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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May 12. 2020

생업으로 일군 연대, 강화의 협동조합 청풍상회

블로그로읽는보고서 -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사회적기반 #4-3

지역이주 청년연구에 포함된 3가지 사례가 각자의 독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청풍상회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례였습니다.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청년들의 '자립', '자생'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청풍은 청년 자영업자로서 지역에서 포지셔닝하여 생계의 기반을 다져낸 저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들이 '생업'(生業)이라 말하는 생계의 기반들은 때로는 생존의 수단으로, 때로는 관계의 매개로 작용했습니다. 지역에서 청년이 스스로의 일을 바탕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여기 청풍의 사례를 주목해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협동조합 청풍상회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의 재래시장인 풍물시장과 그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청년들로 이뤄진 협동조합이다. 현재 5명의 청년이 함께 <한판식당>(토스트 등 판매) <아삭아삭 순무민박>(게스트하우스), <스트롱파이어>(펍), <진달래 섬>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민박집과 펍은 한 건물을 사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1층에 펍이 자리잡고 있고 2, 3층은 민박집으로 운영 중이다. 


1층에는 펍이 2층 부터는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다 (출처 : 청풍상회 인스타그램)


처음에는 3명의 청년이 모여 ‘청풍상회 화덕식당’이라는 화덕 피자집으로 시작했다. 2013년 강화풍물시장 육성 사업단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가게를 얻을 수 있었다. 원래 풍물시장 육성 관련 사업에서 청년문화사업 기획자로 활동하던 ‘유마담’과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장사를 하다 강화로 이주해 살던 ‘베니스’ 및 강화도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주해 지내던 김토일 씨가 만나서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사업 내용도 변경되고 사람도 더 모이면서(총총, 수리) 지금과 같은 5인의 형태를 갖추었다. 


강화의 사례는 협동조합 청풍상회가 이 지역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주 청년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하게 된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조망하였다. 


특히 청풍과 같이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청년들과의 협력이 눈에 띄었다. 청풍상회와 함께 인터뷰 한 파스타 가게 <루아흐>는 청풍상회에서 강화도 출신 청년인 김토일씨의 고교 친구인 전성현 씨가 운영하고 있다. 원래 서울에서 연극 배우 생활을 하던 그는 좋아하던 요리를 직업으로 가질 생각으로 서울에서 작은 파스타 집을 운영했고, 가게이전을 고민하다 강화로 돌아오게 되었다. 원래 서울에서 가게를 하기 위해 준비하던 그가 강화로 이주하게 된 데에는 토일씨와의 인연 그리고 강화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 청년 문화 조성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던 청풍상회의 영향이 컸다. 



생업을 매개로 살고, 연대하고, 지속하다


강화풍물시장 육성사업 참여


유마담은 원래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강화로 옮겨와 풍물시장의 축제기획에 참여하게 된 것이 청풍상회 시작의 계기였다.  유마담이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해보자는 제안을 베니스와 토일에게 하게 되었고 2013년 첫 가게를 열고 청풍상회가 출발했다. 각자의 계기는 달랐고 구체적으로 하나의 방향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예를 들면 유마담은 인천에서 문화기획을 하다가 단년 사업이나 지원사업 중심으로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는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토일은 어렸을 적 살았던 강화에 대한 추억이 좋았기에 막연하게 강화에돌아와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다.) 풍물시장을 출발로 젊은 사람들이 강화도에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같았다.  돈을 통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하지만, 옆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버틸 수 있는 힘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시련 속에서 경험한 연대


처음 해 본 피자가게가 사실 잘 될 리 없었다. 장사가 안 되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시장 안에서 이들을 보살피는 상인들의 손길로 버텨낼 수 있었다. 육성사업에서의 축제 진행 등을 통해 주변 상인들과 만들어 놓은 관계도 있었고, 원래 풍물시장 안에 없던 아이템을 가지고 장사를 했기 때문에 견제하는 움직임이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먹을 것이라도 하나 더 챙겨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던 중 청풍상회의 재계약 시점이 다가왔을 때 시장 내 상인회의 일부 상인들이 이들에게 상인들의 허드렛일을 하고 매일 인사를 하는 등의 일을 요구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지 않으면 재계약에 필요한 추천서를 써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청풍상회는 이 일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대중들에게 호소했고 언론을 통해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청풍을 응원하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었다. 풍물시장안에서도 대부분의 상인들은 청풍을 지지했다. 청풍이 이 일로 군청을 방문 했을 때 관련 부서에 청풍을 지지하는 민원이 쏟아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결국 이 일은 상인회가 관련 조건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일을 통해 상처도 받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경험하면서 청풍은 강화에서의 활동의 새로운 전환까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시장 어른 분들도 지지하는 분계시고, 외부에서 지역신문이나, 저도 강화에서 자란 거라서 또래 친구들도 많이 도와주고. 자기네 부모님께 이야기 해주기도하고. 주변사람들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았죠. 일 때문에 군 청가서 군청 담당과에 가서 얘기하는데 이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 김토일


