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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Jul 24. 2020

청년에게 필요한 ‘생계, 관계, 공간’이라는 환대

듣는연구소 읽는보고서 - #1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이 잘 살기 위한 조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삶을 꿈꾸나요? 
혹은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에 관심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한 번 읽어볼 만 할 겁니다. 지역살이를 생각하는 서울의 청년들에게 지역살이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던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듣는연구소에 의뢰한 연구로, 원래는 <지역교류형 청년일자리 사업모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현황 연구>라는 어려운 본명을 가졌지만, 쉽게 말하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잘 살 수 있는 지역사회의 기반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 내용을 필요한 사람에게 더 쉽게 가닿을 수 있도록 여러 편으로 나누어 블로그로 읽는 보고서를 연재합니다. 


연재를 다 읽기 어렵다면, 이 글 한 편은 연구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번째 글은 지난 7월 10일 금산에서 개최했던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 '금산에서, 잘 살 수 있을까? : 우리가 필요한 지역기반 만들기'에서 나눈 듣는연구소의 발제문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이 잘 살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 공론장은 2019년에 저희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여러 지역에 나누던 중 금산의 '들락날락'청년들이 함께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화답해 주어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마침 청년허브의 N개의 공론장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공론장을 협업하여 개최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세 기관이 연결되어서 함께 학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공론장의 전체 리뷰는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 브런치를 통해 소개됩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생계, 관계, 공간’이라는 환대


작년에 저희가 진행한 연구는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이주 후에 지역에서 ‘좋은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기반들이 필요한가를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알아낸 내용을 ‘이주 청년의 좋은 삶을 위한 사회적기반’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연구를 시작하며 찾아본 선행연구들은 설문 등을 통해 물리적 기반 즉 주거나 일자리, 교육시설 등이 청년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지 못했던 '정서적', '관계적' 차원의 자원 요소들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선행연구 중에 '지역사회의 인식과 사람 관계' ('완주군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 김주영외, 2016), '지역 분위기'(청년인구 이동 문제 진단을 위한 청년 현실에 기초한 지역격차 분석 연구, 엄창환 외, 2018) 등이 중요함을 지적한 연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연구는 직접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 당사자 그룹이 진행한 연구였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만날 때면 청년의 목소리로 ‘살아보니 이런 것이 중요하더라’라고 직접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희 작업은 그런 고민을 조금 더 연결 성 있게 가져가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세밀한 지도를 그려가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주거는 주거인데 어떤 주거인지, 일자리는 청년의 어떤 욕구를 반영한 일자리가 필요한지 ‘청년’의 특성 또 ‘살던 곳을 떠나 지역으로 이주해왔다는 특성’을 고려해 한 차원 더 파고들어 가본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드렸듯 저희는 한 존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적기반’이 단지 물리적 요소들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중요한 관계적, 정서적 차원이 결합된 자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청년의 지역이주를 돕는 사회적기반’은 사회적 자본 따로, 물리적 인프라 따로 더해지는 산술적 결합이 아니라 청년의 지역이주라는 배경이 첨가되면서 만들어지는 화학적 결합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이주 청년들에게 거주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지역의 빈 집을 제공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집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살아가는데 너무 중요한 것이겠지만 그 집이 청년의 일자리나 생활 시설들과 너무 떨어진 외딴곳의 집이라면, 정상적인 기반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번 이동 수단을 걱정해야 하고, 얼마 없는 차 시간을 맞추느라 사람들과 관계 맺을 기회를 방해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역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차원을 넓혀서 우리는 이 사례에서 그 집이 정해지는 과정까지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청년이 이 집을 ‘배정’ 받았는지 ‘선택’했는지. ‘배정받은 이후’에라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집과 관련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적절한 의사소통의 절차를 제공받았는지는 이후에 청년이 이 지역에서 주체적인 한 사람의 주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들을 형성합니다. 


