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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Mar 06. 2020

생일 선물로 컴퓨터를 포기했다.

예전부터 내 꿈 중 하나는 방 하나를 서재로 만들어서 한쪽 벽에는 책장에 책을 꽉 채우고, 다른 한쪽은 책상과 컴퓨터를 놓아서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남은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싶었다. 다행히 아내도 동의를 해서 책을 가져다 두고 저번달에 책장을 구입해서 책을 꽂아 넣었다. 서재 꾸미기가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음 단계를 위해 책상을 사야 하는데 컴퓨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급격히 들었다. 취업 준비하면서 산 문서작업용 노트북이 있는데 화면도 작고 성능이 좋지 않아서 거의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생기면서 사용할 일이 점점 생기고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성능과 작은 화면 때문에 공부하는데 불편함이 생기고 있었다.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1월 중순부터 시작한 고민은 2월까지 이어졌다. 넓은 모니터와 성능 좋은 데스크탑이 있으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분석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단축되고 편하기 때문에 열정도 오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선택은 컴퓨터 포기였다.



장비가 좋지 않고 불편해서 공부의 열정이 작아진다는 것은 사실 핑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명확한 목표와 중간 목표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막연하게 시작한 공부이기 때문에 노트북을 켜도 뭘 해야 할지 몰랐고, 거기서 인지적 부하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장비에 대한 욕심은 이런 인지적 부하를 내 양심이 이겨내지 못하고 핑계거리를 만든 결과였던 것이다.


살면서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것들이 꽤 있다. 스트레스 받는 날 자극적인 라면이 땡길 때가 있고 갑자기 눈에 들어온 옷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진짜 나한테 필요한 것인지, 구입했을 때 내가 얻는것과 잃는것, 구입하지 않았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잘 따져보면 좋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일 선물로 책상만 샀다. 그 위에는 예전부터 쓰던 노트북을 놓았다. 옆에 책이 있고 책상에 노트북과 일정을 적어둔 달력이 있다. 공부할 환경을 만드니 의외로 잘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컴퓨터를 사고 싶은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돈은 아내와 맛있는 식사를 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게 옳았던 것 같다. 물론 아직 모니터는 사고 싶긴 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을 구분하면 더 좋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감정과 충동에 휩쓸려 아까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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