저렴한 임대를 통해 거점공간 마련


아삭아삭 순무민박과 스트롱파이어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은 한 때 농기계를 팔던 건물이었다. 그러나 10년 이상 빈 건물로 남아 사용되지 않던 곳이었다. 그동안 쌓인 관계망을 통해서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 3층짜리 건물이지만 서울 등 수도권 도심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 할 수 있었다. 2016년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해 1층에서는 펍을 2,3층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는 건물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강화의 특산물로 강화의 방직공장에서 만든 면직물인 ‘소창’으로 만든 수건을 사용하고 강화의 작가가 만든 소품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비록 임대이지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렴한 임대 물건을 확보함을 통해서 이들은 훌륭한 거점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 공간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더불어 주변의 상인, 특히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가게들과 함께 하는 콜라보 작업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일부 청년들은 청풍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강화로 이주해 장사를 시작하기도 하고, 타 지역이 아닌 강화에 남아 활동을 이어가 보려 하기도 한다. 청풍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지원사업 등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여 운영하면서 다양한 협력의 경험들을 쌓아 나가고 있다. 



사회적기반의 작동 방식


사회적인프라


적은 생계비가 주는 기회들


청풍은 현재 가게 운영 등을 통해 얻는 수익과 지원사업 및 외부 프로젝트 유치를 통해 얻는 수익이 반반 정도라고 설명한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이주 청년들로서 부러운 규모의 사업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수입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강화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충분치 않은 수입으로도 지역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시도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에 비해 필요한 생계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장사를 위해 소모되는 비용의 규모도 도시와 비교할 수 없다. 적게드는 생계비를 사회적인프라라고 말하는것에 이견이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아무 기반없이 지역으로 이주해 오는 청년들에게 낮은 생계비용은 맥락적으로 청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강화는 서울과 비교해 생계비는 낮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지리적 접근성 (강화에서도 강화대교와 인접한 관문 쪽에 위치) 때문에 서울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청풍은 이러한 특성을 살려 게스트하우스와 펍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청년과 이주 청년 자영업자들이 청풍을 매개로 연결망 형성


적은 생계비는 이들이 원하는 사업을 보다 목적 지향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가게 운영외에 각종 청년 문화 활동, 지역사업 등의 지원사업 역시 이들의 주요한 수입원 중에 하나이지만 수입 그 자체를 위해서만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주로 목표하는 것은 지역의 청년들과 상생하는 사업 혹은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강화를 탐색해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유마담은 이러한 노력을 “(강화도의 청년 상점들이 함께) ‘팀 강화’가 되기 위해 팀 워크를 강화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얻게 된 많은 관계들이 다시 청풍이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 큰 힘이 되고 있다. 


 ‘팀(Team) 강화’가 되기 위해 팀 워크를 강화 하는 과정


예를 들어 <시골가게 콜라보>라는 사업은 서울시와 함께 서울의 아티스트들이 강화의 가게들과 협업해서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주는 사업이었다. 대상이 되는 가게들은 청풍과 인연이 있거나 이 기회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던 강화의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곳들이었다. <소문난 감자탕>, <루아흐>, <유성주유소> 등은 토일 씨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운영하던 가게들이다. 강화로 이주해서 사업을 시작한 <책방시점>, 빵집 <벨팡> 등과도 이 사업을 통해 더 알아갈 수 있었다. 이렇듯 지원사업은 청풍의 생계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청풍이 강화에서 가지는 관계망을 강화하고 이어지지 않던 점들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점에서 선이 되어 가는 과정을 만들어가는데 전략적으로 활용되었다.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를 통한 결과물 (출처 : 강화시골가게 콜라보 자료집)



