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연구소 블로그로 읽는보고서 - 지역 이주 청년의 사회적기반 #5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삶을 꿈꾸나요?
혹은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에 관심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한 번 읽어볼 만 할 겁니다. 지역살이를 생각하는 서울의 청년들에게 지역살이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던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듣는연구소에 의뢰한 연구로, 원래는 <지역교류형 청년일자리 사업모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현황 연구>라는 어려운 본명을 가졌지만, 쉽게 말하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잘 살 수 있는 지역사회의 기반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 내용을 필요한 사람에게 더 쉽게 가닿을 수 있도록 여러 편으로 나누어 블로그로 읽는 보고서를 연재합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청년의 지방이주는 단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계를 거칩니다(삼선재단 외, 2015; 마을학회일소공도, 2019).
탐색기: 가벼운 교류나 체험을 통해 지방의 존재를 알고 지역살이 정보를 얻거나 경험하는 단계
이주기: 특정 지역에 이주하여 주거지를 옮기고 생활하는 단계로, 아직 이동의 여지가 존재함
정착기: 해당 지역의 주민이 되어 정주하는 단계
물론 경우에 따라 취업이나 학업때문에 바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 요인 없이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볼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나 경험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나와 잘 맞을지를 탐색하는 단계를 일반적으로 거치게 되지요. 또한, 이주했다고 해서 바로 그 지역에서 '정착'하고 살기란 쉽지 않죠. 이동이 빈번한 대도시와 달리,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 안정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집이나 일터 등 기반을 마련해야 비로소 정착했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주하는 청년이 많은 지역들에는 이러한 각 과정별로 필요했던 지원이 적절하게 연결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고 없이 타지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우리는 청년에게 탐색기나 이주기 없이 지역에 바로 정착하도록 하는 사업들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든 이유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00지역에서 한 달 살아보기' 같은 여러 단계를 고려한 사업들이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은 주민등록을 옮기고 이 곳에서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 만약 사업비를 받고나서 3년 내에 타 지역으로 다시 이동한다면 사업비를 다 토해내야 할 것.'이라는 전제를 단 사업들도 많았어요.
우리는 이주기를 거쳐 원만한 정착기를 갖기 위해서 이주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그러한 것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지역사회는 어떤 조건을 갖고 있을지에 대해 파악해보기로 했습니다.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지인이 있어서 이주한 청년이라도 그곳에서 아주 정착해서 살기로 마음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정착에 필요한 물질적 기반 뿐 아니라, 그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살겠다는 정주의식을 가져야 가능한데, 지금의 이주 지원 정책들은 주소지를 옮기는 이주에는 관심이 많지만, 이주한 청년이 그 지역에서 잘 정착하여 살게끔 돕는 것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이주 청년이 지역에 잘 정착하여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자원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자원을 잘 갖춘 지역사회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필요로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첫째, 어떤 행정에서 청년이 잘 정착하는 것까지 고려한 이주 지원 사업을 펼치려할 때 고려할 점을 알 수 있고,
둘째, 이주 청년의 정착을 촉진하려는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어떤 기반을 갖추어야 할 지 점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듣는연구소는 지방에 이주해서 수년 째 살고있는 청년 10명의 경험과 이주 청년이 많은 세 지역을 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이주에 필요한 요소를 분석해 보면, 크게 관계, 생계, 공간과 정서로 구분됩니다.
첫째, 요소들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에서 관계망을 통해 공간이나 생계에 대한 정보와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그곳을 기점으로 관계를 맺고 생계를 지속하기도 합니다. 혹은 지역에서 초기에 얻은 일자리를 통해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를 알아가기도 합니다.
두째, 같은 관계, 생계, 공간, 정서 요소라도 이주기와 정착기에 필요한 요소의 내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이주기에는 쉐어하우스나 귀농인의 집처럼 임시적인 공간도 도움이 되지만, 정착하려 할 때 몇 년 동안 그런 임시적인 공간에서 살거나 일하기는 어렵습니다. 안정적이고 자신에게 맞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여러가지 이주 지원사업들은 대개 임시적인 공간이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면 지역에서 정착해서 살려고 할 때에 안정적이고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구하려하면 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수도권보다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높은 땅값, 빈 집이 많아도 모두 주인이 있거나 외지인에게 쉽게 내어주지 않는 상황을 수 없이 맞닿뜨리게 되면, 큰 마음을 먹고 이주한 청년이라도 그 지역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게 됩니다.