관계, 생계, 공간이라는 사회적기반의 내용


오늘 별도로 나눠드린 자료는 저희가 그려본 조금 더 상세한 지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주한 청년들이 좋은 삶을 사는데 필요한 요소’를 ‘관계, 생계, 공간’ 그리고 ‘정서’라는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각 요소들은 서로 다른 필요의 차원과 단계로 볼 수 있는 시간적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이주를 다룬 선행연구들은 지역으로의 이주는 한 번 이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탐색기-이주기-정착기’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는 정확한 시간 기준에 따라서 1년 이내는 탐색기, 2년부터는 이주기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는 이주 당사자의 경험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사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이상 언제부터가 정착이라 할 수 있을지 저희도 알 수는 없습니다. 비단 청년의 사례가 아니라도 결혼해 이주해 와서 수십 년이 지나서도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는 굴레가 벗겨지지 않는 경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에서도 이주 후 7-8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착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분도 있었고, 2-3년 만에도 정착했다는 생각을 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감각을 구성하는 내용을 각 핵심요소 별로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표로 구성하다 보니 다소 도식적일 수 있지만 청년이주의 사례와 당사자의 목소리(인터뷰)를 종합해 일종의 패턴을 찾아본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계 : 한 사람의 주민으로 인정받는 것의 중요성


흔히 지역에서의 관계망은 '그것 자체로 자원이 된다', '도움이 된다', '지역에서는 관계망 없이는 되는 일이 없다' 이런 식으로 뭉뚱그려 이야기되곤 합니다. 지역의 관계 자체를 바로 긍정적인 사회적자본으로 등치 시키도 하고요. 그러나 관계 자원의 자본적 성격은 마이너스가 난 관계에서는 빚으로 남아 부채의식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 비해 더 빠른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돈이 돈을 벌 듯, 관계가 더 많은 기회를 벌어다 주기도 하기에, 이를 나눠주는 관계 분배의 문제는 지역에서의 권력으로 작동할 때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 청년들에게는 어떤 커뮤니티가 필요할까요? 청년들이 이제 막 지역으로 진입한 이주기에는 빠르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지역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지인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귀촌의 맥락에서 이런 활동을 해주셨던 지역의 키(key)가 되는 사람, 누군가 지역에 왔을 때 지역을 안내하고 소개해 줄 수 있는 매개자나 멘토의 존재가 중요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 청년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좀 더 느슨한 관계망의 존재도 도움이 됩니다. 삶에는 긴급하고, 해결이 필요한 문제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초기의 적응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는 긴 시간 함께할 친구 같은,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받을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가 더 힘을 발휘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 청년의 커뮤니티 형성과 활동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지원 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청년의 삶과 생존에 그러한 모임이 중요함을 확인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년배의 관계자원이 풍부한 도시지역에서도 일부러 커뮤니티를 형성하라고 지원을 하는데 타지에서 옮겨와 그 관계 하나 만들기가 쉽지 않은 지역이주 청년들에게는 이런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건 떠나더라도 새로운 커뮤니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초중고 가면서 자기가 살던 곳에서 커뮤니티 형성하고 대학 가면 대학 동기 선후배 그 이후에 직장관계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걸 하기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연구 인터뷰 중)


이런 이슈가 있으면 "지역에도 그런 모임이 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청년들을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관계망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새로 이주한 청년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 모임은 청년이 한 명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임일까요? 낯설지만 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고, 의견도 제출할 수 있는 공간일까요? 또 하나의 축으로서 관계에서 기존 주민들과 동등하게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요? 

이런 상황에서, 관계맺음의 중요한 매락이 드러나곤 합니다. 


한 청년은 귀농교육에서 지역에서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라’라고 배우기도 했고, 다른 청년은 ‘이주해온 청년들은 무수리’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에서 이주해온 청년들이 그들 끼리 모일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하는 시선이 작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그들 안에서는 그런 시선이나 태도로 서로를 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이는 것을요. 이 관계가 허물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자격이나 조건을 묻지 않고 한 사람의 주민으로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 과감한 받아들임, 그 지역의 정서가 필요합니다. 


