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got a job.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말을 걸어왔다.

by LC

매일, 징글징글할 정도로 찾아가서 얼굴을 내밀었던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종이 한 장. 그곳에 적힌 주소. 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 BullsBrook. 마을 중심가에 위치한 체커스 호텔 앞에서의 초조한 기다림. 아무도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약속 시간인 12시가 지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일부터 일을 할 수 있을 거야"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들을 유심히 살폈지만 그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또 이렇게 펑크가 나는 걸까.

시상식장에서 내 이름이 불린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낀지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함과 동시에 고통으로 점철되어 갔다. 같이 온 형님은 아무 말 없이 착잡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땅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하얀색 홀덴 SUV(Holden, GM의 자회사이자 호주의 자동차 회사이다)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와 멈춰 섰다. 덩치가 좋은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영국식 발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다. 드루먼(Drummont). 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끝내고 농장 숙소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농장 숙소에 가면 사람들이 있으니, 궁금한 건 거기서 물어보라고 했다. 오늘은 홀리데이라서 쉬어야 한다며 차를 몰아 시티 쪽을 향해 떠났다.

잠깐 사이의 일이었다. 드루먼과의 만남과 숙소로 가 보면 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될 것이라는 그의 말. 간절히 기다려온 것 치곤, 너무나 갑작스럽게 지나가버렸다.


농장 숙소에는 4명의 한국인이 있었다. 나는 비어있는 방 하나를 쓸 수 있었고 내일부터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새로운 환경이 반가웠다.


DSCN8839.JPG 구세주, 드루먼.



앞 이야기

- 끝자락에서.

- 욕심이 무너뜨린 신뢰

- 외국인 노동자로 가는 길.

- 첫 월요일의 희망은 곧 절망

- 구직자,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되고 싶었다.

- 호주, 그곳에 발을 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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