이주 청년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유용했던 것, 그리고 꼭 필요한데 없어서 어려웠던 점들을 종합하여 '이주청년의 지방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주청년그룹을 참여관찰한 문화인류학자 이경은(2019)은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이로서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청년들의 목표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될 수 있었다.
우리의 연구에서도 같은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낯선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이 자기 삶의 기반을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지역사회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이 정주하기 좋은 지역사회 여건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요즘 '지방 소멸론'이 대두되면서 지역에 젊은 사람들을 유치하려는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자발적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기 삶의 기반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디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에서는 이미 이렇게 삶의 기반을 만들려고 하는 이들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기왕 정책과 돈을 투여할 거라면 생뚱맞은 데 쓰기보다, 기존에 이뤄지고 있는 행위에 보태졌을 때 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이것이 이주 청년이 살기 좋은 지역의 '사회적 기반(Social fundamental)'을 만들 때, 물적 자본(social infrastructure)은 사회적 자본과 결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저희 연구의 주장입니다.(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이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을 맞이하려는 지역의 주민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정착기 청년들에게 공간의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된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의 생산을 위한 자본을 계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높은 지대를 벗어나서 생활과 생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지역 이주의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청년이 사용할 만한 공간을 구하기가 어렵고, 이미 지역의 지대는 청년에게 획득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 '연세'는 이를 집약해서 들려줍니다.
이 친구들은 늘 좋은 부모한테 태어나지 않는 이상, 태어날 때부터 땅과 모든 건 소유가 있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미 누군가를 소유한 걸 다시 사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너무 억울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사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주거라도 안정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거든요.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기엔 너무 불안한 것.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이상 민간(시장)이나 공공에서 토지의 전승이 어렵고, 어떠한 지역이나 커뮤니티, 업계에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원을 내어주지 않는 한, 그 지역사회나 커뮤니티, 업계는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사회에서는 청년이나 다음 세대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주청년들이 지역에서 공간을 내어받는 경험(마을의 폐교 공간, 마을 기관의 농지, 공공의 청년몰 사업 등)을 통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내어받은’ 공간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호의로 제공받은 땅에서 활동을 하다가 퇴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생했을 때 사용권이 문서화 되어 있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5년, 10년, 20년 어느 정도 기간동안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문서화하고 공공이 이를 보증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조건 없이 공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청년과 지역이 거의 최대치의 신뢰가 쌓였을 때 공간을 내어줄 수 있을 것입니. 청년의 입장에서는 관계를 통해 공간을 얻을 수 잇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을 세워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청년들의 공간이 생기는 것에 반대하는 민원이 있다면(시끄러울 것이다,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편견으로), 청년은 지역사회에 우려 지점에 대하여 미리 소통하고 우려 요소에 대한 합의사항을 만들고 이행하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쌓는 등의 관계 자원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청년의 이주, 그리고 이주 후의 좋은 삶이라는 과업은 물적자본이나 관계적자본 어느 한 축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를 포괄하여야 달성할 수 있음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이러한 자원의 축이 서로 연관이 고려되지 않고 설계 ‧ 제공되면서, 두 자원이 합하여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영향을 주는 경우도 목격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마을의 공간이나 교류 공간 등이 공간만 그럴듯하게 지어놓고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죠. 한편으론, 사회적자본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아무런 물질적 자원이 투입되지 않은 활동의 장에서 활동가들이 소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년의 이주라는 씬(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 이주의 기반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취·창업자금, 공간 등 물적인프라들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 인프라가 사회적자본이 흐르는 사회적인프라로 기능하도록 하려면 ‘이 인프라를 통해 또래 청년들과의 관계,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를 사전에 기획단계에서 고려하여 반영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며, 당장 생존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만들어 주었으니 관계를 만드는 것은 청년의 몫 인양 밀어두어서는 안 되지요. 지역사회에서 외지 청년들에게 주는 특혜처럼 비춰지는 공간에 살게 되는 청년들을 상상해 보면, 이들이 온전히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이런 고려 없이 확보된 자원의 성질을 외지에서 온 청년들이 바꿔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불어 사회적자본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삶의 토대가 확보되었을 때 창발할 수 있다는 원리도 강조하려 합니다. 이론적으로 사회적자본은 분명 ‘자본’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에서는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관계의 위계가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받더라도, 이후에는 자원을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호혜적 관계로 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자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의 삶의 불안이 해소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생계, 땅, 공간 등의 자원이 필요한 것은 단지 그것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런 물적 기반이 든든할 때, 지역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줄 수도 있는 사람으로서 지속가능한 관계 맺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주청년 심층면담에서 그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적자본은 지역사회에 든든한 사회적인프라가 작동하고 있을 때 건강하게 형성되고, 역으로 사회적인프라는 사회적자본을 형성하는 본래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 때 건강히 유지되는 ‘선순환‘의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그 첫 시작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첫 시작은 지역의 사회적자본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사회적인프라는 무엇이 있고, 사회적인프라가 될 만한 잠재적 자원들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 입니다. (자원을 확인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질문) 이러한 조사를 통해 두 자원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형성하고,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이주청년이 역할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이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되려는 변화는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의 미션이 아닙니다.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변화하는 장기적 과제이지요.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의 이야기와 지역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변화가 일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흔히 이주청년들은 지역에 오면 지역의 규칙에 적응하는 것을 권장받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정착하여 나름의 좋은 삶을 추구하며 사는 청년들의 말을 들어보면, 반드시 지역의 법에 따라 순응하여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면서 청년과 지역사회가 천천히 변화해 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년 개인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생각의 변화를 느끼고, 지역사회에도 기존에 가졌던 체제나 규범에 대한 변화가 일어났고, 그런 과정이 장기적으로 축척되었을 때 지역에는 좀 더 다양한 세대,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주 청년들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답답하게 느끼는 지역의 기존 문화나 질서들이, ‘들어오는 청년을 막을 뿐 아니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을 떠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이경은, 2019).