일등 주민 이등 주민이 있는 것이 아닌데,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지역에 이주해 온지 얼마 안 되었다는 상대적인 기준으로 절대적인 발언권의 차별이나 기회의 불균형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지역에 오래 살아서 지역이 만들어져 오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하고, 그에 따른 경험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새로 이주해온 분들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도 인구 절벽도 우리가 앞으로 만날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새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활력과 아이디어도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발제 이후 함께 <관계, 정서> / <생계, 공간>이라는 주제로 나뉘어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생계 : 생존과 자아실현 욕구를 함께 고려한 일의 내용이 필요


다음은 생계입니다. 사실상 생계 없이 지역에 살아가기 힘들죠, 또 많은 사람들이 생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지역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지 먹고사는 의미의 생계만이 지역 이주와 정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희가 사례 조사를 하다 보니 청년이 지역에서 하는 일을 이해하는 차원이 지금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지역으로 이주해오게 된 이유, 혹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 등이 자신의 일과 연결되는 것을 단순한 생존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단순히 생계 중심이란, 지자체 등에서 마련한 일자리로, 이전에 청년이 쌓은 경력이나 경험과 상관없이 배치되거나 선택한 일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정책이 청년이 지역으로 와서 할 수 있는 ‘일’의 내용보다는 자리의 개수에 신경 쓰곤 합니다. 지역에 와도 일이 있는데 안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자리로 이야기한다면 도시가 훨씬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으로 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에 대한 소개를 한다고 할 때 일의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생존과 자아실현 욕구의 만남의 부분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저희 연구의 사례들을 통해 정리해보면 ‘생계 중심의 일자리’는 단기적으로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는데 분명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정착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자아를 실현하고, 자기만족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의 창출이나 전환을 고민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일단을 돈을 벌어 생존하면서, 자신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유, 목적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하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몇몇 사례는 지역에서의 첫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일일수록 이러한 탐색과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역신문에 기자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관계망을 넓혀나간 옥천의 예림 씨가 그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일단 이 동네에서 예전에는 회사 말고는 (관계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거는 조금 벗어난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그거 말고 외의 관계들이 있고. 그거 말고 할 일들이 있고. 그리고 그 관계들과 함께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일을) 그만두고 조금 마음대로 살아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을) 그만둬도 계속 여기 살려고요” (연구보고서, 청년 인터뷰)


생존을 위한 생계와 자아실현을 위한 일로서의 생계는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줍니다. 이를 통합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마 오늘 발표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가장 많을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다른 발제자 분들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제안들만 정리해 말씀드리면 ‘지역에서의 일자리에서 인건비의 합당한 책정’,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등 근로 요건을 잘 관리, 감독하여 청년으로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펼쳐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지자체나 마을 차원에서 청년들의 일 실천 기회를 내어줄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고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도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의 좋은 땅을 매입해(좋은 땅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임대해주는 사례나 지역자산화 등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례 등도 참고할 만할 것 같습니다. 


공간 : 자유라는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기


공간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에서도 관련한 사업을 많이 펼치고 자원을 내어주는 일도 많습니다. 주거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거나 원룸형 주택을 제공하는 지자체들도 있고요. 또 창업공간을 내어주는 사업도 있습니다. 꼭 지원이 아니라도, 지역의 낮은 지대가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빈집을 예로 들었듯 내어줄 수 있는 자원의 상태,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청년들이 쉽게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가 없다는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지역에는 일반 부동산 앱 같이 청년들이 익숙한 플랫폼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관계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다른 대안에 접근하기 힘든 것입니다. (관계, 생계, 공간의 연결성은 이런 곳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이왕 이런 사업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면 청년들의 욕구가 조금 더 반영되어서 정책이 설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만난 청년들은 공간에 대해서 ‘안정성’과 ‘자유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폐교, 빈 집 등 선의로 제공받으면서 제대로 계약서 한 장 남기지 못해 다 만들어 놓은 기반을 두고 떠나야 했던 경험들. 우리 지역으로 오는 것은 좋지만, 정해진 땅과 공간에 머무르면서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이 원하는 청년 유입을 통한 활력, 정착이라는 목표를 생각하면 조금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 여지를 남겨두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전망을 그릴 수 있는 안정성에 대해 함께 약속할 수 있을까요? 