파스타 전문점인 '루아흐'를 운영하는 토일의 동창 전성현 씨는 이 사업으로 알게 된 아티스트와 함께 자신의 가게에서 사용할 식기의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아티스트 및 청풍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도 구상하게 된다고 한다. 지역이 물적자원은 없지만 그렇기에 서울에서 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조건도 있다고 말한다. 물적인 것 외에 자연과 문화적인 자산, 낯선 환경에서 작업해보는 경험 등이 아티스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각자가 적은 자원이지만 효과적으로 그리고 꼭 물적인 자원이 아니라도 가치적인 부분을 인식하면서 서로의 활동을 돕고 있는 것이 청풍상회 그리고 함께하는 상인들이 일하는 방식으로 확인되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기에 가질 수 있는 청년들의 '자기 공간'


청풍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은 두 곳으로 한 곳은 2013년부터 운영해 온 풍물시장 한 켠의 식당이고, 또 한 곳은 지역의 3층짜리 건물 한 채이다. 앞서도 설명했듯 처음 시작은 풍물시장의 공간을 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얻었던 것이지만 재계약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지원이 아닌 운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한 3층 건물도 공공의 지원이 아니라 관계 자원을 통해 적은비용으로 임대한 공간이다. 10년 째 비어있던 건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할 수 있었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리모델링에도 참여했다.


청풍이 관계를 맺는 상점들이 각자 자신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특별히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그 가게로 찾아가면된다. 루아흐를 운영하는 성현씨는 스트롱파이어의 단골이다. 장사를 마치고 들러 동네 친구와 술한잔을 나누기도 하고 한번은 그가 스트롱파이어의 웍을 잡고 요리를 하기도 했다. 거점을 가지지 못해 공간을 찾아다녀야 하는 지역에 비해 생계를 기반으로 모인 네트워크는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청풍과 관계 맺고 있는 루아흐도 적은 비용투자가 주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이었으면 3-4배는 더 들었을 임대비와 시설투자비가 절감되었고 때문에 매출이 적다는 것이 걱정은 되지만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불안을 주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사회적자본


주민과의 연대가 주는 힘을 경험


청풍의 형성과정에서도 확인했듯 청풍을 지지하는 지역의 원주민 (특히 상인들)들의 지지와 연대는 청풍의 오늘날이 있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청풍은 이러한 관계 자원을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자원들이 외부에서 강화 살이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에게 연결 될 수 있는 연결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일차적으로 청풍이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 관계 자본은 시장에서 상인들과 맺었던 네트워크이다. 초기에 유마담 등이 했었던 일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문화 기획이었고, 이 일이 상인들을 더 잘 알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화덕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 청풍의 구성원들은 시장의 상인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고, 시장상인들도 이들을 시장의 구성원이자 동업자로서 부족함을 챙겨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봐 주었던 것이 초기에 청풍이 존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지역과 청년을 잇는 매개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인식


하지만 지금 청풍은 마냥 도움 받는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재계약 과정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먼저 관계 안에서 인정받는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협력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굽실대고 지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요구가 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워낙 강화 내부에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많지 않지만, 특히 청풍이 강화 내부의 공공자원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가 담겨있다. 


청풍은 청년들이 설수 있는 관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청년들과의 네트워크를 차근히 쌓아올려 갔다. 그 네트워크의 한 쪽에는 강화에서 자신의 기반을 닦아 나가며 자영업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청풍은 때로는 ‘강화’와 연관되어가진 이들의 콘텐츠를 알리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혹은 지역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공감하고 그러한 삶을 외부에 알리는 방식으로 연대한다. 기존에 가졌던 관계를 통해서 편하게 협업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강화지역의 청년 자영업자들의 관계 허브 역할을 하며 서로가 버틸 관계의 지지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생계가 돈도 있지만, 옆에 누가 있느냐도 중요해요. 돈으로 한다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는데 내가 힘들 때 커피 한 잔 하거나 파스타, 소주 한 잔 하는 그럴 수 있는 기댈 데가 있으면 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토일


