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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ent Doors Jul 03. 2021

도구를 준비합니다

밤의 작업실

푸슈우우우우우?


도구정거장 핫 아이템, 글루건 사용 서약서


1. 글루건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적는다.

2. 글루건 사용 안전수칙을 읽는다.

3. 조심히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 글루건 사용 전에 서약서를 쓰는 건 참 좋은 생각 같아요.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글루건을 쓸 일도 줄어들고 또 사용하기 전에 스스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어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글루건 사용 전 서약서를 쓰는 것이 잘 지켜지고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이 서약서 쓰는 것을 귀찮아하긴 하지만, 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안전하게 글루건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 오늘은 글루건에 손을 데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장갑을 나누어 주긴 했지만, 손을 데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좀 더 확실히 전해주어야겠어요.




저마다의 글루건 사용법


• 아현이는 오랜만에 왔는데, 자기 작업을 기억하고 이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글루건을 사용하기 위해 글루건 사용 서약서를 정성스레 써주었는데 서약서를 쓰느라 시간이 다 되어서, 다음에는 바로  글루건을 주기로 했어요. (*조아현 글루건 사용권 1회 획득)


• 승준이는 요즘 작업을 할 때 맨날 글루건을 사용하는데, 여전히 많이 다친대요. 어디를 만져서 데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붙인 곳이 잘 붙었나 확인하려고 만지다가 데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단은 더 두꺼운 장갑을 주고, 붙인 자리는 굳을 때까지 1분 동안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종학이는 나무 조각과 글루건을 이용해서 집을 만들었어요. 훈이는 글루건을 쓰는 종학이 형이 멋져 보이는지 자기도 같이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둘이 함께 힘을 합쳐서 멋진 나무집을 만들었어요. 사실, 훈이는 오늘 글루건을 쓰다가 몇 번이나 데었어요. 장갑을 끼고 있어서 손은 괜찮았는데, 팔뚝에 스치면서 살짝 화상을 입었어요. 손과는 달리 흐르는 물에 대고 있으면 옷이 다 젖을 것 같아서 얼음주머니를 만들어서 대주었더니 작업을 해야 하니까 테이프로 붙여달라고 했어요. 평소의 훈이라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을 텐데, 오늘은 무척 의젓하게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졌어요.


• 아인이는 이문238을 이용한 지가 꽤 되어 작업의 변화 혹은 성장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인이를 처음 보았을 때 작업실에서 글루건을 쓰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아인이가 글루건을 사용하는 모습은 그다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글루건을 계속 사용하더라고요. 아인이가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 보여 괜히 기뻤습니다. 도구정거장이 활성화되면 아인이처럼 다른 친구들도 새로운 도구를 다양하게 써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아이들의 작업실, 글루건 사고 대처법


도구정거장에서 글루건을 쓰다가 잠시 장갑을 뺀 사이, 동현이가 다른 친구의 글루건에 손을 데는 사건이 있었어요. (글루건 사고는 정말 끝이 나지 않네요. ㅠㅠ)


그걸 보고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각자의 부상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문에 손이 낀 이야기, 글루건에 손을 덴 이야기, 커터칼에 베인 이야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아이들은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걸 보며 참 천진난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참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화제가 ‘무서운 이야기’로 넘어가서, 민정이를 중심으로 각자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아직 어린 수아와 송이가 작업실에 있기만 해도 무섭다며 사무실로 들어왔어요.  










도구를 준비하는 샘들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도무지 다칠 수 없는 공간에서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다치는 아이들 손에 가만히 둬도 위험한 도구를 쥐어준다는 게 여간 긴장되는 일이 아닙니다. 위험한 도구를 배제하면 안전하겠지만, “‘안돼!’는 어른이 편안한 방법입니다.”라던 한 샘의 이야기를 새기며 ‘돼!’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도구는 위험하지만, 분명 작업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1940년대 말, 조지 슐츠는 신발 공장 노동자들이 손으로 신발을 조립하느라 뜨겁게 녹은 접착제에 끊임없이 화상 입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안타까웠던 그는 몇 년의 발명 끝에 1954년 최초의 글루건을 선보입니다. 글루건도 여전히 위험한 방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단한 고정이 필요한 작업에서 재료를 붙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 역시 글루건입니다.


‘아이’라고 쓰인 자리 위에 ‘사람’을 써보세요.

아이라서 위험하니까 글루건은 쓰면 안 돼. 아이라고 쓰인 자리 위에 사람을 넣어보면, 바보 같은 문장이 완성됩니다. 위험하니까 글루건을 쓰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위험하니까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글루건 서약서를 쓰고, 도톰한 안전장갑을 끼고, 붙인 자리는 1분 기다렸다가 만집니다. 그래도 물론, 100% 안전을 확신할 수는 없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도현이와 아이들처럼 저마다의 무용담으로 글루건의 뜨거움을 날려 보내기도 하고, 재훈이처럼 팔뚝에 얼음주머니를 질끈 묶고 작업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아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멋진 사람들입니다.




하루에 질문 하나, 매일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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