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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윤 Oct 27. 2024

인연(2): 인생의 교차점


이십여 년 넘게 살아오면서 신기한 점은, 며칠 전 일은 금방 희미해지는데 비해 몇몇 오래된 기억들은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내 최초의 기억은 3살 정도쯤이다. 아마도 조금씩 뒤섞이고 왜곡되어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렇다. 할머니 등에 업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모습. 그게 내 제일 오래된 기억이다.


그다음에는 날 할머니에게 맡긴 채 해외여행 가는 부모님의 발을 잡고 나도 데려가달라고 울고불고하던 기억? 그것은 아직도 부모님과 농담 삼아 얘기한다. 그 외에도 유년기 속 여러 가지 장면들이 선명하게 새벽녘에 떠오른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지나온 시간의 조각들. 파편화된 조각들을 조금씩 이어 붙이면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늙어 죽는다면, 최소 80세는 될 텐데. 짧은 인생 걸어온 길도 이렇게 많은데. 80세쯤 되면 추억의 조각이 얼마나 많을까?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젊은 날을 회상하기도 바쁜 이유는 수많은 추억 조각들을 이어 붙이느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나중에 이 경험들을 회상할지 생각한 적은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내게 소중한 추억이란 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래는 생각지도 않은 채, 현재의 강렬한 느낌이 뇌에 선명히 박힌다. 이런 원리를 알게 되니 너무나도 아쉽다. 너무나도 세상이 빠르다. 차곡히 쌓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얼마든지 소중한 추억 조각이 될 수 있던 순간들은 선택되지 못하고 밀물과 썰물처럼 쓸려간다.


인연은 각자의 순간을 이어가면서 서로 간의 교차로에서 마주친다. 출퇴근길, 직장, 카페, 학교.. 5천만 인구의 대한민국에서 서로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엄청나게 희박하다고, 그러기에 엄청나게 소중한 장면이 될 수 있다고.



인연(2)


인연은 운명의 연립방정식
만남은 장난꾸러기 신의 선물
그 희박한 확률만큼
해(解)가 복잡했으면 좋겠어요
이별로 가는 시간 또한 짧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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