이러한 청년과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지역사회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우선 지역살이에 대한 인식 교육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주 청년에게 지역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경우들은 많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 함께 준비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지역도 이주자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함께 학습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인식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세대교류나 성평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단시간에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서로 예의를 갖추거나 언어를 분별하는 능력만 있어도,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주민들과 이러한 주제로 논의하거나 학습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사업을 통해 청년과 교류하는 지역의 사업장이라든지 마을이나 조직 등에서는 적어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상호이해와 학습이 필요합니다. 학습의 내용도 청년과 지역 어느 한 쪽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과 지역주민이 함께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학습은 단기적으로 교류사업의 성공과 이주청년의 안전한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하겠지만, 사실 그러한 목적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정서, 문화, 태도가 개방적이고 열린 이해심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관점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들이 이뤄진다면 비단 이주 청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같은 문제의식과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활동에도 힘을 얻게 될 것고요. 이러한 변화들이 장기적으로 청소년과 청년이 지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정주하고자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더불어 이주청년의 지역살이를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으로 꼽힌 것이 ‘지방에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 ‘수도권 중심주의’입니다. 지역 주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된 이런 인식은 이주청년의 정착 뿐 아니라 지역의 청(소)년의 삶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의 학습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미디어와 대학입시교육을 통해 형성된 수도권 중심적 문화와 사고로 인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치를 확인하며, 자신의 미래와 이 지역사회가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합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자기 지역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기회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여러 지역을 탐방하거나, 다른 지역의 문화를 접함으로서 자기 지역의 특징을 인식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과정에 타문화를 경험한 이주 청년들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청년이 정착한 사례 지역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주청년이 지역에 접속할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지역의 사회적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반에 이주 청년이 결합하여 새롭게 이주청년을 위한 사회적기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있는 겹겹의 층위들에 새로운 사람들이 접속하여 또다른 층위를 만듦으로서 지역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공동화 된 다채로운 기반들을 조금씩 채워나갑니다.
그 층층의 안전망과 레이어를 형성하는 역할을 이주한 청년들이 스스로 맡아 나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만들어 놓고 청년들을 맞이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들에 대한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사회 주민들로서도 이들을 더욱 환대할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에게 지역사회나 마을에서 실질적으로 자기 역량을 발휘하여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포지션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의할 점은, 어떤 위원회에 청년 한 명 자리를 마련하기만 한다거나, 처음 가보는 곳의 지역조사를 혼자 나가게 하는 등 '물리적으로 사람을 앉혀놓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삼선재단, 녹색사회연구소, 모심과살림연구소, 문화연대, 전국귀농운동본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희망제작소. (2015) 농촌으로 이주하는 청년층의 현실과 과제. 삼선재단.
마을학회 일소공도(2018) 청년의 지방이주 지원 정책 추진 실태와 개선 방안, 청년허브.
이경은(2019) 청년 이주민의 대안적 활동과 농촌성의 변화 -'A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연구 결과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현황 연구 결과보고서'보러가기
#1 청년에게 필요한 ‘생계, 관계, 공간’이라는 환대
#2 청년의 이주를 돕는 사회적기반(social infrastructure)이란
#3 이주청년의 내러티브
#4 정착기반 지역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