관계, 생계, 공간을 내어주는 환대


이제 마지막으로 ‘정서’의 부분을 말씀드릴 텐데 조금 더 길게 표현하면 ‘환대의 정서’에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환대’란 단순히 ‘우리 동네에 와서 반가워, 환영해’라는 정서적 차원으로만 구성되는 감각이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관계, 생계, 공간’이라는 요소들이 지역에서 청년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의 형성 과정에서, 청년이 구조 속에서 지원받는 대상으로 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주체로 대우받는 경험이 청년에게 ‘환대받고 있다’는 감정의 실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미 태어나 보니 집이건 땅이건 누군가가 다 가지고 있는 상태라서 이를 얻으려면 원래 주인보다 훨씬 많은 노력(연구보고서, 청년 인터뷰)"을 들여야 하는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게 지역의 자원을 내어주고 발언권을 내어주는 적극적 몸짓이 필요합니다.


집을 구하는 사례로 다시 빗대에 생각해 본다면, 청년이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집이 아닐 때 다른 집을 소개받을 권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 지역을 이전할 권리가 ‘이미 주어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혹은 정해진 집을 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집을 찾을 때까지 임시 거주지를 주면서 장기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도 처음부터 청년이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시간을 주어주는 방식으로 청년의 삶에 주체성이 확보되는 것도 좋은 방향성입니다. 그러나 어떤 국면에서는 청년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부족한 성인’이나 ‘청소년기의 연장’으로 보면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데, 또 갑자기 어떤 상황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는 주체로 독립이나 자립을 요구하는 일관되지 않는 메시지가 동시에 전달되어선 곤란합니다. 


자원을 내어주더라도 ‘이 청년이 지원만 받고 도망가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가지고 내어주는 자원은 청년을 붙잡아 두기는커녕 밀어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일부, 혹시 그런 청년이 있다 하더라도 더 많은 청년들은 받은 지원을 어떻게 다시 공공적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가졌던 기반을 떠나 새로운 삶의 차원을 찾아 들어오는 지역이주 청년들은 더더욱 그런 고민에 특화되어있습니다. 

조금 더 믿으면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소수의 안 좋은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 자원을 잘 활용해 지역에 활력을 주고, 사람을 남기는 사례들을 더 주목하면서 지역이주를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저런 곳, 저런 이처럼 살면 되겠구나’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들락날락 이 저희를 금산에 초대해 주셔서 저희 연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들락날락의 사례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됩니다. 여기까지 저의 발제를 마치고, 이후에 궁금한 점은 질의를 통해 함께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블로그로 읽는 보고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정착을 돕는 지역사회 기반> 목차

#1 청년에게 필요한 ‘생계, 관계, 공간’이라는 환대

#2 청년의 이주를 돕는 사회적기반(social infrastructure)이란

#3 이주청년의 내러티브 

 # 3-1 옥천사는 김예림

 # 3-2 홍성사는 길익균

 # 3-3 영도사는 심바

 # 3-4 제주 마을활동가 황아미

 # 3-5 산내사는 하무 

#4 정착기반 지역사례

  # 4-1 상주 이안면 청년이그린협동조합

  # 4-2 완주군 고산면의 이주 기반과 정책

  # 4-3 강화의 협동조합청풍과 생업하는 청년들

#5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이 잘 살기 위한 조건들

#6 지역사회 기반을 묻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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