청년 네트워크의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아직 강화에 살지는 않지만 강화를 탐색하는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청풍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이주를 탐색하는 청년들이 강화를 알아갈 수 있는 거점공간이 되었다. 지원사업 등을 통해 순 유입으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이주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만났다. 대표적인 사업이 <잠시 섬>프로젝트다.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교류 사업으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강화를 탐색해 보고 싶은 청년들이 2박에서 최대 5박까지 아삭아삭순무민박에서 머무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관심에 따라 강화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는 그날의 발견들을 나누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자연스레 기존에 맺었던 관계망이 동원되기도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참가자들에 7,000원짜리 식사 쿠폰을 나눠주고 갈 수 있는 상점 리스트를 주었는데 그 중에  루아흐가 있었다. 점주 전성현 씨는 “한 사람당 7,000원이면 파스타 한 그릇 당 4,000-5,000 씩 밑지고 장사하는 건데도 아깝지가 않았다”고 한다. 청풍이 왜 이 청년들을 강화로 초대했는지 알고 있고, 자신도 그러한 청년들이 강화도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이웃의 가게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청풍이 강화의 여러 청년 상점들의 네트워크를 엮어 ‘팀 강화’가 되는 것은 청풍을 비롯한 청년 상인들이 종사하는 관광지 서비스업의 특성상, 하나의 점포가 아니라 지역 자체가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외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으므로 생존에 유리하다. 아마 청년 상인들은 이런 이유에 어렴풋이 공감하기 때문에 ‘돈 안 되는 제안’을 하는 청풍에게 “야 이 청풍 놈들아”를 외치면서도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청풍이 이것을 의도했든 의도했지 않았든, 청풍은 ‘팀 강화’ 활동을 통해 로컬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청풍이) 막연히 좋은 일 한다. 너네 잘 하고 있네 했는데 막상 (청풍을 통해 만난) 그 손님들이 재방문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에게 인스타 팔로우 신청하시고. 블로그에 쓰고. <잠시섬>(프로젝트)에 왔었는데 하며 쓰시고. 그런 걸 피부로 느끼니까 강화도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참 좋은 일 하는구나 느꼈어요. - 전상현


강화에서 7년, 정착에 다다르다


청풍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던 각 자원들, 자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었던 맥락을 설명해주는 작동원리를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지역을 바라보고 시작한 상업 활동이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의 좋은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 관계가 위기상황에서 청풍을 지켜줄 수 있었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환경적으로 시골적 특성이 있는 입지 조건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서의 이동편의성 등으로 서울의 인적 자원 유입, 자원과 연계한 작업에 유리했다. 

자영업 계층 청년들은 지역지향은 없더라도 ‘장사’라는 키워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한 가게의 ‘사장’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들의 그룹이 지역내에서 다른 지역 주민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관계 맺는 것이 가능했다. 

강화 지역의 공공자원은 부족했지만 문화와 지역, 상업활동이 결합된 청풍만의 기획으로 중앙이나 서울의 공공자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청풍상회는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지향을 잃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이주기를 지나 정착기에 다다라 강화에 사는 혹은 살고 싶은 다른 청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그룹이 되었다. 청풍상회의 경우 지역의 멘토, 매개자의 역할을 다른 지역 주체들에 맡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 특징적이다. 그 결과는 청풍이라는 팀워크 위에 얹어진 지역사회 청년 상인간의 네트워크가 다시 팀워크를 발휘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관계들은 아래 그림 처럼 그물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청풍이 아니라 다른 주체가 중심에 오더라도 비슷하게 그물처럼 연결된 관계망을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삶을 꿈꾸나요?
혹은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에 관심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한 번 읽어볼 만 할 겁니다(연구 결과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현황 연구 결과보고서'보러가기). 지역살이를 생각하는 서울의 청년들에게 지역살이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던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듣는연구소에 의뢰한 연구로, 원래는 <지역교류형 청년일자리 사업모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현황 연구>라는 어려운 본명을 가졌지만, 쉽게 말하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잘 살 수 있는 지역사회의 기반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 내용을 필요한 사람에게 더 쉽게 가닿을 수 있도록 여러 편으로 나누어 블로그로 읽는 보고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로 읽는 보고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정착을 돕는 지역사회 기반> 목록

#1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

#2 청년의 이주를 돕는 사회적기반(social infrastructure)이란

#3 이주청년의 내러티브 

 # 3-1 옥천사는 김예림

 # 3-2 홍성사는 길익균

 # 3-3 영도사는 심바

 # 3-4 제주 마을활동가 황아미

 # 3-5 산내사는 하무 

#4 정착기반 지역사례

  # 4-1 상주 이안면 청년이그린협동조합

  # 4-2 완주군 고산면의 이주 기반과 정책

  # 4-3 강화의 협동조합청풍과 생업하는 청년들

#5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이 잘 살기 위한 조건들

#6 지역사회 기반을 묻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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