엇을 먹던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 뿌옇게 올라왔던 흙탕물이 천천히 가라앉는 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명상 한 스푼을 일상에 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