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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10. 2023

조폭이 꿈이라던 제자의 연락

(지난 2월)

오랜만에 3년 전 제자 민수(가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뭐 하십니까?"


"선생님 올해부터 중국에 초빙교사로 와있어. 처음이라 정신이 없네. (웃음)"


"와... 선생님은 여전히 대단하시네요. 오랜만에 선생님 생각나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래, 고맙다. 넌 잘 지내고 있어? 요새 학교 생활은 어때?"


민수는 졸업한 제자 중 걱정이 되는 제자 Top3 중 한 명이다. 3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일진을 동경하며 일진 중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중학교 1학년이 되어 기어코 사고를 쳤다. 싸움 한 번 안 하던 아이가 복싱을 배워서 주변 친구들을 패고 다녔고, 중학교에 들어간 지 3개월도 안 되어 그 학교 싸움짱이 되었다.


당시 싸움 1등이 되었다고 자랑하며 건달이나 조폭이 꿈이라고 선생님인 내게 말하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민수가 다녀간 후, 한동안 6학년 때 미리 민수의 비행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몇 달 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민수 아버지 그리고 민수 담임 선생님과 연락을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민수 아버지와 연락을 했을 때, 민수 아버지는 민수의 일진놀이에 대해서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셨다. 때가 되면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직접 몸으로 경험해 보고 깨닫게 하는 것이 당신의 교육철학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민수 담임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을 때, 담임 선생님은 이미 번아웃 상태였다. 심지어 학기말이라 민수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따라서 그 당시 당장 민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민수와는 간간히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는 학교 생활이 하도 걱정이 되어서 잔소리하듯 먼저 연락을 했는데, 나중에는 민수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오늘도 민수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요새 학교 생활은 어때?"  


"선생님, 저 이제 일진생활 청산했습니다."


"엥? 무슨 말이야?"


"어느 순간 생각해 보니깐 제가 너무 한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일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원래 놀던 친구, 선배들이랑 전부 SNS 차단하고 이제 연락도 안 해요."


"진짜? 선배들이 너한테 분명 해코치 할 텐데? 예전에 그 무리에서 나가려고 하면 선배들이 못 나가게 막는다고 그랬었잖아. 뭐라고 안 해?"


"처음에는 나오라고 하던데, 제가 그냥 무시하니깐 더 이상 저를 안 부르더라고요. 아빠가 무서워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와... 진짜 잘 됐다."


"저 이제 진짜 착한 학생 되었습니다. 애들 괴롭히는 애들 보이면, 부끄럽다고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말리고, 요새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오~ 공부까지?"


"예전에는 학교에서 잠만 잤는데, 요새는 수업 시간에 깨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수학 선생님한테 모르는 거 물어봤더니, 그 좋은 머리로 그동안 왜 공부 안 했냐고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헤헤"


"그래. 네가 머리는 좋았지. 열심히 안 해서 문제였지만... ㅎㅎ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깐 공부 한 번 해봐. 충분히 할 수 있어. 아, 그리고 복싱은 계속하고 있어?"


"네. 좀 있으면 소체 선발전인데 그거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복싱은 재미있고?"


"진짜 재미있습니다. 나중에 꼭 청소년 국가대표 되고 싶습니다."


"그래. 네가 꼭 좋은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좀 웃기니깐 나중에 선수로 성공해서 TV 예능에 나가거나, 유튜브 해도 엄청 잘할 거 같은데? 매미킴 같이 말이야."


"오! 김동현이 제 롤모델입니다. ㅎㅎ"


"그래. 선생님은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네. 네가 일진 무리에서 벗어났다고 하니. 지금 마음 변치 말고, 네 꿈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나중에 꼭 성공해서 선생님한테 꼭 보답하겠습니다!"


"오냐~ 기대할게!"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민수가 어떤 계기로 이번에 달라지기로 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민수에게 물어보니,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문득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말 민수 아버지 말씀대로, 때가 되면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일까? 직접 몸으로 경험해 보고 민수가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놓지 않고 민수와 끊임없이 연락했던 나의 노력 덕분일까?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 무엇보다 제자가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대로 민수가 올바르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전, 민수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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